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대통령의 ‘아집(我執)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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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집권 2년에 망가진 대한민국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 폐해
曺國 집착에 스윙보터 떠나

평등·공정·정의 가치 상실
韓·日 균열에 韓·美도 흔들
광장에 새로운 촛불 켜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 서두에 강조한 얘기다. 통합과 공존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는데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국제적으로 동네북 신세가 됐고, 국내적으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만으로도 심상치 않다.

집권 2년 반도 못 돼 왜 이렇게 됐을까.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을 정도로 국민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70년의 피와 땀이 있었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아무나 무시하는 ‘흔들리는 나라’가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야당 대표 시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 남았다”고 비판했는데 지금 문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똑같은 모습이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는 확고한 소신과 비전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옳은 방향일 때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은 소신은 고집과 아집(我執)의 형태로 나타나고, 국가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 고집이 더 세다”고 했다. 한 번 정하면 자신의 입장을 좀처럼 바꾸지 않고 고집해서 답답하다는 의미에서 ‘고구마’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섣불리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2012년 대선 때부터 자신을 도와준 인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격하게 공감하는 몇 사람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을 법무장관에 임명시키려 했지만, 당의 반대에 막혀 포기했는데, 지금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반드시 법무장관에 임명시켜 후계구도까지 가겠다는 심산이다. 그때와는 달리 당도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의 역풍에 직면해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조 후보자가 적합하다는 여론이 42%였지만 지난 22∼23일 조사에서는 18%로 급락했다. 경제·외교 실패 속에서도 그나마 문 대통령을 지지해 왔던 중도층 즉 ‘스윙 보터’들의 이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말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자신의 딸에겐 온갖 특혜와 편법·불법을 마다하지 않은 조 후보자에 대해 많은 국민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문 정권의 핵심 가치인 공정과 정의가 뒤집혔는데도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포기하지 못하면서 ‘문 정권 = 조국’으로 격상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정윤회 문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민심과 멀어졌듯이, 조 후보자는 문 정권의 변곡점이 되고 있다. 지금 지명을 철회한다 해도 상처가 크겠지만, 임명을 고집한다면 민심의 쓰나미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될 때는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인사를 하지 못할 때, 여당이 대통령 정책에 반기를 들 때, 여권의 기밀이 새어나갈 때를 꼽는다. 지금 이런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벌써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문제만 해도 문 대통령 고집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징용 판결 이후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낙연 국무총리 등의 건의를 묵살하고 ‘원칙 대응’이라는 도그마에 갇혀 문제를 키웠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갑작스러운 파기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효용성이 있다고 했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난 강경화 장관은 ‘유지’에 무게를 실었는데 그들도 모르는 사이 파기로 결정 났다. 대통령과 일부 참모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지소미아 파기라는 나비의 날갯짓이 한·미 동맹 균열이라는 엄청난 태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여권 인사들은 조 후보자를 끝내 임명할 것이고 일본과도 화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번 정하면 바꾸지 않는 문 대통령의 성향 때문이다. 이럴 때 류성룡이나 서희 같은 훌륭한 참모가 필요하지만 문 대통령 주변엔 되레 상황을 오도하는 참모들로 넘쳐 난다. 대학가와 광장에서는 새로운 촛불이 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