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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2일(木)
빌딩 숲속을 벗어나봐요 ♬… 세대 벽 허문 ‘떼창’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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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기 ‘여행을 떠나요’

광복절주간에 제자들과 2박 3일 동해안을 답사했다. 지난 학기 수강생들로 모두 2000년생이다. 과목 이름이 ‘문 삶과 꿈’이었다. 여기서 문(文)은 인문학을 뜻하지만 삶과 꿈을 연결해주는 문(門)이라고 의미를 넓혀도 좋다. 다섯 명의 멤버는 아기자기한 여행기획안을 제출해서 뽑힌 소그룹이다. 테마는 ‘1억 만들기보다 추억 만들기’. 글을 써서 모은 경비로 함께 떠나고, 사제동행이 다시 글의 소재가 되니 이거야말로 삶과 꿈의 선순환구도 아닌가. 살아보니 젊은이의 심장에 꽂아두는 게 통장에 쌓아두는 돈보다 차익이 크다.

제러미 스펜서 밴드(Jeremy Spencer Band)가 부른 ‘여행(Travelling)’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지난 시절을 뒤돌아보고(Looking back over my time) 그대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이 밤에 헤아려본다(Thinking about you tonight and how you changed my life)’. 스무 살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는 가까이서 엿듣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유익하다. 바다와 호수를 보면 나는 과거의 그림이 겹쳐져 가끔은 심란한데 그들은 뜬구름 같은 몇 마디에도 시종일관 깔깔댄다. 인생을 바꾸려면 모름지기 인생관을 바꿔야 한다. 인간이 돈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그 순간부터 세상이 다르게 움직인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여행의 밤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노래방에 가면 가창력뿐 아니라 가려졌던 성격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남이 열창할 때 호응 없이 자기 부를 노래만 열심히 검색하는 사람은 뭔가 배려심이 부족해 보인다. 물어보지도 않고 전주와 간주를 리모컨으로 건너뛴다면 음악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들은 음(소리)만 알지 악(기쁨)을 모른다. 노래를 부르는 건 친구를 부르는 것인데 악기들의 정성스러운 협주를 빼버리는 건 노크도 없이 친구의 방문을 불쑥 여는 것과 비슷하다.

노래방의 진수는 점수도 아니고 박수도 아니다. 흥에 빠지려면 열심보다는 합심이 필수다. 제자들이 입을 맞춘 노래는 얼마 전 한국을 찾아 게릴라 무료콘서트를 열었던 영국가수 앤 마리의 ‘2002’였다. 시기가 호날두의 무례함과 맞물려 이른바 ‘의문의 1승’을 거둔 바 있다. ‘2002년 여름은 최고였지(It’s never been better than the summer of 2002)’. 이유가 바로 나온다. ‘사랑은 영원하다고 노래했잖아(Singing, Love is forever and ever)’.

2019년 여름에도 사랑은 물결친다. 서비스로 받은 시간을 극대화하는 최후의 3곡으로 뭐가 좋을까. 자칫 교수의 취향대로 선곡하면 ‘노래방 갑질’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혜를 모으면 세대의 벽도 허물 수 있다. 집이 낡으면 리모델링을 하듯이 음악동네엔 리메이크가 있다.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엔/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숨결을 불어넣기 전에는 풍선도 고무조각에 불과하다. 공감과 소통으로 풍선을 날릴 수 있었던 건 그룹 다섯 손가락의 원곡을 동방신기가 재해석한 덕분이다. 동심으로 풍선을 날리고 나니 ‘붉은 노을’이 우리를 한자리에 모아준다. ‘난 너를 사랑해/이 세상은 너뿐이야/소리쳐 부르지만/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빅뱅이 개조한 랩 부분은 제자들이 맡고 사랑을 외치는 부분에선 교수가 이문세로 빙의하니 바닥과 천장마저 격하게 들썩인다.

이제 1분 남았다. 빨리 누르지 않으면 노을과 함께 퇴장해야 한다. 갑자기 화면 하단에 아버지와 아들처럼 친숙한 두 사람의 이름이 뜬다. 작곡 조용필, 노래 이승기(사진) ‘여행을 떠나요’.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리메이크(2008년)한 이승기가 태어나기도 전(1985년 발표)부터 가슴을 열어주고 어깨를 출렁이게 한 떼창의 힘으로 2019년 해방의 밤은 장렬하게 실종됐다.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빌딩 숲속을 벗어나 봐요’.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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