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전략도 없이…‘국익’으로 포장된 ‘자주’ 외치는 정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태국식 인사하는 文대통령 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첫 방문국인 태국의 방콕 돈 므앙 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태국 정부 관계자들과 태국식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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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흔드는 文정부

지소미아 종료·대사초치 등
美와 동맹불협 행보 잇따라

美정부 압박에 맞대응 논리
동맹좌표 재설정 무게 불구
트럼프에 통하지 않을 우려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수도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사실상 주한 미국대사 초치,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 방침 발표 등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비칠 만한 행보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 갈등 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해석부터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한·미동맹의 새로운 좌표 설정을 꾀하는 측면이라는 시각까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 추진 방안을 결정한 것은 최근 청와대가 잇달아 발신하고 있는 ‘동맹보다 국익 우선’이라는 대미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지난 8월 말 동해영토수호훈련(독도방어훈련)에 대한 미국의 우려 표명에 “아무리 동맹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 해도 국익 앞에 어떤 것도 우선시 될 수 없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8월 28일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거듭 밝히고 있는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국익 우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를 실현할 전략이 무엇인지 모두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맞대응’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청와대가 동맹을 거칠게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팃포탯(tit for tat·맞대응) 전략을 펴고 있을 수 있다”며 “방위비 협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주한미군 기지 반환 문제를 갑자기 들고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일갈등 중재에 소극적인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 차원도 있어 보인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발표 직후 미국을 찾았던 김현종 2차장이 8월 12일 “미국에 가서 중재 요청을 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제가 왜 중재를 요청하나, 뭘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된다”며 감정 섞인 반응을 내놓은 것이 그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한·미동맹 좌표를 새로 설정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부상 속에서 한·미동맹에만 기대는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맞불’ 대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심각한 한·미동맹 균열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