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상찮은 ‘셀 코리아’ 조짐…경제 자화자찬할 때 아니다

금융시장은 통상 그 나라 경제의 거울이라고 한다. 특히 손익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외국인들의 투자 행태를 보면 해당 국가에 대한 글로벌 평가와 시각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외국인들의 한국 금융자산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순매도했다. 7월 3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면서 1조7000억 원 이상을 빼갔는데, 지난해 10월 폭락 장 이후 최장 기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화를 내다 팔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는 대외적 요인도 있겠지만, 외국인들이 그만큼 한국 내부의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최근 해외 투자설명회를 다녀온 한 증권사 대표는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게 해외 투자자 열 명 중 한 명에 그칠 정도로 어려웠다. 그것도 한국경제에 대해 묻기보다 한·일 충돌과 소득주도성장 등 ‘정치’를 질문하더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로 시장 불안을 키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비서실은 유리한 통계지표만 내세워 한국경제를 자화자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 금융의 속성은 도미노와 같아서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외국인이 한국경제에 불안감을 느끼고 돈을 빼고 있는 현실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한국경제 펀더멘털 운운하며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외국인들의 불신을 키우는 ‘정부 리스크’를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