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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07일(土)
일본소녀 루안, 한국에서 가수데뷔···열정청춘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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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한국에서 데뷔한 일본 가수 루안이 5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

‘방탄소년단’ 때문에 K팝에 관심
최악 한일관계에서 한국행 강행
롤모델은 아이유


일본 가수 루안(16·RUANN)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굴로 떨어진 앨리스처럼 동그란 눈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대형 성냥갑 같은 서울 퇴계로 남산스퀘어 1층 로비를 부지런히 오가는 수많은 남녀들 속에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어린 눈동자를 총총 빛냈다.

루안이 7월31일 ‘빕빕(BEEP BEEP)’을 발표하고, 한국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그녀의 데뷔에 대해 우려가 컸다. 데뷔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악플이 난무했다.

하지만 인생이 음악으로만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은 이 소녀를 성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처음 마주한 날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J팝, 아메리칸 팝, 그리고 K팝까지 온통 음악 얘기뿐이었다.

루안이 춤과 노래에 빠지게 된 것은 일곱 살 때 일본 가수 미우라 다이치(32)의 ‘럴러바이’ 무대를 보고나서부터다. 의자를 이용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푹 빠졌다.

처음부터 마음먹고 가수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이 즐거웠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수의 감각’이 익혀졌다.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등 아메리칸 팝을 들으면서 점차 음악에 전문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루안이 따로 레슨을 받거나, 대형 소속사 연습생 신분으로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래나 댄스는 물론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를 모두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배웠다. 일본어와 영어 그리고 한국어에도 능통한데 이 또한 유튜브로 익혔다. 특히 한국어는 K팝 아이돌이 대거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주간 아이돌’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를 적고, 스마트폰 통역기와 발음을 비교해 가며 배웠다. 이번 인터뷰도 모두 한국어로 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수식을 얻고 있는 Z세대의 대표주자 격인 루안은 “유튜브에서 일본어로 검색을 하면 피아노, 기타를 가르치는 영상이 별로 없어서 영어로 검색을 해서 나온 영상을 봤고 그렇게 영어도 배우게 됐다”며 웃었다.

▲  【서울=뉴시스】한국에서 데뷔한 일본 가수 루안이 5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

루안은 2003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2015년 현지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6월 스스로 제작한 오리지널 EP ‘스파이스 13 어쿠스틱’, 작년 3월 첫 정규앨범 ‘스크램블 14’를 발표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3월의 라이온’과 ‘유레카 7’ 극장판 엔딩 테마곡을 담당한 싱어송라이터다. 작사와 작곡, 기타, 피아노 등 악기 연주 실력을 인정받아 일본 밴드 ‘원오크락(ONE OK ROCK)’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2015년 일본에서 데뷔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 받은 루안이 K팝에 관심을 지니게 된 계기는 약 3년 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이들의 대표곡 ‘파이어’를 듣고 뜨거움이 차올랐다.

루안이 기타를 튕기며 부르는 방탄소년단의 ‘전하지 못한 진심’ 영상을 보면, 노래 소화력은 물론 그 감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트와이스’의 ‘TT’,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까지 커버하면서 K팝에 애정을 쏟고 있다. 한국의 신촌 등지에서 버스킹 공연을 열기도 했다.

블랙아이드필승, 전군이 작사·작곡한 루안의 한국 데뷔곡 ‘빕빕’은 웰메이드 팝 댄스다. 트와이스 ‘TT’, 선미의 ‘가시나’의 안무를 만든 원밀리언 스튜디오의 수석 안무가 리아킴이 담당한 춤은 고난도 기술을 요한다. 하지만 리아킴이 극찬할 정도로 루안의 몸은 쉬지 않고 멜로디와 리듬을 시각화한다.

루안은 매끈하지만 간절함이 담뿍 배인 음악과 잘나가는 한일 걸그룹 멤버들에 필적하는 외모를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아이돌이다.

화려한 K팝의 역동적인 춤뿐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처럼 기타를 치며 보컬 만으로도 풍성한 정경을 그려낸다. 루안은 아이유를 롤모델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데뷔를 하면서 작사, 작곡한 곡들을 선보였다. “지금은 한국 활동에 열심인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서, 좀 더 많이 노력을 해야 한다”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음악만 듣지는 않는다. 어쿠스틱 듀오 ‘볼빨간 사춘기’, R&B 가수 딘의 음악들도 좋아한다. “K팝은 새로운 느낌이에요. ‘빕빕’ 외에 다른 곡들도 한국에서 빨리 부르고 싶어요. 100곡 정도 제가 만들어놓았는데 기회가 되면 이 곡들도 한국에서 부르고 싶어요.”

다리가 다쳐 잠시 춤추는 것을 멈춘, 열한살 어느 날부터 역시 유튜브 독학으로 기타를 배운 루안은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간 미국 뉴욕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경험을 넓혀 나갔다. 유튜브에는 앳된 얼굴의 짧은 단발에 핀을 꼽고 뉴욕 타임스스퀘어 근처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갓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현란한 핑거링을 선보인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위 아 네버 에버 게팅 백’을 연주하면서 부르는 루안의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연주력과 성량의 폭발력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와 기타 소리를 바로 녹음해 반복해서 들려주는 장치인 ‘루프 스테이션’과 사람의 목소리를 변형·증폭시키는 ‘카주’를 사용하는 라이브에서는 ‘여자 에드 시런’같다.

루안은 미국에 간 이유에 관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미국에 가서 비욘세, 레이디 가가를 보고 싶었어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도 하고 싶었죠.”

일본에서 소문만 듣고 뉴욕은 험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무서웠다. “그런데 그 두려움은 대화를 하기 전까지만 존재하더라고요. 뉴욕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 누구도 무섭지 않더라고요.”

라이브 바에서 누구에게나 노래를 부를 기회를 주는 ‘오픈 마이크’ 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헬로! 저는 일본에서 온 루안이라고 소개해요. 그 다음에 노래를 부르면 그곳에 있는 모든 분들이 ‘루안! 루안! 루안!’이라고 불러주세요. 음악을 통해 교감을 한다는 것을 느꼈죠.”

일상에서 만나면 조용조용 이야기하고 부끄러움도 많다. “무대에만 서면 신나요. ‘하이텐션’이라고나 할까요? 사람이 변해요. 하하. 음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용기를 내요.”

양국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예정대로 한국 데뷔를 강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용기.

“(한국과 일본이) 일단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를 하고 대화를 해야죠. 지금 한일 관계 때문에 음악방송에 많이 출연은 못하지만, 한일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방송에 정말정말 많이 나가고 싶어요.”

이번에 태풍 ‘링링’ 탓에 버스킹, 음악 축전을 통한 팬들과 만남도 무산됐지만, 지금은 기다릴 뿐이라며 다 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미는 가시, 밤은 태양, 루안은 열정과 침착함을 숨기고 있다. 먼저 보이는 것은 늘 꽃, 어둠, 외모지만 진짜는 조용히 뒤에서 항상 우리를 기다린다.

명멸하는 그룹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솔로를 만나는 것만큼 반갑고 설레는 일도 없다. 지난한 여건에서도 음악을 통한 교감의 미학을 아는 이 소녀가 그 누구보다 더 커보였다.

배우 김태리와 그룹 ‘다이아’와 프로젝트그룹 ‘아이오아이’ 멤버 정채연을 닮은 루안은 옛날에는 슈퍼볼 무대에 서고 그래미어워즈에서 상을 받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지만 “지금은 계속 새롭고 멋있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더 큰 꿈”이라고 한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좋은 곡으로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거든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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