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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30일(金)
‘공감’이 세상 바꾼다고?… “모두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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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은 세상을 공정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인간의 능력으로 지나치게 강조돼 왔다. 공감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차별과 폭력도 간과할 수 없다. 자료사진

- 공감의 배신 / 폴 블룸 지음, 이은진 옮김 / 시공사

예일大 심리학 교수인 저자
“비이성적·부당한 결정 유도
차라리 없을때 더 나은 판단”

인류에 영향이 큰 사건보다
1명에 더 관심 쏟는 오류도
데이터 통해 “비생산적” 주장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의 시대’란 책에서 “공감(empathy)이라는 이타성과 공정성의 발현은 결국 종의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라면서 “우리는 지금 이성의 시대가 아니라 공감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으로 인해’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고, 따라서 인류의 미래도 ‘공감으로 인해’ 밝다는 것이다. ‘공감’에 관해 수많은 멘트를 남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둘 사이의 충돌이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천지원수인 둘이 서로 ‘공감’할 때 뿌리 깊은 갈등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만약 나치에 ‘공감 능력’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홀로코스트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들도 있고 거기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공감’은 언제부턴가 모든 분야에서 ‘절대선’처럼 됐다. 이 책의 저자인 폴 블룸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제목이나 부제에 ‘empathy’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검색했더니 1500권이 넘게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감에 관한 책이 꽤 많이 출판됐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공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이라는 용어는 마치 도덕, 친절, 연민의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서로 공감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처럼 말해진다. 공감이 세상을 구원할 것으로 믿는 진보 학자나 정치인은 부지기수다.

책의 저자 블룸 교수는 공감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말들을 “모두 헛소리”라고 규정하고 “공감에 반대한다”며 지금까지 공감 담론을 걷어차 버린다. 그는 “공감은 형편없는 도덕 지침이고, 도덕의 견지에서 보자면 우리에게는 공감능력이 없는 편이 낫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어, 공감은 “어리석은 판단에 근거할 때가 많고”, “무관심과 잔인함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비이성적이고 부당한 정치적 결정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의사나 환자의 관계처럼 중요한 관계를 좀먹고, 친구나 부모, 남편, 아내로서의 역할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공감’이 말이다.

이 정도면 ‘공감’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끌어내려 진 셈이다. 2016년에 이 책(원제:Against Empathy)이 미국에서 출간됐을 때 상당한 반론을 불렀다. 저자는 “공감에 반대한다고 했더니, 내가 마치 새끼 고양이나 세계평화에 반대한 듯했다”고 말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공감이 적어서 세상이 이 모양이 되었나?”하는 ‘공감’이 들기도 한다.

늘 사용해왔지만, ‘공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저자는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경험하는 행위다”라고 정의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탐구하는 공감의 의미이자, 가장 전형적인 공감의 정의라는 것이다.

저자는 공감이 현대사회에서 자주 거론된다는 건, 인간이 가진 감정적 본성의 이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하면서 이후 철학자들에서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는 게 일반적 흐름이 됐으며, 도덕의 영역에서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이성에 의한 숙고나 추론은 무시되고 공감, 분노, 혐오, 사랑과 같은 직감(直感)에 따라 결정돼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는 일상에서 이성적이고 신중한 추론의 가치를 옹호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한다.

공감에 관한 논의에서 저자의 대전제는 “인간은 선천적 평등주의자가 아니며, 자기 종만을 편애했기 때문에 진화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같다. 따라서 공감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기본적이고 감정적인 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저자는 보는 듯하다. 저자에 따르면, 공감의 힘은 우리의 도덕적 결정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감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몰고 가 세상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컨대, 공감은 특정인에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빛을 비추는 면적이 좁고 제한적이다. 정부나 개인들이 수백만 명 또는 수십억 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보다 우물에 빠진 어린아이 1명에게 더 관심을 쏟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감은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어서 지역이기주의와 인종차별주의 쪽으로 우리를 몰고 간다. 대개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공감에서 시작됐다.

의사나 상담치료사들에게 ‘공감 능력’이 조금 더 있다면 환자를 치료하는 일을 더 잘해낼 것이라는 말들은 일반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 경우 이성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는 ‘공감’은 치료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가족 등 친밀한 관계에서도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타자 중심적인 관계형성은 서로의 발전이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인간에게 이성을 바탕으로 숙고하는 능력이 있고,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도덕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선한 결과를 가져올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오히려 공감이 없을 때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아닌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공감’이 결국에 더 ‘비생산적’이라는 논지를 펼친다. 348쪽, 1만 7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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