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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0일(火)
[박형준의 Deep Read] 내가 正義, 반대세력은 不義… ‘나르시시즘’이 부른 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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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임명 강행’ 文 대통령의 정치 심리

옳고 그름은 편 가름으로 변질…모순·위선에 대한 부끄러움은 ‘너희보다 낫다’며 정당화 시켜
“법무부는 검찰개혁, 검찰은 수사하면 된다”지만 둘은 ‘샴쌍둥이’… 이제부턴 ‘윤석열의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는 말을 접했을 때 ‘아, 민심을 좇아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자신의 책 ‘바른 마음’에서 ‘정치적 결정에서 대부분 이성보다는 직관을 따른다’고 했다. 직관이 코끼리라면 이성은 기수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도 그랬다. 그가 이성을 좇을 것으로 잠시 기대했었지만, 천만에. 대통령은 자신이 설정해놓은 직관의 프레임을 따랐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내가 정의이고 반대자는 불의’라는 프레임을 이미 설정해 놓고 그대로 따랐다.

◇조국 임명, ‘나는 정의, 반대자는 불의’라는 ‘나르시시즘’ 작용

문 대통령의 자기중심적 프레임, 집단사고의 벽은 두꺼웠다. 참모들 가운데 임명 강행이 민심 악화를 불러오고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더 큰 문제의 시작임을 주장한 사람이 없었을까. 있었더라도 그 목소리는 울림이 작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증언하듯이 자신의 정치적 멘토였던 노무현 대통령보다 훨씬 고집이 세다. 노 대통령은 토론을 좋아하고 자신이 논리적으로 설득되면 의견을 바꾸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남의 얘기를 듣긴 하지만 결국 처음 의지대로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현 정권의 집단사고 가운데는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집권 초기부터 이 정권 핵심 인사들은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 체결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결정 등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해서’ 지지층의 결속에 실패한 것이 정권을 내준 가장 큰 이유라고 공공연히 얘기했다. 그래서 그들은 정권 초기부터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신껏 밀어붙인다는 각오를 피력하곤 했다.

이런 집단사고를 정당화해주는 심리 기제는 ‘집단 악’의 근원인 나르시시즘에서 온다. 미국의 의사 겸 작가 스콧 펙이 쓴 ‘거짓의 사람들’에 따르면 나르시시즘은 ‘내가 절대적 정의이며 선이고, 나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불의이며 악’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편의 시시콜콜한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사악한 편에 질질 끌려가면 안 된다는 관념이 싹튼다. 조국은 좋은 사람인데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집단이 문제이고, 그들의 공격에서 문 대통령과 그의 분신 조국을 지킨다는 프레임이 작동된다. 정권의 나팔수들이 선창하고, 선봉대는 청와대 청원과 ‘실검’ 여론 공작으로 응답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편 가름의 기준으로 변질되고, 모순과 위선에 대한 부끄러움은 너희보다는 낫다는 정당화로 가려진다.

◇文, ‘응집력 강한 40%’의 효용가치 믿고 정국 끌고 가겠다는 것

조국 임명 강행에 깔린 정치적 계산도 있다. 응집력이 강한 40%가 응집력이 약한 60%보다 정치적 효용가치가 크다는 계산법이다. 모든 포퓰리즘은 상징을 이용한 선동과 광장의 동원력에 의존한다. 문 대통령을 지켜줄 광장의 동원 세력이 야권보다 크다는 자신감에 입각해 갈라치기로 돌파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선거법을 고리로 야권을 분열시킨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계산법에는 빠진 게 있다. 이 사안의 성질상 추석 밥상 앞을 비롯해 시민들의 담론 공간에서 지지층의 볼륨은 커지기 힘들고 반대 측의 볼륨은 올라갈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 사안의 본질이 특권과 반칙, 위선이기 때문이다. 이를 지지층이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범죄 피의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는 사례를 찾긴 어렵다. 대통령은 의혹만 갖고 선임하지 않는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의혹으로 곧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을 선임하는 선례를 만들고 말았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낙마한 20여 명 가운데 위법이 명백히 드러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자신과 주변의 관리가 되지 않았거나 거짓말로 민심이 돌아서 낙마했다. 그 기준에서 보면 조국 장관이 임명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은 또 문 대통령이 취임 때 약속을 어긴 결과를 불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국회에서 가진 취임사에서 주옥같은 약속을 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2017년 5월 10일은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조국 임명 강행은 국민 모두를 섬긴 결정이 아니라 지지층을 섬긴 결정이다. 국민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조장한 결정이다. 상식대로 해서 이득을 본 것이 아니라 특권과 반칙을 이용해서 이득을 본 사람을 법무부 장관(Minister of Justice)으로 앉힌 사건이다.

◇조국 정국 시즌 2… 검찰 수사에 따라 정치 폭풍 일어날 수도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문제는 봉합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가을 정국은 또다시 ‘조국 정국 시즌 2’가 될 것이고, 이 정국의 주연은 조국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될 수 있다.

조국 정국의 화염을 키우는 불쏘시개는 검찰에서 제공될 것이다. 특수부의 검(劍)은 허공을 가르지 않는다는 게 철칙이다. 문서 위조 등은 단순 형사 사건이지만 특수통들에게 사모 펀드는 ‘게이트’의 냄새가 난다. 이미 일부 관련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주범은 해외로 도피했다. 만일 이 가족 펀드가 조국이라는 정권의 실력자를 배경으로 특권적, 불법적 이익을 향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것은 정권에 치명적이다. 문 대통령은 9일 조국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법무부는 검찰을 개혁하고 검찰은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이 둘은 ‘샴쌍둥이’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윤석열 타임’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아마 이탈리아 ‘마니폴리테의 한국판’을 쓰고 싶을지도 모른다. 압력을 넘어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윤 총장이 만일 이 길을 선택한다면 정치적 폭풍이 불 것이다.

◇중도층 이반 본격화…정권 급격히 레임덕 빠질 조짐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상황이 포착되고 있다.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 전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 국정 평가에서 ‘매우 잘한다’와 ‘매우 못한다’는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최근 사회여론조사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우 못한다’가 30%를 넘어섰고, ‘매우 잘한다’는 16%까지 떨어졌다. 지지층 결집만큼 분노층 결집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도층의 이반이 본격화됐다. 중도층 이반의 3대 요인은 무능, 오만, 비리다. 이미 지난 2년여 동안 외치와 내치 모두에서 문재인 정부가 쏜 국정의 화살들은 빗나갔다. 여기에 촛불과 민주주의를 내건 정부가 청와대 독주와 의회 경시, 언론과 여론 무시의 오만을 누적시켰다.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은 이 오만에 증명서를 발행한 셈이고, 게다가 정권의 상징 인물이 비리 연루로 수사 대상이 되는 사태를 예비하고 있다. 무능, 오만, 비리의 3박자가 완성될 때 모든 정권이 레임덕에 빠졌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정권의 무리수가 야권 통합에 긍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은 비뚤어진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명분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 동아대 교수


■ 세줄 요약

조국 임명 강행의 심리 :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은 ‘내가 절대적 정의이며 선이고, 나에 반대하는 세력은 불의이며 악’이라고 규정하는 ‘나르시시즘’에서 온 것. 나르시시즘이 모든 ‘집단 악’의 근원이 된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법은 : 문 대통령은 응집력이 강한 40%가 응집력이 약한 60%보다 정치적 효용가치가 크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결국 상징을 이용한 선동과 광장의 동원력에 의존하는 포퓰리즘으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것.

향후 파장 : 검찰 수사에 따라 문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폭풍이 불어닥칠 수도. 지지층 결집만큼 분노층 결집도 빠르고 중도층 이반이 본격화하면서 무능, 오만, 비리 3박자를 갖춘 문 정권이 급격히 레임덕에 빠질 조짐도 보인다.


■ 용어 해설

스콧 펙이 쓴 ‘거짓의 사람들’ : 스콧 펙은 ‘거짓의 사람들’에서 인간의 악(惡)에 대한 생각을 나타냈다. 악을 있는 그대로 무시무시한 실체로 인식하게 설명하고, 할 수 있는 한 악에 대해 치료를 감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악에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과 소외, 편견, 분노, 적개심, 갈등 등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거짓의 정체를 드러냈다.

마니폴리테 : 마니폴리테(깨끗한 손)는 1992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의 젊은 검사들이 주축이 돼 이뤄진 성역 없는 부패추방 운동이다. 당시 대대적인 반부패운동으로 이탈리아 정·재계 인사 3000여 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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