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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6일(月)
“선배가 판 깔아주고 삥 안 뜯으면 후배들이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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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유성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 인터뷰

데뷔 50주년 ‘개그계 대부’
페스티벌 슬로건 직접 제작
후배들과 폐막식 공연 마련

내 연기 점수는 30점 정도
사람 한번 믿으면 의심 안해
지리산서 월세 50만원 생활


“제 코미디 연기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저보다 뛰어난 후배들이 너무 많아요.”

23일 제7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개막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전유성(70·사진) 명예위원장을 만났다. ‘개그계의 대부’로 불리는 전 명예위원장은 올해 11개국 40개 팀으로 늘어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뒤에서 묵묵히 후원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9월 1일 폐막식 때 자신의 이름을 건 ‘전유성 쑈쑈쑈’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페스티벌의 슬로건인 ‘부산바다 웃음바다’ 카피를 썼고, ‘볼 때만 성화봉송’이라는 코너도 만들었어요. 하지만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선후배의 가교를 담당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올해는 50주년을 기념해 폐막 공연을 맡았습니다. 2시간 공연 중 저는 15∼20분 정도 하고 나머지는 최양락, 박미선, 오나미 등 후배들이 다 해줄 겁니다.”

전 명예위원장의 든든한 지원, 김준호 집행위원장의 열정으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제는 누구나 가보고 싶은 페스티벌, 지역사회가 주목하는 축제가 되고 있다.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코미디가 한층 주목받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방송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줄어들면서 코미디계가 침체라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이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됐어요. ‘웃음 질량의 법칙’은 유용합니다. 우리도 몰랐던 후배들이 유튜브를 개척하고 있고, 그런 곳에서 또 다른 스타들이 나올 겁니다.”

‘후배들의 멘토’인 전 명예위원장은 늘 자신보다는 후배들을 앞세운다. 어떤 질문을 해도 마지막엔 후배 칭찬으로 끝맺는다. 그래서 그의 주변엔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유난히 많다.

“선배는 판을 만들어주고 삥 안 뜯으면 후배들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연기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한 30점 정도? 저는 35점만 받아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선수가 3할 5푼을 치면 4번 타자가 돼요. 65번 헛방을 치는데도요. 우리의 낙제 점수가 너무 높게 책정돼 있어요. 20점만 받아도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

최고의 멘토이지만 전 명예위원장에게도 본받고 싶은 멘토가 있었다. ‘후라이보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목회자로 변신했던 곽규석(1928∼1999)이다. 그는 1969년 TBC ‘후라이보이의 쇼쇼쇼’의 방송작가로 데뷔하면서 곽규석과 인연을 맺었다.

“곽규석 선배와 저는 스타일이 전혀 다릅니다. 그러나 생활 방식은 어느새 닮아 있더라고요. 쓸데없는 과소비 안 하고 사람을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것. 곽 선배가 처음 본 저에게 당시 집을 2채 살만한 큰돈을 맡겼는데 돈에 관해서 의심하거나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그래요. 33년 같이 일한 매니저에게 맡기고 저는 제 일만 합니다.”

그런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꽂힌 적이 있다. 지난해 경북 청도에서의 오랜 생활을 접고 전북 남원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이권만 챙기고 떠났다는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렸다.

“‘철가방극장’ 등을 운영했던 청도를 떠나온 이야기는 더는 하고 싶지 않아요. 남들은 돈 많이 번 줄 아는데 그런 것 없습니다. 지금도 지리산 자락에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집에서 살아요.”

항상 관객과 호흡하며 별난 도전을 추구하던 그도 어느덧 고희(古稀)를 맞았다. 그러나 나이가 그에게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올해 초 생일에 후배들과 태국 빠이라는 시골동네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70세이지만 하고 싶은 건 여전히 많아요. 이런저런 궁리를 늘 하죠. 다른 70대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젠 안 해본 것을 해도 되는 나이가 됐으니 마음껏 해보시라고요. 그리고 코미디의 부활이요? 그런 건 후배들이 알아서 잘할 거예요.”

부산=글·사진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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