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인간 미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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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미꾸라지는 계통분류학상 잉어목 기름종갯과 미꾸리속의 민물고기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꾸라지가 잉어와 같은 목(目)의 물고기라는 점이다. 몸길이가 1m까지도 자라는 큰 물고기 잉어로서는 ‘가문’ 망신이라 여기겠지만, 학자들은 그렇게 분류한다. 현실 아닌 전설은 잉어에게 용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중국 황허강 중류의 급한 여울목 용문(龍門)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의 등용문이란 고사성어가 말해준다. 이 전설과 생물학적 유사성을 결합하면 미꾸라지에게도 용(왕)이 될 유전자가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미꾸라지 용 됐다는 속담도 있지만,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궤변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분류학상 미꾸라지의 또 하나 특징은, 속명(屬名)이 ‘미꾸라지’가 아니라 ‘미꾸리’라는 점이다. 미꾸리속의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다른 종이나, 언뜻 보면 붕어빵이다. 몸통만 보면 미꾸리가 길둥근 데 비해 미꾸라지는 납작한 편이며, 미꾸라지는 수염이 눈 지름의 4배쯤으로 미꾸리보다 더 길다. 이들의 이름과 관련, 생물학적 어원설이 있다. ‘밑이 구린 놈’이란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란 주장이다. 미꾸라지는 물속 산소가 모자라면 수면에서 공기를 마시는데, 창자를 통해 산소만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는 항문으로 방출한다. 이 가스가 인간의 방귀를 닮아 ‘밑 구린 놈’이 됐다.

정통 어원학에서는 미꾸라지를 ‘미끄럽다’는 말에서 나온 이름으로 본다. 미끌미끌한 미꾸라지의 특징을 잘 담았다. 미꾸라지가 미끄러운 것은 뮤신(mucin)이 주성분인 피부 점액질 때문이다. 점액소라고도 하는 뮤신에는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억제하고 피부 노화 예방에 관여한다는 콘드로이틴황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다만, 미꾸라지를 요리할 때는 소금으로 이 점액질을 제거한다. 추어탕용 미꾸라지를 체에 담고 소금을 뿌리면 서로 몸부림치다 죽는데, 이때 미끌거리는 점액질은 떨어져 나가고 미꾸라지는 물고기 아닌 사람의 먹거리가 된다. 소금이 미꾸라지에겐 쥐약인 셈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미꾸라지에 비유해 ‘법꾸라지’ ‘조꾸라지’라고들 한다. 촛불집회에 이어 청문회를 앞두곤 지명 철회 촉구 시국선언도 나왔다. 장관 될 사람이라면 미꾸라지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한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는 그 자체가 소금밭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