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완공 전 ‘잠적’·계약과 다른 공사 ‘배째라’… 리모델링 분쟁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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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인테리어 리모델링 소비자 피해 속출

소비자원 피해 접수 304건중
1500만원 미만 소액공사 74%
보상 이뤄진 사례는 30% 불과

건축자재 가격·브랜드·규격 등
계약서에 꼼꼼하게 기재해야
하자·누수공사땐 현장 지켜야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 많아져
중개업체 의뢰하는 것도 방법

경기 평택시에 사는 김현영(48) 씨는 다세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월세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견적비는 모두 2억5000만 원가량이 나왔다. 4월에 공사를 시작해 6월 말쯤 끝나는 일정이었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인테리어 업자와 계약서를 썼다. 인테리어 업자는 처음에는 완벽하게 공사를 해 줄 것처럼 친절하게 다가왔다. 자재 및 마감 수준을 신축 아파트에 준해서 하고, 공사 진행 전 작업공정표도 제출받기로 하는 등 나름대로 꼼꼼하게 계약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되고 진행될수록 공사 내용이 당초 계약서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자재와 마감 수준은 신축 아파트 수준에 훨씬 못 미쳤고, 작업 공정표도 건네주지 않았다. 계약서에 제시된 기간 안에 공사도 완료되지 않았다. 공사 기간을 1차 연기한 이후에도 완공이 되지 않았는데도, 건축업자는 잔금을 미리 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가 완공 후 지급하겠다고 하자 건축업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공사를 지연하다가 급기야는 연락도 끊어지고 말았다. 현장 소장과 함께 수소문한 끝에 건축업자와 간신히 통화가 됐는데, 하청업체에 돈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잔금 등을 미리 주면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 씨는 공사 계약 위반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내고 민사 소송 등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해결은 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피해를 접수했던 경기 하남시에 사는 양모(53) 씨도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양 씨는 지난 2017년 5월 소개를 받은 건축 업자와 통합 인테리어 시공 계약을 체결하고 총 공사대금 4850만 원 중에서 계약금으로 4500만 원을 지급했다. 공사는 진행됐고, 완공까지 됐다. 그러나 공사 내용이 문제가 됐다. 건물 현관 바닥과 현관 벽지, 화장실 송풍기 설치 등이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것이다. 건축업자에게 수리 보수를 요구했지만, 업자는 “우리는 제품만 제공했고, 실제 인테리어 공사는 다른 인테리어 업자가 시공했다”며 양 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양 씨는 소비자원에 피해 신고를 했다. 소비자원은 잔금에 대한 양 씨의 지급의무를 면제해 주고, 건축업자와 인테리어 업자가 함께 양 씨가 요구한 보수공사 비용(50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최근 오래된 주택이나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과 관련된 소비자 분쟁이 늘어나면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윤상현 씨의 단독 주택 부실 공사가 문제가 돼 시공사와 분쟁이 불거지면서 주택 건축 및 리모델링 분쟁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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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80건이었던 인테리어 피해 구제 건수는 지난해 232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7월 말 현재 156건에 달하고 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분쟁 대부분은 소액 공사에 집중된다. 소액 공사는 법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고, 법적인 처리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소비자원이 공사 금액 확인이 가능한 304건의 피해 접수를 분석한 결과,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1500만 원 미만의 공사가 전체의 74.3%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들이 무허가 건축업자 등으로부터 큰 피해를 보는 지점이다. 보상이 이뤄진 경우는 불과 30.7%에 그쳤다. 김 씨와 같이 시공업체가 잠적하는 등의 이유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69.3%나 됐다.

특히, 대부분 피해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될 수 있으면 값싼 업체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 이 지점에서 피해도 많이 발생한다. 소비자원은 이런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테리어에 사용될 건축자재나 마감재의 가격이나 브랜드, 규격 등을 명확히 기재하고 하자 담보 기간도 명시해야 한다. 계약서는 표준도급계약서(국토교통부 고시 제2015-750호)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인테리어 하자·누수 공사 시 가능한 한 현장을 지키고 시공 완료 후 사업자와 함께 하자 개선 사항을 확인하고 잔금을 지급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요즘에는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 믿을만한 중개업체에 의뢰해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집닥’ 정연우 파트장은 “리모델링 시장 구조상 소비자들은 시공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능하면 공사현장을 자주 방문해 시공업자와 계속 상의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파트장은 “무엇보다 시공계약서가 가장 중요하다”며 “계약서가 두루뭉술하게 작성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크고 민사 소송 등을 통해 보상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믿을만한 중개업체를 선택해 위험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좋은 분쟁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