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파장>北 ‘비핵화 협상 재개 움직임’ 일축

- 리용호 외무상 이례적 담화

“폼페이오는 美외교의 독초”
‘제재해제 관심사’도 명확히

‘대화낙관’김현종 모양새 구겨

북한이 23일 이례적으로 리용호 외무상의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한·미의 비핵화 협상 재개 움직임을 일축하고 나섰다. 북한은 여전히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면서 대화 가능성도 열어놓았지만, 제재 해제가 최대 관심사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특히 북한 측 반응은 전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북·미 간에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힌 것을 곧바로 거부한 것이어서 비핵화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리 외무상은 이날 미국을 집중 공략했다. 비핵화 협상의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언론 인터뷰까지 거론하면서 “폼페이오가 사실을 오도하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돼 있고 조미(북·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인간의 초보적인 의리도, 외교수장으로서의 체면도 다 줴버리고 우리에 대한 악설을 쏟아낸 이상 나 역시 그와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해줄 수 있다”며 ‘미국 외교의 독초’라는 막말 비난도 내놓았다.

또 리 외무상은 미국의 협상 전략을 ‘꿈’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며, 미국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위해 그들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도록 해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북한이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가 아닌 리 외무상을 내세워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고 대미 비난 수위도 실명 비판으로까지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대북제재 해제가 북한의 최대 관심사라는 점도 명확히 하면서 한·미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면 비핵화 협상은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미·북 대화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던 김 차장도 모양새를 구기게 된 상황이 됐다. 김 차장은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에서 한·미 간에 긴밀히 협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비건 대표와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이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공유되고 일이 잘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