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3시간22분 대역전 드라마… “나달 나와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현이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4위·스페인)를 상대로 강력한 리턴샷을 구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US오픈테니스 3회전 진출

세계 34위에 0-2 뒤지다 3-2
내달 1일 나달과 16강행 다퉈

세트 스코어 0-2. 패색이 짙었지만 정현(170위·제네시스 후원)의 사전에 포기란 단어는 없다. 이를 악문 정현은 3세트부터 반격을 전개, 믿기지 않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정현이 올 시즌 테니스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총상금 5700만 달러) 남자단식 2회전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정현은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3시간 22분 혈투를 펼쳐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4위·스페인)를 3-2(1-6, 2-6, 7-5, 6-3, 7-6)로 제압했다.

정현이 메이저대회 3회전(32강)에 진출한 것은 2017년 프랑스오픈 3회전,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정현은 3회전 진출로 상금 16만3000달러(약 1억9700만 원)를 확보했다. 정현의 종전 US오픈 최고 성적은 2015, 2017, 2018년의 2회전이다.

정현은 1, 2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줬지만 3세트를 가져오며 분위기를 바꿨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앞세워 4, 5세트를 내리 따냈다.

1, 2회전을 모두 5세트 접전 끝에 승리한 정현은 3회전에서 2번 시드이자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인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맞붙는다. 나달은 이날 서나시 코키나키스(203위·호주)와 2회전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코키나키스가 기권, 힘들이지 않고 3회전에 올랐다. 정현과 나달의 3회전은 이틀 뒤인 9월 1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정현은 지금까지 나달과 두 차례 만났으나 모두 0-2로 패했다.

3세트에서 정현의 포핸드가 살아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6-5에서 정현은 마지막 게임을 마무리하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4세트 4-3에서 베르다스코가 두 번의 더블폴트를 범한 데다 포핸드 스트로크가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면서 정현은 힘을 얻었다. 마지막 5세트. 정현은 타이브레이크에서 첫 포인트를 잡았고 5-0까지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베르다스코는 이번 대회를 포함, 66회 연속으로 그랜드슬램에 출전했지만 정현의 투지에 고개를 숙였다. 2018년 4월 개인 최고인 세계 19위까지 올랐던 정현은 발목과 허리 부상으로 170위까지 떨어졌다. 정현은 그러나 지난달 말 청두챌린저에서 5개월 만에 복귀, 정상에 올랐고 올해 US오픈 예선과 본선에서 5연승을 거두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