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공연>말년에 수위·노동자로 일했던 홍범도 장군… 인간적 면모 그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진행된 ‘극장 앞 독립군’ 연습 장면. 정혜진 안무가는 “빨간 천을 택한 것은 독립운동을 위해 끓어오르는 피를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7개 서울시예술단이 사상 처음으로 함께 모여 만든 작품이다. 국악관현악단·청소년국악단, 무용단, 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뮤지컬단, 극단, 오페라단, 유스오케스트라단 등. 무대에 오르는 인원만 300 명에 가깝다. 이번 극을 연출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40주년이 됐는데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이 만남(통합 공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관객 시각에서 이 작품을 볼 때, 독립운동가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인간적 면모를 접한다는 점이 귀할 듯싶다. 봉오동 전투로 유명한 홍 장군은 러시아 연해주 인근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일제를 두렵게 했으나, 1937년 스탈린의 한인강제이주정책에 의하여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옮겨갔다. 극은 홍 장군이 말년에 카자흐스탄에서 극장 야간수위, 정미소 노동자로 일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했다.

지난 2일‘극장 앞 독립군’ 연습 현장에서 만난 김광보 연출은 “독립운동가 삶을 조망하니 민족주의적 시각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홍 장군이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라는 관점에서 출발해 그의 인간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에 따르면, 작품은 극중극 형태다. 홍 장군의 쓸쓸한 말년을 추적하면서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폐쇄 위기에 몰린 고려극장 배우들이 ‘날으는 홍범도’를 만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제목이 ‘극장 앞 독립군’인 것과 관련이 있다. 김 연출은 “고려극장 모습은 패망 직전의 조선을 상징할 뿐 만 아니라 연극 행위 자체가 여전히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오늘날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음악극인만큼 대중가요, 모던 록,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삽입곡 24개를 만날 수 있다. 나실인 음악감독은 “보통 국악과 양악이 만날 때 서양 음악 중심으로 국악기가 들어가는 데 반해 이번엔 국악기가 주도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20∼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