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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06일(金)
살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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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비슷하되 좀 크며, 고양이보다 표독스러운 동물이 있다. 바로 ‘삵’이다. ‘삵’을 ‘살쾡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삵’보다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나 한다. “살쾡이 같은 놈”이라고 하지 “삵 같은 놈”이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쾡이’는 ‘삵’보다 한참 후대에 나타난 단어다. ‘삵’이 15세기 문헌에 보인다면, ‘살쾡이’는 20세기 초 문헌에서야 비로소 보인다. ‘살쾡이’의 초기 어형은 ‘삵괭이’ 또는 ‘살괭이’였다. 지금과 같은 ‘살쾡이’는 채만식의 소설 ‘천하태평춘’(1938)에 처음 보인다. ‘삵괭이’는 ‘살쾡이’가 ‘삵’을 포함하는 어형임을 잘 보여준다.

‘삵’에 대해선 위험에 놓여 상대를 위협할 때 등을 위로 활처럼 추켜올리고 입을 크게 벌리면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쓰-악 쓰악 캬악’하는 소리를 낸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만주어 ‘soloxi(족제비)’, 중세몽골어 ‘solangqa(족제비)’와 비교해 설명하기도 하나 그 어원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삵괭이’의 ‘괭이’는 ‘고양이’의 뜻인데, 사전에서는 ‘고양이’의 준말로 본다. ‘괭이갈매기, 괭이잠’ 등의 ‘괭이’도 그런 것이다.

‘괭이’가 ‘고양이’의 뜻이므로 ‘삵괭이’는 ‘삵과 고양이’가 돼 이상한 동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삵괭이’는 ‘삵’만을 지시하지 ‘삵과 고양이’를 지시하지는 않는다. ‘삵’ 뒤에 오는 ‘괭이’는 살쾡이가 고양이와 외양이나 성질이 비슷해 덧붙여진 요소에 불과하다. ‘삵괭이’는 한동안 표준어로 쓰였으나 1983년 시행된 ‘표준어규정’ 이후 ‘살쾡이’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제2음절의 어두음이 유기음인 ‘살쾡이’는 아주 특이하다. ‘삵괭이’가 아니라 ‘살쾡이’로 나타나려면 ‘삵’이 말음에 ‘ㅎ’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마침 ‘삵’ 뒤에 ‘ㅎ’이 발생한 문헌 예가 있어, ‘살쾡이’를 ‘삵’이 ‘ㅎ’을 갖고 나타난 뒤에 조어된 단어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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