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유권자 1인2표 행사… 300석중 75석을 정당득표율로 배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처리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8월 23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정개특위 통과한 準연동형비례대표제

정의당 최대 수혜 예상돼 한국당 반발… 여론도 ‘찬반 팽팽’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득표율기준 지역구 당선자外
남는 의석의 50%만 배정
11월27일 본회의 표결 가능

20代 총선 시뮬레이션 땐
민주당 123석 → 107석
당시 새누리 122석 → 109석
국민의당·정의당 크게 늘어
제1야당 한국당 ‘패싱’ 우려

여론조사 贊 37% vs 反 33%
각 당마다 이해관계 복잡
최종 처리까지는 진통 예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8월 2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 개편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이날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비례성을 강화해 선거에 나타난 표심과 의석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범여권의 안정적인 의석수 확보를 위한 ‘개악(改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기간(최장 90일)과 본회의 부의를 남겨두고 있다. 여야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해 최종 법안 처리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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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만약 A 정당이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했다면 전체 의석의 10%를 가져가는 제도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 1표 등 1인 2표를 행사하고,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최종적으로 얻는 의석수를 각 정당에 배분한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운다. 예를 들어 현행 300석을 기준으로 민주당이 정당득표율 40%를 얻었다면 민주당이 가져가는 의석은 120석이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10석을 확보했다면 민주당에 할당된 120석에서 지역구 확보 의석 110석을 제외한 10석이 비례대표로 배분된다. 만약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21석 이상을 얻었다면 비례대표는 1석도 받지 못하게 된다.

현행 선거법은 소선거구제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제를 별개로 운영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 비례대표는 미리 정한 명부의 순서에 따라 부여되며 지역구 의석수와는 관계가 없다. 민주당이 지역구 110석을 얻고 3% 미만 득표율 정당을 배제한 최종 정당득표율이 40%라고 가정했을 때 민주당은 47석의 40%인 18.8석을 비례대표로 받아 최종 의석수는 128석 또는 129석이 된다.


② 향후 패스트트랙안 처리 절차

지난달 29일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은 법사위에서 최장 90일 동안 체계·자구 심사를 받는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90일을 모두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의결된 채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최대 60일을 논의할 수 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 재량으로 부의 기간을 생략할 수 있어 이르면 오는 11월 27일부터는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재석 의원 과반 찬성 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7명이어서 민주당은 149명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③ 여야 4당 어떻게 추진해왔나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지난해 11월 2019년도 예산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동시 처리를 요구했다. 이후 예산안만 별도로 처리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0일간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15일 민주당·한국당 등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합의를 근거로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였고, 한국당은 도입을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하지만 여야 4당은 정개특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 들어갔고, 지난 3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에 합의했다.

이후 여야 4당은 한국당과의 협상이 어려워지자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지난 4월 30일 한국당의 물리적인 반대를 뚫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성공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에도 여야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여야는 합의로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6월 말에서 8월 말로 2개월 연장했다. 정개특위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여당은 올해 내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정개특위 1소위를 열어 법안을 전체회의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법안 처리를 늦추려 했으나, 민주당은 정의당·평화당·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의 협조 속에 안건조정위를 끝내고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했다.


④ 선거법 개정안 주요 내용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이 유지된다. 지역구 의석은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증가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정안의 핵심 내용으로, 비례대표 75석은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가 적용된다. 비례대표는 먼저 연동형 숫자가 정해지고, 그다음 병립 의석이 배분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총 300석 중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진다. 각 정당은 이 정당별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고 남은 의석수의 절반을 연동형 비례대표로 받는 구조다. 100% 연동형이라면 지역구 당선자를 빼고 남은 의석수 전체를 받지만, 이번 개정안은 50%만 연동하는 게 차이점이다.

75석 중 연동형 비례대표로 결정된 의석을 제외하고 남은 잔여 의석(병립 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2차로 배분되는 것도 특징이다. 각 정당은 총 비례대표 의석수가 확정되면 내부적으로 석패율제(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자당의 6개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당선자를 확정한다. 또 개정안에는 유권자 연령을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⑤ 적용할 경우 의석수 변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여야 4당 합의 선거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하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23석을 얻은 민주당의 의석은 107석으로 16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새누리당도 122석에서 13석이 줄어들어 109석이 된다. 이와 달리 당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22석, 8석을 더 얻게 된다. 지역별 의석수도 달라진다. 서울의 경우 49석에서 42석으로,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은 40석에서 35석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은 25석에서 22석으로 각각 감소한다. 인천·경기 지역도 73석에서 70석으로, 광주·전북·전남·제주 지역은 31석에서 25석으로, 대전·세종·충북·충남·강원 지역도 35석에서 31석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⑥ 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

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의 의석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하고 정의당과 손을 잡으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여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2중대 정당을 원내교섭 단체화하려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수차례 비판했다. 한국당 입장으로서는 자당의 의석수가 줄어드는 점도 골칫거리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다당제가 형성되면서 국회 권력이 분화할 수 있다는 점이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대신, 한국당은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 정수를 10% 줄여 270석으로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발의했다.


⑦ 여야 4당안에 대한 국민 여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다만 패스트트랙 절차가 진행되면서 선거제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국민 여론은 악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제 개혁을 주도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상당 부분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좋다’는 응답은 37%, ‘좋지 않다’는 응답은 33%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이 지난해 11월 넷째 주 실시한 조사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인 답변이 42%, 부정적인 답변이 29%였다. 6개월 사이 긍정과 부정 응답의 격차가 13%포인트에서 4%포인트로 줄어든 셈이다.


⑧ 과거 선거법 처리 과정

합의 처리가 관행이었다. 2002년 3월 처음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선거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당시 여야가 합의하게 된 배경에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후보의 총득표수에 따라 나누는 ‘1인 1표 비례대표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1인 2투표제’가 처음 실시됐고, 전체 의석 299석 중에 지역구는 243석, 비례대표는 56석이었다. 제19대 총선을 앞두고는 의원 정수가 300석으로 한 석 늘었다.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역구 3석을 늘리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통폐합 대상에 대해선 각자의 이해관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새누리당은 영남과 호남의 선거구를 각각 2석씩 줄이고 비례대표 1석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고, 민주당은 영남 2석과 호남 1석을 줄이는 안으로 맞섰다. 여야의 ‘밥그릇 싸움’으로 선거인 명부 작성에도 차질이 생기자 선관위가 국회의원 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국회의원 증원을 하지 않겠다는 게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이를 거부했던 여야도 줄다리기 끝에 총선을 44일 앞두고 결국 ‘300석’ 안을 수용했다.


⑨ 여야 추가 협상 가능성

민주당은 정개특위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당과의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인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은 8월 29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불가피하게 법안을 처리했는데 최종 의결된 것은 아니고 시간만 줄인 것뿐”이라며 “협상하기 위해 의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계속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논의 테이블을 강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처리 절차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오는 10월 중순쯤 국정감사가 끝난 후 민주당이 협상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선거제도와 관련한 협상은 일절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개특위 의결 후 “정치 협상은 없다”고 단언할 정도다. 여당의 의도대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한국당도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⑩ 여야 4당 공조 유지될까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고 정개특위 문턱까지 넘을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여야 4당의 공조 체제였다. 민주당과 정의당에 더불어 바른미래당·평화당이 이를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에 합의했고, 정개특위 처리 과정에서도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과 평화당에서 탈당한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소속 이용주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막상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는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정계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팽배하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이미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추진 자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대안정치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호남 지역구 축소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당의 한 의원도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면 아마 부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아직 변수가 많다는 게 전반적인 전망이다.

김병채·김유진·윤명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