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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09일(月)
뇌 찌꺼기 배출통로 첫 발견… 그 ‘길’에서 치매정복 해답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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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하안송 기자

뇌 하부 뇌막림프관 확인 의미

한국연구진 네이처誌 논문 주목…‘뇌척수액 하수도’ 존재 밝혀내
노화땐 구조·기능 붕괴… 치매 원인규명·치료법 개척 가능성 열려


우리나라가 뇌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외부로 흘려보내는 ‘뇌 하수도’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두꺼운 머리뼈와 혈관·신경 등이 얽혀있어 찾기 매우 어렵고, 정확한 위치와 기능도 베일에 싸여 있던 은둔의 신체 조직이다. 뇌 속 하수도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인류의 공적(公敵) 1호인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하는 지름길로 떠올랐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치매의 주요 원인이 아닌가 의심하며 수십 년간 추적해 오던 베타-아밀로이드, 타우(τ) 단백질 등 뇌의 생화학적 찌꺼기는 뇌척수액에 섞여 두개골 밖으로 배출된다. 뇌척수액이 흘러나가는 통로가 바로 뇌 하부(下部) 뇌막 림프관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 7월 25일 자에 관련 논문을 실었다.

한국 연구진의 세계 최초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뇌 아래쪽 뇌막 림프관의 구조와 기능이 위쪽 뇌막 림프관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뇌 위쪽의 뇌막 림프관은 200여 년 전 해부학자들이 찾아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어 뇌막(경질막)에 림프관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4년 전 미국 대학팀이 재발견했다. 하지만 이때는 뇌 위쪽만 봤다. IBS 팀은 보기 힘든 뇌 아래쪽 뇌막 림프관을 형광펜으로 줄 긋듯이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게다가 관찰해보니 미국팀이 찾은 뇌 상부(上部) 뇌막 림프관과는 모양이 판이했다. 위쪽 림프관이 지퍼라면 아래쪽 림프관은 단추였다. 그만큼 헐렁해서 뇌척수액이 들락날락하기 쉽다는 뜻이다. 아래쪽 림프관에는 판막도 있었다. 역류방지 장치다.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이는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을 ‘뇌척수액 하수도’로 판단하는 유력 근거가 됐다.

둘째, 노화에 따라 뇌막 림프관의 구조와 기능이 허물어진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늙으면 치매 원인물질을 배출하는 하수도에 손상이 간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치매의 새로운 원인과 치료법을 발견한 데 의의가 있다. 꽉 막힌 뇌 하수도를 뚫으면 치매를 예방·치료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같은 뇌 찌꺼기의 생성과 분해 연구에만 몰두해왔다. 고규영 IBS 혈관연구단장은 “원숭이 등 영장류와 사람을 대상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청년 치매도 있는 만큼, 노화뿐 아니라 치매 증상의 진행에 따라 뇌막 림프관이 허물어지는지도 추가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뇌막 림프관의 배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물과 물리 치료다. 치매 정복의 새로운 루트를 한국인이 개척해낸 것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형광 림프관’ 유전공학 쥐… 뇌척수액에 조영제 넣어 촬영

■ 어떻게 연구했나


BS 팀은 쥐의 두개골 아래를 얇게 잘라 뇌막 림프관의 위치를 찾아냈다. 연화(軟化) 처리로 부드러워진 머리뼈를 얇게 자르고, 림프관과 뇌척수액을 형광 처리함으로써 ‘뇌 하수도’의 위치와 내부 활동 모습이 처음 확인됐다. 유전공학으로 림프관이 형광색으로 빛나는 쥐를 탄생시키고, 뇌척수액에 형광·일반 조영제를 주입해 초록색 림프관 속을 흐르는 붉은색 뇌척수액을 고해상도 형광현미경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선명하게 실시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노화에 따른 뇌막 림프관의 퇴화를 관찰하기 위해 젊은 쥐, 중년 쥐, 노년 쥐로 3단계 연령대별 대조군을 만들어 비교 실험했다.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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