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해외부동산펀드 위기 대책은 국내 리츠 활성화

지난 몇 년 사이 부동산펀드(부동산 실물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나누는 상품)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저금리로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국내외 부동산펀드에 몰렸지요. 특히 국내보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폭발적으로 자금이 몰렸습니다. 돈이 몰리면서 유럽 등의 부동산(빌딩 등)을 사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끼리 경쟁하면서 입찰가격이 오르는 사례도 나왔지요.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펀드 잔액(순자산 기준)은 2015년만 해도 13조 원을 겨우 웃돌았지만 2017년 30조 원을 돌파(약 31조185억 원)한 이후, 2018년 40조6798억 원, 올해 현재 5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2016년(약 22조651억 원)만 해도 국내 부동산펀드(약 25조1005억 원)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펀드의 저조한 증가세(2017년 30조3631억 원→2018년 36조4942억 원→2019년 9월 41조3367억 원)와 달리 해외 부동산펀드는 최근 3년 사이에 20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렸지요.

이처럼 폭증한 해외 부동산펀드가 최근 들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내 유력 금융기관들이 판매와 운용을 맡은 3200억 원 규모의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가 9월 들어 손실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지요. 해당 금융사들이 원금의 60% 이상을 돌려받고, 손실 최소화를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금융사의 권유로 투자한 이들(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부동산펀드업계에서는 호주 부동산펀드 손실 위기를 두고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3∼4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 붐이 과열되면서 ‘확실한 실사(實査) 없이’ 유동자금의 투자를 유도한 상품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국내 자금의 해외 부동산펀드 유입을 최소화하는 대안은 없을까요.

저금리로 갈 곳 없는 자금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의 활성화입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각종 규제가 살아 있는 한 국내 자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단지에 대한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풀 수 없다면 고급 주거시설 등 양질의 주택에 대한 펀드 투자와 부동산회사의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는 방식인 리츠에 대한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책 당국은 국내 부동산펀드와 리츠 활성화가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고,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하는 길이라는 점을 유념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