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愛올래>아빠와 손 맞잡고 엿 만들고, 가야시대로 신나는 ‘시간여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개실마을 농촌체험관광에 참여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엿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경북 고령 개실마을

“360번 잡아당겨야 흰엿 완성”
마을 할머니들 시범조교 역할
가족들과 함께 ‘하하~ 호호~’

대가야생활촌 테마파크 조성
성벽·가옥촌·대장간 등 재현
소규모 물놀이시설까지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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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아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쌀가루는 손에 묻히는 거야.”

손놀림이 서툰 아버지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도은(11)이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아버지 하용수(가명·51) 씨도 평생 처음 만져보는 찐득하고 뜨거운 조청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마을 할머니들이 앞에 나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검은빛이 도는 조청을 두 분의 할머니가 손에 쌀가루를 묻힌 후 토닥토닥 치대더니 곧장 양손에 맞잡고 당기고 붙이고를 반복한다. 5분가량 지났을까? 검은빛의 조청은 점차 누런 호박빛으로 변해갔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이들은 할머니 두 분의 동작이 되풀이될수록 노란 황금색으로 엷어지는 엿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여름의 끝자락 경북 고령군 쌍림면 개실마을을 찾은 가족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이곳 농촌관광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엿 만들기 체험에 돌입했다. 대가야의 숨결과 농촌의 아름다운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개실마을은 대한민국 대표 농촌체험관광 마을이다. 이곳은 2006년, 2011년, 2014년 대통령표창을 받았으며, 역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관계 기관장들이 찾은 바 있을 정도다.

이날 개실마을을 찾은 손님들은 여행사를 통해 부산에서 역사체험 농촌관광을 즐기러 온 가족들이다. 10가족 31명이 신경수 사무장의 설명에 따라 엿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냥 무작정 엿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엿이 왜 고령 개실마을의 특산물이 됐는지, 엿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엿이 우리 몸에 어떻게 좋으며 과거 선조들은 엿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영상자료를 이용한 사전 학습도 진행됐다. 아이들은 신 사무장의 설명에 숨죽이며 집중했다.

본격적으로 엿 만들기가 시작됐다. 시범조교인 마을 할머니 두 분이 나와서 엿을 늘렸다 합쳤다를 반복하며 방법을 설명했다. 신 사무장은 “엿은 360번 잡아당기기를 반복해야 갱엿에서 흰엿으로 바뀐다”며 “사람의 노력과 정성이 만들어내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님과 2인 1조가 돼 실컷 엿 당기기에 돌입한 아이들의 이마에는 금세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딸과 함께 엿을 만든 하 씨는 “시골 출신이지만 엿은 처음 만들어 봤다”며 “초등학교 5학년 딸이 농촌체험관광에 매우 만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개실마을 농촌체험관광에 참여한 아이들이 대가야 생활촌 내에 마련된 물놀이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개실마을의 또 다른 유명 프로그램은 뗏목타기다. 하지만 최근엔 비가 오지 않은 탓에 뗏목을 띄우기 어려워 마을에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를 추가했다. 개실마을 농촌체험관광 터줏대감인 김민규 사무장은 “사실 아이들은 물놀이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딜 가도 즐겁게 놀 수 있다”며 “고령군이 마련한 ‘대가야 생활촌’의 어린이 물놀이 시설에서 오후 더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에 개장한 대가야 생활촌은 고대 가야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설들로 가득하다. 당시 거주 시설을 재현해 놓은 가옥촌을 비롯, 대장간과 성벽 등이 생활촌 내에 자리 잡고 있다. 고대 대가야 문화를 테마파크 형태로 꾸며 실제 체험을 하며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은 농촌체험과 더불어 역사체험도 할 수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 책 혹은 사진으로 보던 것을 직접 체험한다는 점에서 동행한 부모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현대적으로 갖춰진 물놀이 시설로 곧장 이어졌다. 생활촌은 아이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소규모 물놀이 시설도 갖춰놨는데 이곳이 아이들의 ‘핫플레이스’라는 게 고령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자마자 득달같이 풀장으로 뛰어들어 물총 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오남영(41) 씨는 “애 엄마가 몸이 아파 직접 애들을 데리고 왔다”며 “나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농촌 생활을 직접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길봉철(55) 씨도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가 농촌은 물론 역사 공부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며 “여름철 물놀이까지 더해져 여름휴가를 한 번 더 온 느낌”이라고 전했다.

고령=글·사진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