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8.14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법원·검찰
[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3일(金)
대퇴골·반지·폐차…오산 백골시신 사건 해결 ‘퍼즐조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백골 시신 신원확인을 위한 공개수배 전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수도권 일대 가출자 등 3만8천여명 추려 시신 신원 확인
전담수사팀 44명 두달간 쪽방살이 끝에 20대 3명 검거


지난 6월 6일 오전 7시 30분께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의 야산 묘지에서 벌초하던 한 시민은 익숙지 않은 흰색 물체를 보고선 일손을 멈췄다.

종중 묘지가 있어서 자주 찾는 곳인데 몇 달 전에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물체여서 그는 가까이 다가가 살펴봤다. 흙 위로 반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람의 대퇴골(넙다리뼈)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여 간 이어진 경찰 수사 끝에 20대 3명이 살인 등 혐의로 붙잡힌 일명 ‘오산 백골 시신 사건’은 이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곳곳에 극적인 순간을 품고 있다.

백골 시신은 처음 발견 당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이 오산은 악명높은 장기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 장소와 인접한 곳이어서 경찰은 해당 경찰서에 사건을 맡기는 대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투입, 사건 해결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수사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며칠 뒤 시신의 주인은 고도의 충치가 있는 15∼17세 남성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왔지만, 대퇴골에서 확보한 DNA와 국과수 데이터베이스상 일치하는 인물은 없었다.

경찰은 오산, 화성은 물론 수원, 평택 등까지 범위를 넓혀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는 가출 또는 장기결석자,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등 15개 항목에 걸쳐 3만8천여명을 일단 추렸다.

이후 일일이 이들의 신변을 확인하는 지난한 작업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났을 무렵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2천276명을 살펴보던 한 형사의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던 눈이 반짝였다.

2천272명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그는 연락이 닿지 않는 나머지 4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둘러보다가 A(지난해 사망 당시 17) 군의 SNS 프로필 사진에서 드문 디자인이지만 자신의 눈에는 아주 익숙한 반지를 보았다. 시신 발견 장소에서 유류품으로 함께 나온 검은색 반지였다.

▲  A 군이 착용했던 반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급히 A 군의 가족 DNA를 확보해 시신에서 나온 것과 대조했고 지난달 25일 둘이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신 발견 49일 만이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A 군의 최종 행적 조사가 곧바로 이어졌고 A 군이 지난해 6월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서 A 군은 B(22) 씨와 C(22) 씨의 지시를 받고 이들이 꾸린 ‘가출팸’(가출+패밀리)에 속한 가출청소년들을 감시했다고 진술했고 이를 파악한 경찰은 B 씨 등이 A 군의 사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B 씨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경찰은 지난해 9월 B 씨가 서울에서 경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달아나 뺑소니 혐의로 입건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B 씨가 사고 이후 이 차량을 찾아가지 않아 서울의 한 견인차량보관소에 그대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거의 폐차상태로 방치돼 있던 문제의 차량에서는 생수통과 마스크, 장갑 등이 나왔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렁크에서 미세한 혈흔이 발견됐고 DNA 검사 결과 A 군의 것으로 나타났다.

B 씨 등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말을 맞출 것을 우려해 진작 용의선상에 올려두고도 B 씨 등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을 자제하던 경찰은 이처럼 확보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B 씨, C 씨와 이들과 함께 A 군을 살해한 다른 동갑내기 1명 등 3명을 살인과 사체은닉 등 혐의로 지난 19일 체포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경기남부청 광수대를 중심으로 한 44명의 전담수사팀이 오산경찰서 한 쪽에 급조한 사무실에서 두 달여 간의 수사 끝에 자칫 또 다른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범죄의 전모를 밝혀낸 순간이다.

경찰 조사와 B 씨 등의 자백에 따르면 B 씨 등은 자신들이 꾸린 가출팸에서 함께 생활하던 A 군이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와 관련해 자신들이 시킨 일이라고 진술한 것에 앙심을 품고 지난해 9월 8일 오산 내삼미동의 한 공장에서 집단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당시 B 씨 등은 A 군의 옷을 벗기고 시신을 묻은 뒤 옷을 차량 트렁크에 뒀다가 불태웠는데 이 과정에서 트렁크에 A 군의 혈흔이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남부청 윤세진 광수대장은 “B 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등 보강수사를 거쳐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이라며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잘못을 저지른 피의자들을 찾아 망자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
▶ 가출 청소년 유인해 살해… 오산 백골시신 범인 체포
[ 많이 본 기사 ]
▶ 임대차法 부작용 속출하는데…또 참여연대에 끌려가는 정..
▶ ‘추미애 아들 사건 지휘’ 동부지검 차장 사의…줄사표 이어..
▶ 문 안 잠긴 모텔방 잠자는 여성 노린 20대 성폭행범
▶ 차관급 인사 9명 대거 교체… 외교부 1차관에 최종건 靑비..
▶ 현충원 안장 한달도 안됐는데…‘백선엽 파묘’ 입법절차 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정권교체” 45% vs “유지” 41%… ..
차관급 인사 9명 대거 교체… 외교부..
검언유착 사건 연수원 27기 ‘얄궂은 인..
“트럼프는 사기꾼·악당…섹스클럽 다..
우려가 현실로 … 서울 반전세 증가폭..
topnew_title
topnews_photo 앞서 출석요구 2차례 불응…경찰 “조사장소 조율중 사고”범죄 혐의를 받던 남성이 경찰의 출석요구를 따르지 않다가 집으로 찾아온 경찰..
mark‘추미애 아들 사건 지휘’ 동부지검 차장 사의…줄사표 이어질 듯..
mark현충원 안장 한달도 안됐는데…‘백선엽 파묘’ 입법절차 돌입한 與..
임대차法 부작용 속출하는데…또 참여연대에 끌려..
우물에 추락 227㎏ 거구, 뱃살이 벽에 끼여 생존
문 안 잠긴 모텔방 잠자는 여성 노린 20대 성폭행범..
line
special news 장예원 아나운서, SBS 퇴사 후 프리랜서 선언
장예원 아나운서가 SBS를 떠난다.SBS는 14일 “장 아나운서가 사표를 낸 것이 맞다. 오는 31일 퇴사한다..

line
[단독] 류호정 “원피스 한 장의 파장, 나도 놀랐다..
‘요지부동 국정’… 文대통령 지지율 40% 붕괴
서울서도 교회발 확진자 폭증…사회적 거리두기 다..
photo_news
‘봉투가 어디 갔지’…이해찬 성금 방송 해프닝
photo_news
손흥민 ‘70m 질주’ 원더골, ‘EPL 올해의 골’ 선..
line
[Review]
illust
美 첫 흑인 女부통령 후보 해리스…‘차명 부동산’ 실형 손혜원
[북리뷰]
illust
‘내 안의 악마를 봤다’… 日병사들의 참회록
topnew_title
number “정권교체” 45% vs “유지” 41%… 총선 넉달..
차관급 인사 9명 대거 교체… 외교부 1차관..
검언유착 사건 연수원 27기 ‘얄궂은 인연’
“트럼프는 사기꾼·악당…섹스클럽 다니고 멜..
hot_photo
강성훈, ‘여고생 밀치고 욕설’?…..
hot_photo
‘카걸’ 유튜브 닫았다…‘테슬라 주..
hot_photo
박기영 “전 소속사 대표 법적조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