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가짜뉴스’라는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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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얘들아, 시험·학비·공부 다 필요 없어. 울 아빠 조국이거든!’ 야당이 길거리에 내건 현수막이지만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대학과 대학원에 입학할 때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2번이나 낙제하고도 6회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필기시험과 장학금만큼 중요한 건 없다. 문재인 정권이 내세우는 정체성은 공정과 정의다. 절망한 대학생들이 ‘촛불’을 든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들의 심정도 억장이 무너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핵심 인사들까지 나서서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공공연히 공격한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가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그들이야말로 가짜뉴스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가짜뉴스를 처벌하기 위한 입법까지 시도하고 있다. 집권세력의 이런 인식에 따르면 정권 비판은 모두 가짜뉴스가 돼 처벌 위험에 처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국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달 27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검찰이) 관계기관에 협의를 안 한 전례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이전까지 나온 것은 언론의 과장 보도,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일보가 법무부령인 ‘검찰 보고 사무규칙’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검찰은 수사 과정을 법무부에 사후 보고하게 돼 있으며, 압수수색 계획을 사전에 보고하라는 규정은 없었다. 검찰 관계자도 “압수수색 전에 법무부는 물론 여당 대표나 당사자와 협의하는 그런 규정은 없다. 앞선 국정농단, 사법농단 수사에서도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당 대표가 가짜뉴스를 퍼뜨린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수시로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4월까지 그의 발언들을 팩트 체크한 결과 하루 평균 12번, 모두 1만111번이나 거짓말한 것을 밝혀냈다.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한다. 문 정부 주요 인사들은 그런 나쁜 것만 흉내 내는 것 같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행태에 맞서고 있다. 한국의 제대로 된 언론들도 그렇게 할 것이다. 권력의 가짜뉴스 캠페인에 부화뇌동하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