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서 책 빌려온 토끼, 의심없이 책장 넘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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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 / 에밀리 그래빗 글·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이 그림책이 번역 출간됐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어서 소개하고 싶어서 마음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나를 몰입시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도 읽고 나면 독자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장을 닫고 그 세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책이 강한 인상을 줄수록 헤어짐은 아쉽다. ‘늑대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슬금슬금 독자를 향해 다가오는 완벽한 이야기이다. 제목처럼 무시무시한 늑대 이야기가 맞고 동시에 따뜻하다.

작가 에밀리 그래빗은 판화가와 미술 교사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이십 대 중반까지 영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지냈다. 결혼을 한 뒤 커다란 초록색 버스에서 딸을 키우며 살았다. 그러다가 그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브라이턴으로 돌아와 뒤늦게 그림책 작가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가 낸 첫 번째 그림책이 바로 ‘늑대들’이다. 그는 첫 번째 그림책으로 영국 최고의 그림책상인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은 작가가 됐고 2007년 ‘작은 생쥐의 두려움에 관한 책’으로 또 한 번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그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낡은 버스 한 대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도 그 버스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웨스트벅스 토끼굴 공공도서관에 신간 한 권이 도착한다. 도서관 이용자인 토끼는 이 책을 빌린다. 시뻘건 표지가 심상치 않은 책의 제목은 ‘늑대들’이다. 그런데 분류 기호부터 심상치 않다. 분명히 신간이라고 했는데 출납도장을 보니 1991년 7월부터 책을 빌려 간 이용자가 있다. 토끼는 별다른 의심 없이 책장을 넘기지만 독자의 불안은 높아진다. 독자는 세 가지 장면을 한꺼번에 보게 되는데 하나는 토끼가 보고 있는 책 속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책을 보는 토끼이며 또 하나는 정체 모를 존재가 토끼를 뒤따르는 모습이다.

책의 전개에 대해서는 더 말할 수 없지만, 우리가 안도할 수 있게 하면서도 안심할 수 없게 하는 숨겨진 암호를 잘 찾아가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토끼는 어떻게 됐나요?”에 대한 모든 가능한 대답이 책 안에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든 공공도서관의 대출 기록표나 종이 우편물을 손으로 직접 꺼내 열어보도록 만들어져 있다. 독자 여러분은 끝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부탁이다. 40쪽, 1만4000원.

김지은 서울예대문예학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