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연구·교육 근간 흔든 ‘허위 제1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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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요즘 온 나라의 관심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정치인이 당시 검찰총장 후보를 두고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발언을 해 세간의 빈축을 산 적이 있는데, 조 후보의 경우는 파면 팔수록 의혹만 증폭되는 것 같다. 문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그런데 조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 중 그의 딸에 관한 부분이 며칠 전부터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조 후보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수혜한 장학금의 성격이나 수혜 기준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그보다는 그 딸이 고교생일 때 유수한 의학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에 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발화점이 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사건보다 더 심각하게 보는 듯하며, 급기야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 후보 딸의 입학 무효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 것이라고 한다. 사태가 이리 위중한데도 조 후보는 명쾌한 해명이나 충심 어린 사과도 없이 행위의 ‘적법성’만 강변하고, 이에 대해 ‘국민을 축생(畜生)으로 보느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조 후보 딸의 논문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해 본다.

우선, 어떤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고교생이 학술논문의 제1 저자가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제1 저자란 문자 그대로 그 논문의 가장 주된 저술자라는 뜻이다. 학술논문이 모두 대단한 저술물은 아니지만 이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의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의학 분야의 전문용어들은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것들이다. 고교생이 그것도 고작 2주의 참여로 학술논문을 저술할 수 있다면 왜 수많은 고급인력이 학위 취득을 위해 다년간 노력하겠는가?

조 후보의 딸이 다른 공동연구원에 비해 연구에 상대적으로 많이 기여했다는 변명도 매우 군색하다. 적어도 이 정도의 연구라면 연구의 제안서 작성으로부터 시작해 연구의 결과물인 논문의 완성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렸을 것이다. 이 중 조 후보 딸이 참여한 기간은 약 2주일에 불과한데 그 짧은 기간에 무엇을 얼마나 기여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의학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금으로 수행된 것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고교생을 학술논문의 제1 저자로 표기하는 게 한국연구재단의 연구 규정에 부합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해당 논문의 교신 저자(책임 연구원)인 단국대의 교수는 조 후보의 딸이 해외유학을 가는 데 도우려고 선심을 썼다는 식으로 해명했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자신이 주도한 연구에 대한 모독이다. 학자의 본분은 연구와 후진 양성이고, 연구의 기본윤리는 성실과 정직이다. 공동 저자의 명단을 사적 동기 때문에 조작하는 것은 이러한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다. 선진국의 학자들이 이런 사례를 알게 되면 한국에서 발간되는 학술논문을 어떻게 인식할까?

끝으로, ‘특별전형’에 관한 문제다. 조 후보 딸의 논문 의혹은 바로 특별전형과 직결된다. 근자에 일부 교수들이 자녀들의 특별전형을 위해 그들을 논문 저자로 조작하는 불미스러운 사례가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 다양한 기준을 통한 학생 선발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대학의 특별전형이 현대판 음서 제도(과거(科擧)에 의하지 않고 관리에 특채하는 제도)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대학들은 경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