<홍콩 시위 격화>“무력투입에 홍콩 경제 붕괴땐 對중국 수출 루트까지 막힌다”

中에 재수출되는 국내 제품
72%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악화일로인 홍콩 사태가 인도적 해결이 아닌 물리적 충돌, 무력진압 형태로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 4위 수출국인 홍콩 경제의 붕괴로 반도체를 포함한 대(對)중국 수출 루트까지 자칫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물량의 72%가 우리의 수출 주력인 반도체다.

16일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대홍콩 수출을 포함해 집계하는 대중 수출은 지난해 11월(-3.2%)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로, 국내 전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

홍콩은 중국, 대만, 일본, 독일 등과 함께 15대 주력수출국이다. 대중 수출 비중은 2010년 30.5%에서 2018년 34.4%로 증가했고 두 번째 수출국인 미국(2018년, 12%)의 약 2.8배다. 이는 곧 대중 수출, 대홍콩 수출의 감소 및 차질이 곧 전체 수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금융센터는 “대중 수출이 지난해 높은 증가율에 따른 기저효과, 글로벌 수요 부진, 중국 자체조달 증가 등 구조적 요인에 미·중 분쟁 영향도 가세하면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이 전체 수출에서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홍콩 사태가 악화할수록 여파는 커질 수밖에 없어 기업들의 사전 점검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홍콩 수출 한국 제품 중 약 90%가 재수출되는 것으로 이 가운데 92%가 중국으로 향한다. 재수출 한국 제품의 72.6%가 반도체이며 이어 컴퓨터부품, 유리, 전화기와 통신기기, 다이오드 순이다. 국내 기업이 홍콩을 거치는 수출 루트를 활용하는 이유는 직접 중국 수출이 곤란한 중소, 수출 초보 기업 등이 홍콩 무역상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무관세 혜택 및 낮은 법인세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직접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리스크(위험)를 줄일 수 있고 국제금융센터인 홍콩을 활용해 낮은 조달금리를 확보, 무역금융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장 수출에 차질이 빚어져 홍콩항이 막히면 급한 대로 상하이(上海) 등 다른 항구로 돌릴 수는 있겠지만, 아시아 금융중심지로서 금융시장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혼란과 피해를 비켜갈 수 없다”며 “기업들도 홍콩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대책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