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자강 강조한 文대통령… 직접 비난 대신 日변화 촉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日시민들 “한국과 대화로 해결하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일본 시민들이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 ‘한국을 적대시하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백색국가 韓제외’관련 메시지

수위조절 하며 일단 관망세
“지소미아 종료시점 11월까지
韓 생각 바꿔야” 美도 달래기
韓·日 양국 모두 강경 입장에
적극적 유화 제스처는 힘들듯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극일(克日)과 자강(自强)을 강조했지만,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하는 등 다소 수위를 조절한 대일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초강경 반격 카드를 내놓은 이후에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며 일본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전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가 흔들리고 정치적 목적의 무역보복이 일어나는 시기에 우리 경제는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경제를 지키려는 의지와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비판 차원이지만 일본을 직접 언급하거나 과격한 표현 사용은 피해 나름의 수위 조절을 거친 메시지로 읽힌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라는 강공을 취한 상황에서 일본의 반응을 관망하는 한편, 반발하는 미국을 달래기 위한 포석도 감지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이 한·일관계의 복원을 위한 대화에 성의있게 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 이날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 당분간 입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는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제외 조치 시행에 항의했지만, 일본 측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에 연일 수위를 높여가면서 직접적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7일에는 “지소미아 종료 시한인 11월 22일까지 한국이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며 시한까지 제시하면서 압박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과에 불만족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재고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 같은 후폭풍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로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 등 파격적인 대일 유화 제스처를 내놓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우리 정부의 강공에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을 강행하면서 한국이 한·일 협정 위반 상황을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만큼, 문재인 정부로서도 외교적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워싱턴=김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