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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9일(月)
경제위기 키울 규제 강화와 善心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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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세계 경제가 정치적 리스크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시작된 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때마다 선제적 반응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갈등은 금융부문으로 번졌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7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지난해 말부터 경기 둔화의 조짐이 보인 미국은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할 처지다.

우리나라는 사드(THAAD) 배치로 중국에 경제 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다. 오는 28일에는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일본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평화경제’에 기대어 돌파구를 찾으려던 문재인 정부를 북한은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계속 미사일을 날리고 있다.

적폐청산과 같은 정치 논리로 접근한 경제정책으로 국내 경제는 내부에서도 정치적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최고 법인세율 인상, 3년 평균 연 10%의 최저임금 상승률,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 무리한 정규직 전환 강행 그리고 산업과 지역 특성을 무시한 무차별적 규제로 기업의 부담을 키웠다. 사고가 날 때마다 쌓인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315개 형사처벌 목록은 기업가정신마저 위축시켰다. 친노조·반기업 정서가 만연하자 삼류 정치인과 ‘어쩌다’ 공무원이 일류 기업인을 꾸짖고 훈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암울한 경제 현실에도 그와 동떨어진 낙관론으로 자신감을 드러내는 정부가 더 걱정스럽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싶으나, 총선을 앞둔 선심성(善心性) 예산의 밑밥이라는 의심도 든다. 자신감의 근거가 높은 신용등급이라면 재고해야 한다. 신용등급은 현재의 재정 건전성과 통화 금융을 반영할 뿐 미래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지금은 신용등급 자체보다 신용평가기관들이 투자 부진, 기업 수익 악화 등을 이유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데 주목할 때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전체 수출에서 미·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40%에 달해 정치적 리스크의 확대는 치명적이다. 수출은 8개월 연속 줄었으며, 상장기업 영업이익은 1년 새 40% 격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5일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인 1.9%로 전망했다.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인한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고용 위축과 소비 둔화로 귀착된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1978년 이후 5번의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있은 지 평균 22개월 뒤에 경기침체가 왔다고 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강성 대응해 정치적 리스크를 키울 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나서서 감정을 앞세운 대일 대응 자제를 주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도 자국 경제가 취약함을 깨닫고 한·일 무역전쟁으로 정치 보복하는 자해행위를 멈춰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규제 강화와 선심성 복지 남발도 경계 대상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 예산 규모를 500조 원대로 편성해 재정을 대폭 확대하려고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가장 타격을 받은 나라는 선심성 복지로 재정적자를 초래했던 나라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세수에 적신호가 들어왔으니 슈퍼 예산 편성은 증세와 적자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정치적 리스크가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시장 논리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 때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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