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품격다른 수사물…‘시즌2’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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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ER(왓쳐)’

케이블채널 OCN ‘WATCHER(왓쳐)’는 지방 경찰청 감찰반장 도치광(한석규 분)이 ‘장사회’라는 경찰 사조직을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엄지손가락을 자른 후 살해하며 ‘인간의 의미’를 묻는다는 엽기적인 살인마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그 살인마에게 어머니를 잃은 김영군(서강준 분)이 도치광과 함께한다. 김영군의 어머니 살해범으로 김영군의 아버지가 지목돼 옥고를 치렀는데, 알고 보니 거북이라는 킬러가 범인이었다. 석방된 김영군의 아버지도 거북이에게 희생된다.

거북이는 범죄자들과 장사회의 비밀에 접근하는 사람들 모두를 살해했다. 거북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와 누구든 거북이가 될 수 있다는 모호함, 언제든 거북이에게 습격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초중반 강력한 몰입을 이끌어냈다. 도치광 역의 한석규가 광기 어린 웃음으로 마치 거북이 같은 분위기를 풍겨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도치광의 수사로 거북이가 장사회가 포섭한 경찰 킬러들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거북이에게 살해당한 김영군의 아버지 김재명이 바로 장사회의 창립자라는 충격적인 진실도 드러난다.

잘못된 선택이 비극적 결과를 낳은 것이었다. 김재명은 과거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손가락을 부러뜨려 범죄자를 무력화하는 기술을 후배들에게 가르쳤다. 그의 팀이 손가락을 부러뜨린 범죄자가 팀 수사관 딸의 손가락을 잘라 복수한다. 이에 분노한 수사관의 복수심을 장사회가 이용해 킬러로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그 수사관은 사람 같지 않은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인간의 의미’를 물으며 엄지손가락을 자르는 거북이가 됐고, 그 행동방식이 다른 거북이에게 이어졌다. 그렇게 길러진 신진 거북이에게 김재명은 결국 엄지손가락을 잘리고 살해당한다. 경찰이 선택한 잘못된 폭력이 돌고 돌아 자신에게 미친 것이다.

김재명은 또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말미암아 탈법 수사로 범죄자를 잡아내자는 ‘장사회’를 조직한다. 엘리트 사조직인 것 같았던 장사회는 알고 보니 탈법 수사하다 걸리면 옷 벗고 장사나 하자는 자조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일단 시작된 탈법조직은 그 자체의 동력으로 덩치를 키워나갔고 결국 살인을 서슴지 않으며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사조직으로 발전한다. 이것을 막으려던 김재명은 장사회가 보낸 거북이에게 부인과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 된다.

악에 대한 분노와 정의에 대한 신념으로 선택한 공권력의 탈법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타락을 초래하고, 은폐하기 위해 선량한 사람까지 해치는 괴물이 되며, 종국엔 그 화가 창립자에게 미친 것이다. 또 다른 창립자도 거북이 손에 죽는다. 도치광은 범죄에 대한 신념으로 증거를 조작했다가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분노, 정의, 어떤 이유로든 공권력이 정도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주제의식이다. 폭주하는 공권력은 스스로 악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막기 위해선 감시자(‘왓쳐’)가 필요하고, 잘못을 잡아냈으면 이런저런 사정 보지 말고 즉시 소리 내서 말하라고 작품은 말한다. 그래야 공권력이 바로 선다는 것이다. 도치광이 경찰을 감시하는 ‘왓쳐’가 되고, 김영군이 도치광의 ‘왓쳐’가 되는 시즌2가 기다려지는 수작이다. OCN에서 또다시 괜찮은 장르물이 나왔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