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에베레스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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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등산 애호가라면 한 번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꿈을 꿔봤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여기고 포기했다. 그러나 직업 산악인 아닌 사람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인증 샷’을 찍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등산 밧줄이 설치돼 있는 등 등산로가 잘 개척돼 있기 때문에 경험 많은 셰르파의 도움을 받으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미화 10만 달러를 내면 아마추어라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려주겠다’는 네팔 현지 관광회사의 광고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 결과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산등성이 ‘데스 존(death zone)’의 하나밖에 없는 밧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병목현상이 발생해 수 시간을 기다리다가 저온과 산소 부족으로 탈진하고,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만 최소 11명이 숨졌다. 이에 지난 14일 네팔 당국은 내년부터는 6500m 이상 고봉 등반 경험자에게만 건강 증명 서류를 받아 에베레스트 등반을 허가하는 새로운 안전 규정을 발표했다. 등반 허가증 발급비도 1인당 1만1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로 인상했다. 또, 등반 안내 경험이 3년 이상인 관광회사만 외국인 등산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에베레스트가 가장 높은 산이란 것은 해수면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티베트 고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3600m다. 해저까지 계산하면 하와이의 마우나케아가, 지구 중심부터 계산하면 에콰도르의 침보라소가 더 높다. 또, 8848m라는 공식 기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강설량, 인력(引力)의 변화, 빛의 굴절에 따라 측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 판의 움직임으로 매년 1㎝씩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왜 목숨을 걸고 그토록 산에 오르려 할까. 1924년 에베레스트에서 사망한 세계적 등반가 조지 맬러리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란 명언을 남겼다. 1977년 9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라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고 외쳤던 고상돈 대장은 2년 뒤 1979년 5월 알래스카 매킨리 등정 후 하산길에 숨졌다. 안전상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지체장애인이 에베레스트 도전에 성공했다는 감동 스토리도 함께 사라지게 될까 걱정된다. 꿈과 도전도 안전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고봉 도전에 목숨을 걸기에 인간문명이 발전해 왔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