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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3일(金)
제복에서 양복으로… 시민까지 올라탄 ‘日 극우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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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우익’의 현대사 / 야스다 고이치 지음, 이재우 옮김 / 오월의봄

2차대전 전후 일왕 신격화
총리·재벌 총수 암살하고
테러·점거·쿠데타 등 자행

이젠 샐러리맨풍의 ‘넷우익’
차별·편견 등 분위기 동조

기자 출신 작가의 논픽션
극우의 실체·행태 꼬집어


인터넷 상에 한정됐던 일본의 극우 담론이 거리로 뛰쳐나와 혐한(嫌韓) 발언을 쏟아내게 된 이유와 사회적 의미를 탐색했던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 2013)을 썼던 논픽션 작가 야스다 고이치(安田 浩一)가 이번에는 그 이후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해온 일본 우익 전반을 분석한 ‘일본 ‘우익’의 현대사’를 펴냈다. 전편이 당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넷우익(net右翼)에서 거리로 나온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 모임)로의 진화를 다뤘다면, 이 책은 근본적으로 일본 우익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곤충이 변태하듯 변신해왔는지, 근래 한국 사회에서 관심을 모으는 ‘일본회의’까지 다루고 있다. 기자 출신 문필가답게 일본 우익들의 과거 테러 현장이나 ‘성지’로 여기는 장소 등을 직접 찾고 많은 관련 우익 인사를 만나 엮어낸 역작이다.

책을 보며 먼저 드는 느낌은 몸을 훑고 지나가는 생경함과 섬뜩함이다.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긴 해도, 일본 우익은 1945년 종전(終戰) 전후는 물론 1970년대까지 천황의 존속과 신격화라는 국체호지(國體護持)의 ‘신앙’에 빨려들어 수많은 총·칼·폭탄 테러와 점거, 심지어 여러차례 쿠데타까지 자행했고, 그들 특유의 자결이 난무했다. 이는 현대 문명사회 일반의 정동과 너무 동떨어져 어떤 두려움마저 갖게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우익이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목구멍 안에서 역겨운 느낌이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폭력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더 두려운 것은 일본 국민이 이들의 ‘천황관’에 공감하고 테러를 심정적으로 용인해왔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익이 원료로 삼고 있는 것은 증오와 배타에 가득 찬 사회의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 지난해 매체에 나온 많지 않은 서평을 보면, 진보적 매체조차 일본 우익의 유래와 변신, 국가 권력과의 타협과 연결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평·성찰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본 황실을 비판한 언론인 등에게 여러 차례 자행된 우익 테러가 재갈을 물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가 책의 결론처럼 말하는 일본 사회의 현재는 이렇다.

“(근래) 재특회의 힘이 약해진 이유 중 하나는 재특회가 없어도 될 만큼 사회에 이미 ‘극우 공기’가 가득 찼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 사회의 일부는 충분히 극우화됐다. 우익의 주체는 선전차를 모는 우익도 아니거니와 재특회도 아니다. 극우의 분위기를 탄 일반인이다.”

이전의 ‘거리 우익’이 과거를 회상하는 ‘제복을 입은 우익’이 다수였다면, 지금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샐러리맨 풍의 ‘양복을 입은 우익’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실 가장 우려할 지점이고,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종전부터 1970년까지와 그 이후로 시대 구분을 해 우익의 변신을 다루지만, 종전 이전 제국주의 시대에도 우익 테러는 끊이지 않았다. ‘쇼와(昭和) 테러’ ‘우익 테러리즘의 시대’로 부를 정도였다. 와세다대 출신인 이노우에 닛쇼는 사회운동에 의존하지 않고 요인 암살로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는 일살다생(一殺多生·다수의 국민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의 악인을 죽인다)의 사상을 전파했다. 이것이 우익 폭력의 원천으로, 이후 우익 테러단체인 혈맹단(血盟團)으로 발전한다. 1932년 미쓰이 재벌 총수인 단 다쿠마가 미쓰이은행 본점 현관 앞에서 사살됐다. 여러 정계 거물 암살계획도 밝혀지며 이른바 ‘혈맹단 사건’으로 비화, 14명이 체포됐다. 그중 당시 도쿄제국대 학생 요시모토 요시타카는 1940년 사면돼 전후에 정계에서 막후조정자로, 1993년 탄생한 호소카와 모리히로 내각에서도 ‘배후의 유력 고문’으로 활동했다. 우익 테러에 대한 일본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저자는 “일본에서 우익 테러에 공감이 집중된 이유는 역시 천황의 존재가 컸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익은 체제 타도를 지향하면서도 천황만은 절대적으로 사수하려 했다. 그랬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는 대중에게 의적으로 보였다”고 설명한다. 혈맹단 사건이 있은 지 2개월 후인 5월 15일 무장한 해군 청년 장교들이 총리 관저에 난입해 내각총리 이누카이 쓰요시를 암살한 5.15사건, 이듬해 1933년에는 ‘애국근로당’ 등 우익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쿠데타 미수 사건(신병대 사건), 1936년에는 육군 청년장교들이 일으킨 대규모 쿠데타인 ‘2·26사건’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역사다.

제2차 세계대전 패배는 동시에 우익의 자멸이기도 했다. 전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의 손으로 우익 세력은 무대에서 끌어내려졌다. 그러나 우익은 ‘반공’을 기치로 내걸고 되살아났다. 일부는 야쿠자와도 연계돼 ‘위협과 공갈’이라는 우익의 이미지를 정착시켰다. 1970년대 우익은 ‘반공’을 대신하는 ‘개헌’이라는 새로운 테제를 들었다. 종전 이전의 일본을 지향하는 개헌을 구심력으로 우익은 풀뿌리 대중운동에서 활로를 찾았다. 일본회의와 같은 거대한 대중 조직이 탄생한 바탕이다. 이런 움직임 속에 21세기에 ‘넷우익’이라는 계층이 탄생했다. 기존 우익들은 처음에 넷우익을 백안시했지만, 이제는 양 진영의 경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넷우익을 포함한 우익 세력의 목적은 ‘개헌’뿐 아니라 인종, 반전, 반차별과 같은 전후 민주주의가 키워온 ‘상식’을 부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요 몇 년을 돌아보기만 해도, 차별이나 편견을 부추기는 일본의 ‘극우화’는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아니 끝이 없다”며 “우리는 우익의 망망대해에 살고 있다”고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전한다. 340쪽, 1만6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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