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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02일(月)
대법원 ‘묵시적 청탁’ 인정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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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최근 대법원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 등을 받는 전 대통령과 기업인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해 다시 재판 받도록 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재판부가 뇌물을 뇌물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했다고 파기환송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3년을 끌었던 국정농단 사건의 법리적 쟁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관련해 법리적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사건의 핵심적 쟁점인 구정권의 비선 실세라 불리던 최순실 씨의 딸에게 지급됐던 말 3마리 구입액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급된 금액을 뇌물로 볼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부정한 청탁, 청탁의 반대급부인 금품의 존재, 대가성 등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작금의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은 확실한 증거에 기초해 명확해야 한다.

이번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그 혐의에 대한 쟁점은 부정한 청탁의 범위와 구체성이라 할 수 있다. 청탁과 관련해서는 부정청탁금지법도 있지만, 형법에서 청탁은 주로 뇌물죄 또는 배임수증재죄 등에서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이미 대법원은 ‘형법상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또한,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뤄지더라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동안 사법부는 판례를 통해 때때로 묵시적인 부정청탁을 인정해 왔다. 이번 판결에서도 이 부회장이 영재센터를 금전적으로 지원한 것은 경영권 승계의 도움을 받기 위한 묵시적 부정청탁과 함께 건넨 뇌물이라고 했다. 이 묵시적 부정청탁에 대해 2심에서는,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청탁의 내용이 그리 구체적일 필요가 없으며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서 논란이 되는 묵시적 청탁은 청탁의 방법에 관한 것이다. 묵시적이란, 언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뜻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민사사건도 아니고, 법치국가 원리와 죄형법정주의에 기초하는 형법을 적용하는 형사사건에서 이 용어를 사용·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형법이 부정한 청탁만 언급하고 있어서 묵시적·명시적 청탁을 불문하고, 법원은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청탁의 여부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다.

뇌물죄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의 인정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이고, 묵시적 청탁인지 여부는 아니다.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전 대통령이 도와줄 것으로 생각하거나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줬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줄 동기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청탁을 인정했다.

형사재판에서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긴다고 해도, 사실의 인정은 어디까지나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하므로 국민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해도 범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헌법은 사법부에 대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적 양심으로 재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공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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