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Deep Read] 셀프청문회 반전 기대하지만… 여론은 이미 ‘응징의 선’ 도달

■ 조국 여론조사에 담긴 민심

“장관 부적절” 응답 57 ~ 60%까지 치솟아… 20대·주부·중도·서울서 분노 커져
빅데이터 분석서도 ‘부정적’ 연관어가 3배로 많아… 文정부 촛불정신마저 ‘흔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소명하겠다며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회피하는 ‘셀프 청문회’를 통해 장관 임명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당·청은 ‘셀프 청문회’ 후 여론 반전의 모멘텀이 형성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실제 장관 임명 찬성 여론이 결집하는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이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후보자의 국회 기자 간담회라는 ‘반칙과 특권’이라는 편법을 통해 나타난 변화다. 민심은 이미 ‘여론 60%의 법칙’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부적절’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뒤로 후보자의 국회 내 기자 간담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장관 임명의 적절성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적절’ 응답이 늘어가는 추세다.

첫째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여론의 강도’다. KBS가 실시한 1차 조사(8월 15∼16일)에서 조 후보자 지명에 대해 ‘적절하다’는 42%, ‘부적절하다’는 36%였다. 그런데 일주일 후 실시한 KBS 2차 조사(8월 22∼23일)에서는 ‘적합’이 18%로 급락했고 ‘부적합’은 48%로 급상승했다. 하루 뒤 중앙일보(8월 23∼24일) 여론조사에서는 임명에 60.2%가 반대했고 찬성은 27.2%에 불과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8월 27∼29일)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가 57%로 60%에 육박했고 ‘적절하다’는 27%에 그쳤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여론의 ‘변화 추이’다. 약 2주일 기간 동안 ‘부적합’ 평가는 지속 상승 경향(36%→48%→60%→57%)을 보인 반면 ‘적합’은 줄어드는 경향(42%→18%→27%→27%)을 나타냈다. KBS 2차 조사에서 ‘유보 비율’이 34%였지만 한국갤럽 조사에서 16%로 크게 준 것은 의혹을 접하는 시민의 판단이 명확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또 이념적 중도층의 ‘부적합’ 비율이 60%로 ‘적합’(26%)을 압도했다.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서울 지역에서도 ‘부적합’ 여론이 63%로, 대구·경북(66%)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왔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조 후보자 딸의 처지와 직접 비교되는 20대, 학생, 주부층 등 ‘민감 반응 계층의 여론’이 심상찮은 점이다. 20대 젊은 세대에서 ‘적합’ 의견은 23%로 60대 이상(13%) 다음으로 낮았다. 학생층에서는 ‘적합’ 비율은 단지 10%에 불과했고 ‘부적합’은 55%나 됐다. “자식에게 조국처럼 못 해줘 미안하다”고 열패감을 토로했던 주부층에서의 ‘적합’ 의견은 18%, ‘부적합’은 62%였다. 리얼미터·tbs 조사(8월 28일)의 경우 조 후보자 임명 반대 여론이 54.5%였는데 임명 찬반 비율이 20대에서는 29.1% 대 62.1%, 중도층에선 36.6% 대 60.3%, 주부층에서 26.4% 대 65.0%, 서울 지역에선 39.9% 대 57.8%였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 중 하나는 조국 임명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까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리얼미터·tbs 8월 3주(19∼23일) 조사에서 국정 수행 부정 평가(50.4%)가 긍정 평가(46.2%)보다 높은 데드 크로스가 발생했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50%를 넘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었다. 8월 4주(26∼28일) 조사에서도 부정이 여전히 50.8%, 긍정은 45.7%였다. 한국갤럽 8월 5주(27∼29일)에서도 부정(49%)이 긍정(44%)보다 높았다. 서울(39%), 무이념층(35%), 무당층(25%), 소득하층(33%), 주부(33%) 등에서 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이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위험 신호로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도 비슷한 결과를 제공한다. 국내 최고 빅데이터 분석 기관인 타파크로스의 ‘트렌드 분석’ 기법을 통해 매스미디어,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조국 후보자’ 단어를 검색한 결과 조 후보자가 지명된 지난 8월 9일부터 8월 17일까지 총 버즈양은 1만5368건이었고, 감성 연관어 분석에서 긍정(47.1%)과 부정(52.9%)이 비슷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8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버즈양은 32만4022건으로 무려 20배 이상으로 급증했고, 감성 연관어 분석에서 부정(77.0%)이 긍정(23.0%)의 3배 이상이었다.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조사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여론 60%의 법칙’이다. 첨예한 이념 대립과 진영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60% 정도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그것이 대세이며 그것을 거부하면 민심이 응징한다는 것이다. ‘부적격’과 ‘반대’ 여론이 60% 정도 형성된 상황에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 여권의 대권 주자와 유력 인사들이 앞다퉈 조 후보자를 옹호 혹은 비호하는 것은 민심을 위반하는 행위일 뿐이다.

두 번째 메시지는 이번 조국 사태가 공정·정의·평등이라는 촛불 정권의 핵심적 가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항간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신(新) 적폐를 쌓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에서도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60.2%)하는 이유로 ‘여러 의혹 때문에 공정·정의 등을 내세울 자격이 없어서’가 51.2%로 가장 많았다. 문 대통령이 ‘지명 철회’하거나 조 후보자 스스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조사 결과다.

세 번째 메시지는 여론이 조 후보자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 파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조국 장관 후보 인사검증 청문회에 가족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패륜적이며 망신주기식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KBS 조사를 보자. 그 조사에서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 청문 과정에서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검증이 필요하다”가 70%로 “필요하지 않다”(25%)는 의견을 압도한 것으로 나온다.

여론이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당·정·청에 부탁한 것은 생뚱맞다. 이는 조 후보자의 딸과 관련한 여론의 분노와 민심 이반을 불공정한 입시 제도의 문제로 돌리면서 ‘물타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내심은 적절한 경로를 밟아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사에는 불행히도 ‘국정 실패 불변의 법칙’이란 게 있다. 역대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고 오기를 부리고 불통으로 치달을 때 예외 없이 실패를 경험했다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었다.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국 부적절’ 여론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여론에 나타난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고 실천하는 길이다. 지금이 바로 실패냐 신뢰 회복이냐를 가르는 변곡점이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 대한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조국을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촛불 정권을 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명지대 교수

■ 세줄 요약

여론조사 관전 포인트 : ‘여론의 강도’ 측면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보다 월등히 많고, ‘여론 변화의 추이’ 측면에서 부정 여론이 점차 높아지는 반면 긍정 여론이 점점 낮아지며, 민감 반응 계층에서의 ‘적합’ 여론이 굉장히 낮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 트렌드 분석 방법론에 따르면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이 불거진 8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버즈양은 32만4022건으로 무려 20배 이상으로 급증했고, 감성 연관어 중 부정(77.0%)이 긍정(23.0%)의 3배 이상이었다.

종합 메시지 : 조국 임명 반대 여론이 60%에 근접하고 있다. 이를 거스르면 민심이 응징할 수 있고, 문재인 정부의 촛불 정통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될 수 있으며, 민심은 조국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 파악을 요구하고 있다.

■ 용어 해설

트렌드 분석 : 빅데이터 조사에서 현재와 과거의 자료나 추세에 근거해 다가올 미래사회 변화의 모습을 투사하는 수학적·통계적인 분석이다. SNS 등에 나타난 버즈(buzz)양, 즉 특정 이슈나 주제에 대한 언급량을 측정해 산정한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미래의 추세를 예측할 수 있다.

여론 60%의 법칙 : 진영 대결이 분명한 상황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찬반을 물을 때 어느 한쪽에 60% 안팎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이를 대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으로,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다. 통계 이론적으로는 단순 오차범위를 넘어 상당한 차이가 있어야 60%라는 여론이 형성된다고 한다. 여론 60%에 나타난 민심을 거스르려 할 때 저항을 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