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20.2.23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1일(水)
신하의 말 존중했으나 ‘대의’ 위해선 쇠·돌같이 돌파력 보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내가 여러 가지 일에서 여러 사람의 의논을 좇지 않고, 대의(大意)를 가지고 강행한 적이 자못 많다.”

흔히 세종은 신하들의 말을 존중해 잘 따른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종실록’ 속 세종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그는 신하들의 말을 존중했으나 그저 고분고분하기만 한 임금은 아니었다. 재위 중반에 장수와 재상들이 다 불가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파저강의 여진족을 토벌했다. 공무원 장기근무제(수령육기제 개혁), 북방 영토경영(양계축성), 관료제의 탄력적 운영(행수법)은 세종 스스로 밝힌 ‘독단 결정’의 예다.

재위 후반부 ‘평양 대성산 떼강도 사건’은 세종의 “쇠와 돌같이 굳건한” 의지와 돌파력을 잘 보여준다. 1447년(세종 29년) 2월, 평양의 감옥에 갇혀 있던 20여 명의 무장한 떼강도가 아전과 관노의 도움을 얻어 집단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몇 년째 계속되는 흉년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백성들이 대성산에 웅거하고 있는 것을, 조정에서 거듭 명령해 체포한 지 1년 만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형조 관리의 보고를 보면 도적 떼의 일부는 도망했거나 탈옥 중에 사망했으며, 붙잡힌 13인은 파옥(破獄)에 관여하거나 동조했음을 자백했다.

평양의 아전 손효숭이 많은 뇌물을 받고 도적 떼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도망가다 잡힌 나이 어린 죄수의 처결 문제였다. 형을 따라 입산했다가 도적의 무리가 된 13세의 이영산, 18세의 김춘과 은산에 대해서는 특별히 참형을 면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세종이 제안했기 때문이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조정의 관리들은 한결같이 반대했다. 악한 짓은 꼭 장년이 아니어도 저지르며, 13세나 15세 때 사람을 죽이고 처형된 경우가 있으니, 모두 법대로 처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이나 거듭된 요청에도 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형조에서 ‘강도(强盜)’라는 두 글자를 얼굴에 자자(刺字·문신)한 후 섬으로 유배 보내자는 타협안을 내놨다.

하지만 조정 대신들이 반대했다. “만약 나이가 어리다 하여 죽음을 면하게 하면, 후일에 이 점을 이용해 나이를 줄여서 살기를 꾀하는 자들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는 게 그 반대 이유였다. 공무원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애용하는 ‘발생 가능한 위험’을 들어 왕을 압박한 것이다.

영의정 황희까지도 “이번 강도들은 병장기까지 갖춘 반국가단체(草賊)인 만큼 감형(減刑)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은 마지못해 “법대로 하라(참형)”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이제 다시 생각한즉 죽이는 것은 불가하다”면서 사형 집행을 거절했다. 그때 의정부 관리가 아주 그럴싸한 제안을 했다. 평안도에 두 개의 명령, 즉 죄수들을 모두 법대로 처형하라는 명령과 나이 어린 이영산 등은 사면해주라는 명령을 순차적으로 내리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면 자기들이 참형을 집행한 뒤에 왕의 사면령이 도달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전하의 살리기 좋아하시는 덕을 백성들이 알게 될 것이고, 법도 또한 어그러짐이 없을 것”이라는, 어찌 보면 매우 솔깃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세종의 판단은 달랐다. “임금인 내가 아랫사람들을 그렇게 교묘하게 속여서야 되겠는가(其巧)”(세종실록 29년 5월 12일)라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백성들은 지극히 어리석어 보이지만 나랏일 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귀신같이 꿰뚫고 있는데(至愚神明), 그렇게 공교롭게 속여서 인심을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게 세종의 거절 이유였다. 백성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세종의 진실된 언행이야말로 신하들의 거센 반대와 교묘한 제안을 이겨낸 최고의 협상 무기였다. (이영산 등은 결국 살아났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 많이 본 기사 ]
▶ ‘종로대첩’ 이낙연 50.3% 황교안 39.2%…‘코로나 변수’ 격..
▶ 여자배구 이재영, 투수 서진용과 열애 공개…“내 사람”
▶ 엄마에게 간 이식 신천지 교인 코로나19 확진…병원 ‘발칵..
▶ 박원순, 범투본 집회 깜짝등장…“해산하라” 말에 난장판
▶ “신천지, 2년전 중국 우한 진출했다가 공안에 추방돼”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포르쉐 테러’ 알고보니 조폭 짓…모..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77명중 경북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 여성은 어..
‘사인훔치기’ 휴스턴 선수들, 살해 위..
중국, 코로나19 통계기준 또 변경…일..
topnew_title
topnews_photo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 등 38명 격리·병동 폐쇄이식받은 어머니는 검사 결과 기다리는 중…이상 증상은 안 보여어머니에게 간을 이식..
mark이스라엘 성지순례단 9명도 코로나19 확진…감염경로 오리무중..
mark2600만명 거주 수도권도 ‘확진’ 속속… 감염 대확산 ‘초읽기’
‘종로대첩’ 이낙연 50.3% 황교안 39.2%…‘코로나 변..
박원순, 범투본 집회 깜짝등장…“해산하라” 말에 난..
경주서 코로나19 3번째 사망…1주간 외부활동, 전..
line
special news ‘트럼프 저격쯤이야’…기생충, 북미 역대 외화흥..
4천500만달러 넘어…아이맥스관에서도 기생충 상영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영화 기생충의 아..

line
‘코로나19’ 229명 늘어 총 433명…전국에 ‘안심지대..
“신천지, 2년전 중국 우한 진출했다가 공안에 추방..
알려진 신천지교회만 전국 74곳…드러나지 않는 조..
photo_news
여자배구 이재영, 투수 서진용과 열애 공개…..
photo_news
MBC 새 사장에 박성제 내정…“적폐청산에서..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희망 준 봉준호처럼…‘이 풍진 세상살이’ 달래준 트로트
[Interview]
illust
“낙하산 편견 극복하려… 디지털 농업혁신 더 과감히 도전했다..
topnew_title
number ‘포르쉐 테러’ 알고보니 조폭 짓…모르고 풀..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77명중 경북도민 18명..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 여성은 어디로 ..
‘사인훔치기’ 휴스턴 선수들, 살해 위협 호소..
hot_photo
방탄소년단 새 앨범, 91개국 아이..
hot_photo
침묵 깬 기성용 “서울이 나를 원..
hot_photo
파죽지세 ‘미스터트롯’, 시청률 3..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