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룰 바꿔 국민연금의 기업 간섭 늘리려는 黨政 꼼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경영 참여 목적’으로 기업 주식 5% 이상을 보유하면 5일 이내에 자금 조성 내역 등을 공시해야 한다. 현행 경영 참여 목적에는 임원 선임·해임과 합병 문제 등은 물론 정관 변경, 배당, 임원 보수 등도 포함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당정(黨政)회의를 거쳐 ‘5%룰’로 불리는 이런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정관 변경과 배당, 임원 보수 등이 일반투자 활동으로 분류되고, 경영 참여 목적의 경우에도 보고 절차가 느슨하게 바뀐다.

공정경제와 규제 완화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그동안 연기금 등의 기업 경영권 침해에 최소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장치를 사실상 무력화한 셈이다. 더욱이 당정은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려는 공정거래법이 ‘연금 사회주의’를 우려한 야당 반대에 막히자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모법(母法)의 취지를 허무는 꼼수까지 동원하려 한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판국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 간섭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국내 기업들 어려움만 가중된다. 무뎌진 5%룰 틈새를 비집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해올 투기자본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일도 다급해졌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본연의 활동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래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일 “기업 투자 확대에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끝없는 자기모순과 경제 자해행위는 나라를 더 수렁으로 떠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