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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06일(金)
진한 국물에 부드러운 수육… 수백년 ‘곰탕 성지’의 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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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집 나주곰탕은 인근에서 도축된 한우 양지와 사태로 만든다. 또 김치와 깍두기를 저장고에서 숙성해 1년 내내 한결같은 맛을 낸다. 강진 옹기 장인이 만든 그릇은 보온력이 좋아 한 그릇 비울 때까지 국물이 식지 않는다.

- 전라도의 중심 ‘나주의 맛’ ①

나주 인근서 도축한 한우 사용
양지·사태로 풍성한 수육 내놔
보온력 좋은 전통 ‘옹기’ 사용
김치는 저장고서 균일하게 숙성

제철 나물반찬 ‘집밥 한상’에
탁월한 맛 돼지숯불구이 일품

오래된 가옥 개조해 만든 카페
커플 데이트 장소로 인기몰이


숙소에서 잠을 깨고 나서야 어젯밤 늦게 도착한 숙소의 멋진 전경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전남 나주시 향교 담장을 차경 삼아 뜰을 산책한 후 조용히 향교 구경을 마치고 원도심 방향으로 고즈넉하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원도심의 금성관을 향하는 길 양옆으로 이어진 담장의 높이도, 길의 폭도 적당했다. 뒤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의 위협도 없는 편안한 길을 걸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오랜 역사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원도심의 한적한 주택가를 걸으며 전라도의 중심이자 개성이라 불렸던 나주 여행을 시작했다.

나주 원도심의 금성관은 나주에 왔으면 통과의례처럼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또한 금성관 인근은 나주곰탕의 성지와 같다. 이곳 한가운데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하얀집’이 있다. 출입구 쪽에 위치한 오픈 주방을 통해 주방직원들이 뚝배기에 밥을 올려놓고 국을 떠놓는 등, 계속 토렴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아침 8시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주 원도심의 금성관은 나주에 왔으면 통과의례처럼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또한 금성관 인근은 나주곰탕의 성지와 같다. 이곳 한가운데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하얀집’이 있다. 출입구 쪽에 위치한 오픈 주방을 통해 주방직원들이 뚝배기에 밥을 올려놓고 국을 떠놓는 등, 계속 토렴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아침 8시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로 가득했다.

▲  사랑채의 가정식 한상차림.

여행지에서 오전 8시에 아침 식사라니…. 여행이 체질인 나는 여행지에서 오히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컨디션도 좋아진다. 피곤함을 모른 채 충실하게 나주 미식여행의 첫 식사를 시작했다. 뜨끈한 국물에 수육이 함께 들어있는 국밥,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수육을 찍어 먹는 기름 양념장과 고추장 등이 함께 나왔다. 서늘함이 시작되었던 아침 기온에 딱 좋은 음식이었다.

이곳에서 가업을 책임지는 주인장을 만나고 싶어 같은 날 오후에 다시 들렀다. 하얀집의 4대 사장이자 나주곰탕으로 전라도 향토음식 명인이 된 길형선 명인의 막내 여동생 길다경 씨를 만났다. 어떤 경쟁력이 오늘의 하얀집을 있게 했는지 궁금해 물었다. “첫째는 ‘근면함’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항상 그랬어요. 새벽 3시에 출근해 고기를 다듬고 직접 삶고 국물을 끓이기 시작하셨죠. 지금 가게를 물려받은 오빠도 마찬가지입니다. 출근 근태는 불문율입니다.” 그러면서 6년 전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병원 간호사의 목격담을 전했다. “항상 새벽 2∼3시면 깨셔서 말은 못 하셨지만 무엇인가 계속 몸짓을 하며 움직임을 보이셨다고 해요. 아마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무렵에도 일을 놓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길 씨는 하얀집의 두 번째 특징으로 좋은 고기를 들었다. “나주 인근에서 도축된 한우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 어떤 나주곰탕집 보다 훨씬 비싸고 좋은 소고기를 써요. 우리 집은 많이 파는 집이기 때문에 좋은 고기를 사용하고도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며 판매가 가능하지요. 곰탕에는 양지와 사태 위주로 넣고 있고 수육은 양지, 사태, 머리 고기, 설 등으로 만들어요. 그래서 푸짐하게 한 접시 먹고 나면 든든하죠.”

▲  하얀집 수육.

“한결 같은 김치 맛”이 ‘하얀집’의 세 번째 특징이다. 길 씨와 대화를 나누며 직원들이 김치와 깍두기를 큰 짐차에서 식당으로 옮겨 놓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분명 인근에서 가져온 듯 했다. “인근에 김치 저장고가 있는데 걸어서 몇 분 거리예요. 김치가 필요할 때마다 가서 가지고 오죠.” 이전에는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가게에서 담그느라 일하는 직원들이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는 1년에 4만 포기 정도를 한꺼번에 담가 3개의 매장에서 함께 사용한다. 저장고에 숙성을 해 놓기 때문에 김치 맛도 1년 내내 일정하다고 한다. “그릇도 중요하죠. 우리 집은 옹기그릇을 쓰고 있어요. 강진에 있는 옹기 장인의 제품을 쓰고 있는데 보온력이 좋고 강합니다.” 보온력이 강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한 그릇 다 비울 때까지 식지 않고 온도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가 가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자랐는지 궁금했다. “항상 최고를 생각하셨던 아버지 대에 많은 것들이 이뤄졌어요. 지금의 김치 저장고, 그릇 등 모두 아버지가 해놓으셨어요. 가업이 있으니 부모님의 뜻을 받들며 살 수 있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부분이 음식 맛을 좌우하고 맛의 완성도를 위해 계속 변화를 추구했다는 노력이 대단했다. 가업을 잇는 후손으로 가장 힘들고 싫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물으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제 이름이 없었어요. 늘 ‘하얀집 딸’이었죠. 어딜 가나 따라다녔어요. 무언의 압박이기도 했지요. 지금은 기쁘게 듣고 있습니다.”

솜씨 좋은 친정어머니로부터 음식 솜씨를 물려받은 사장이 가정식 한상차림을 표방하는 ‘사랑채’는 나주 사람이라면 이 집의 역사를 모두 알 만큼 이름난 음식 명가 중 한 곳이다. “38년 전부터 친정어머니가 유명한 한정식 집을 하셨고, 저는 지금 자리에서 15년 장사를 했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 이전에는 나주의 유명한 종가 박경중 가옥 사랑채에서 30가지 찬과 한방 양념 및 파인애플로 단맛을 낸 돼지숯불구이 한상차림을 내놓아 꽤 유명했었다. 그 사랑채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이전과 달리 편하게 집에서 먹는 집밥을 표방해 다양한 밑반찬과 나물 종류를 준비해 한상차림을 기본으로 고등어구이, 미역국, 돼지고기구이, 밴댕이젓 등 다양하게 찬을 구성해 내고 있다. 모든 재료 손질도 직접 하고 있는데 장아찌 종류도 모두 만들고, 마늘은 물에 불리지 않고 그냥 손으로 껍질을 벗겨 사용하고 있는데 우선 맛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란다. “사랑채 메뉴를 좀 더 발전시켜 더 좋은 재료들을 많이 쓰고 싶어요. 5년 이상 9년까지 간수 뺀 소금도 사용해봤는데 이때 손님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지난 여름 식해도 직접 만들어 손님들께 제공했는데 판매를 심각하게 권유했던 손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  카페 39-17 마중의 배아이스와 배스무디.

어머니 때 한정식 집으로 성공한 그는 앞으로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고, ‘사랑채’를 나주에 오면 누구나 꼭 식사해야 하는 곳으로서 그 입지를 다지고 싶다고 한다. “한 번의 실패로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사랑채’로 다시 안정도 찾고 음식에 대한 열정도 되찾게 됐어요.” 요즘은 식당을 운영하는 재미가 매일매일 새롭다고도 한다. 이곳의 다양한 찬들이 입맛에 잘 맞았는데 특히 이 집의 대표메뉴인 돼지숯불구이는 탁월한 맛과 향을 지녔다. 나물과 찬들은 평범한 것들이었지만 타지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듯한 기분 좋은 밥상이었다.

여행을 가게 되면 항상 불편한 것 중 하나가 아침에 일어나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바로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핸드드립 커피 장비를 들고 다니기도 한다. ‘39-17 마중’이란 곳은 향교 옆 구도심 가장 ‘핫’한 곳에 위치해 머무르기도 좋고 커피 마시기도 좋다. 향교의 지붕과 어우러진 백일홍 꽃나무를 차경으로 실컷 볼 수 있고 아침마다 일어나 향교부터 구도심 금성관 주변을 걸어 다니기 좋다. 오래된 폐가와 버려진 땅에 새로운 수혈과 바람으로 재탄생한 카페다. 간단한 카페인 줄 알았는데 이 장소를 기반으로 여행자들이 모이는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 나주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인근의 리모델링한 구한말 식 한옥에서 한옥체험뿐만 아니라 식사도 신청할 수 있다.

‘전라도의 서울’ ‘전라도의 개성’이라는 나주의 별명답게 나주읍성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이곳의 남우진 대표가 가꾸어 가고 있는, 나주의 마스터플랜 중 일부다.

이곳에서 나주를 대표하는 과일인 배로 만든 음료가 독특해서 주문해 보았다. 배를 얼려 당도를 올린 후 꿀을 섞어 함께 갈아 스무디처럼, 차갑거나 혹은 뜨겁게 차처럼, 그리고 탄산과 함께 에이드 형식으로 즐기는 음료다. 배 스무디가 맛도 독특하고 좋았다.

나주에서 나주의 배로 만든 음료를 즐기는 것은 보너스 같은 느낌이다. 커피의 맛도 좋고 기본기가 있는 카페다.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는 주말에는 젊은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특산물 나주 배로 만든 음료 ‘달콤’
커피빌딩서 바라보는 탁트인 풍경


100년 역사의 나주곰탕을 즐길 수 있는 ‘하얀집’(061-333-4292)은 나주시 금성관길 6-1에 위치해 있다. 식당 이름처럼 외관이 흰색이다. 곰탕 9000원, 수육곰탕 1만2000원, 수육 3만5000원. 개점시간은 오전 8시. 집밥처럼 친근한 한상차림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랑채’(061-333-0116)는 금남길 61에 있다. 한상차림은 3만 원, 6만 원, 8만 원 3종류이며 3명까지 즐길 수 있다.

나주 여행의 시발점 ‘39-17 마중’(061-331-3917)은 향교길 42-16(교동)에 있다. 카페에서는 커피 기본메뉴 및 케이크, 수제차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특히 나주의 특산물 나주 배로 만든 음료 배스무디, 배차(뜨거운 것, 차가운 것)와 배스파클링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배스무디 7500원, 배차·배스파클링 7000원이고 커피는 4000원. 카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본문에는 없지만 커피 맛 좋은 커피숍 ‘예가체프’(061-332-3030)는 금성길 41-9, 커피빌딩에 위치해 있다. 2층에서 금성관이 내려다보여 전망이 좋다.

수제 레몬청으로 만든 레모네이드와 레몬 스무디가 별미다. 레모네이드 4500원, 레몬 스무디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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