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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1일(水)
“檢 비대화 문제지만…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지휘 바람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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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환 전 대법관이 갈등과 대립이 폭주하는 우리 사회를 향해 지난 6일 “토론 과정에서 논거를 서로 비교하고 검증하면서 의견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환한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와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등 현안에 대해서 “답답하다” “안타깝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낙중 기자

■ 박일환 前대법관

법무부 검찰국서 조정역할 맡고
검찰총장에게 재량권 부여해야
노무현 정부 ‘강정구 사건’ 때
장관 직접 개입으로 논란 키워

檢, 수사·기소권 보유는 과잉
우린 FBI 같은 수사기관 없어
경찰에 1차수사권 넘겨도 한계

60년 가까이 된 강제징용 판결
법리만으로는 해법찾기 어려워
韓·日 갈등, 정치적으로 풀어야

[인터뷰 = 이제교 사회부장]


‘불식여산진면목(不識廬山眞面目), 지연신재차산중(只緣身在此山中)…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단지 내 몸만이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차산(此山) 선생’으로 유명한 박일환 전 대법관에게 차산의 의미를 물었더니 “그냥 저 산, 동네에 있는 평범한 산이라는 뜻”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소동파의 제서림벽(題西林壁) 칠언절구 한시 구절 중 조부께서 따온 호다. 박 전 대법관은 “사람들의 생계터전도 되고, 옆에 있어서 소도 키우는 그런 산”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산 선생은 평범하지 않았다. 대법관을 지냈지만 지금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법률 상식을 전달하고 있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원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또 법관에 대해서는 상식을 갖고, 법에 입각한 판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출신답게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말을 아꼈지만, 행간 속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었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던 그는 현재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조국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바른빌딩에서 박 전 대법관을 만났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답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주의 깊게 청문회를 보지 않았다. 다 나와서 볼 것도 없고…. 답답하다. 답답할 뿐이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 청문회제도는 문제가 많다. 너무 개인신상에 치우치다 보니, 소위 할 만한 사람들은 ‘나 못하겠다’고 해서 인재 등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부정적인 측면이 과도하게 부각된다. 열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차관은 해도 장관은 안 한다고 하고, 어떻게 보면 이상하게 가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리 의혹은 수사하면 밝혀질 것이다. 예전에는 했어도 안 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했으면 했다고 말하니 과거와 비교해 발전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과거 법원행정처가 실제로 재판에 개입하곤 했나요.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있어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사실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는 부임하는 순간부터 일반직 공무원이다. 우리끼리는 자기가 아닌 다른 판사가 하는 재판에 대해서 절대로 나서서 재판하지 말라고 말한다. 법원행정처 역할과 기능은 송무예규와 증인신문 예규 등을 바꾸는 것이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판례가 이러저러하니 요런 부분을 참조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잘못된 행위다. 재판개입, 절대 하지 못하게 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도 항상 강조했던 부분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개입 여부는 판결이 나면 알 것이다.”

―사법행정권 재판에서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 성향까지 분류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판사들 성향은 분류가 잘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판사는 밖에 나가면 합리적이라고 하지 비합리적이라고 할 리가 있겠는가.”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을 바라보는 소회가 있을 텐데요.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저렇게까지 된 상황이….”

―지난 2011년 양승태 전 대법관, 목영준 헌법재판관과 함께 대법원장 하마평에 올랐었는데, 그때 대법원장이 됐더라면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그것은 클레오파트라 얘기와도 같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 지나간 얘기다.”

―판사의 개인적 가치와 소신이 법리 해석에 영향을 미치나요.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나는 개인적으로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사건에 있어서는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

―일각에선 국내법과 국제법이 적용되는 사안의 경우 국제법이 상위에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견해인가요.

“강제징용 판결을 언급하는가 본데, 국내법과 국제법의 관계는 학자에 따라 다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법 이론과 지금의 법 이론이 다르다. 60년 가깝게 세월이 지나 나온 재판에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 중 무엇이 먼저인지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사실 1965년 당시도 정치적으로 봉합해 놓은 사안이 아닌가. 일본인에게는 특유의 혼네(속생각)가 있어 그런 혼네를 많이 숨기고 어떤 것을 정해 놓는데, 법적으로 민사재판 하듯이 판결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조약을 체결하고 서명하고 난 뒤에 ‘다 끝났으니 앞으로 이렇게 되겠죠’라고 말하면, ‘그건 당신 생각이오’ 하며 ‘왜 그러는가, 어떻게 그러냐’는 식으로 말하며 서로 해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다. 정치적인 문제인 셈이다. 국제 관계에서는 국내 법원이 조약을 해석해 주지는 않는다. 60년 남짓의 오랜 문제를 논리만으로 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한·일 갈등의 합리적 해결방안이 무엇인가요.

“한·일 간에 정치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양국 지도자들이 모여 국민을 설득하고, 두 나라의 미래도 함께 생각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조문을 따져서 우리가 맞네, 너희가 맞네 하면 누가 승복을 하겠는가. 우리나라 판결도 한국인끼리도 승부가 안 나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지 않은가. 일본 판사들은 자기들이 맞는다고 판결할 것이고, 우리 판사들은 우리가 맞는다고 판결할 텐데 어느 나라 판사라고 결론을 딱 내릴 수가 없는 사안이다.”

―요즘 국내 재판에서도 승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회 풍조가 자신의 과오로 이런 판결과 선고를 받았다기보다는 법관이 어떤 가치에 의해서 잘못 판결했다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 옛날에는 자기를 되돌아보고 남을 보는데 요즘은 남부터 보고 자기를 본다. 우리 때는 자신의 아이를 먼저 나무라고 상대방 아이는 그쪽 부모가 나무라곤 했는데, 요즘은 남의 부모가 내 아이를 자꾸 나무라는 현실이다 보니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나는 옛날 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의 그런 태도가 아이들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는 상황을 막는다. 그러니 공감능력도 줄게 된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저쪽만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한 것, 우리가 한 것은 일단 덮고 상대방의 잘못을 부각하는 것이 문제다.”

―1994년 임의 체포영장제와 긴급체포제도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 당시 상황이 궁금합니다.

“당시는 윤관 대법원장 체제였다. 1차 사법개혁은 특허법원 개혁과 형사소송 관련 개혁이었는데, 검사들은 형사소송법은 검찰 관할이라고 인식했었다. 형사법 관련 서적도 대부분 검찰 출신 인사들이 썼었는데, 영장실질심사제도에 착안해서 관련 제도 도입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검사들도 ‘아차’ 싶었나 보더라. 하지만 제도가 워낙 좋고, 인권보호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원행정처와 법무부가 만나 논의를 해서 통과시켰다.”

―피의자 인권보호인 동시에 공권력 남용 방지였군요.

“당시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으로 있었다. 그 이전에는 경찰서에 보호실 제도가 있었는데, 경찰과 검찰은 영장청구 전에 임의동행 형식으로 보호실에 가둬놓고 48시간 안에 조사하면 됐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보호실은 영장청구를 위해 조사하는 곳이 아니고, 예를 들어 술을 먹고 소란 피운 사람들을 잠시 머물게 하는 곳이라고 판결했다. 범인을 잡아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 체포영장과 긴급체포 제도를 도입했다.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면 긴급체포를 하도록 했다. 물론 긴급체포의 조건을 까다롭게 정했다. 불구속 수사를 받는 사람이 수사받다가 영장청구가 되면 본인이 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형사소송법도 그때 정비했다. 1995년 도입된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형사소송법 체계의 획기적 전환이었다.”

―현재 청와대는 검찰 권력 제어를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1차 수사를 하는 것은 검찰의 커다란 권한이지만 동시에 커다란 약점이기도 하다. 엉뚱한 사람을 체포한다든지, 고문을 해서 숨지게 했던 사건을 보면 모두 1차 수사 과정에서 발생했다. 2차 수사는 권한은 작고 남의 수사를 감독하므로 박수받을 일이 없다고 보인다. 그래도 1차 수사는 검찰이 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 미국은 별도의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수사관들이 전국을 관할하는 수사를 하고, 검사는 공소 유지와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 온다고 해도 FBI 같은 조직을 만들기가 사실상 어렵다. 수사경찰이 행정경찰로부터의 독립도 어렵고, 자치경찰제도 문제점이 있다. 폭력, 절도, 교통사고 등은 처리한다고 해도 광역화된 범죄, 조직폭력, 마약 등은 경찰서 단위로는 제대로 해결이 어렵고, 전국 단위 수사능력을 가진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

―자치경찰제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인가요.

“일선 경찰서에서 형사들은 찬밥신세라고 한다. 경찰서장으로 올라가는 것은 수사인력들이 아니라 경무과 출신들이다. 결국 전국 단위 수사기관이 필요한데, 그 기관을 FBI처럼 법무부 산하에 둘지, 아니면 행정안전부에 둘지 연구가 필요하다. 먼저 그런 부분의 조정이 이뤄져야 검·경 수사권 조정이 풀린다. 마약은 경찰에 못 맡기니 검찰에서 하고, 고위공직자 수사는 어디서 해야 한다는 등 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히니 문제가 생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이 사법개혁의 핵심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공직 비리를 수사하는 곳인데, 전국 단위 범죄에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마약과 조직폭력 범죄는 더 큰 기관이 맡아야 한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 내부에서는 통상적인 범위에서 적용된다고 하는데, 이 같은 경우 통상적이라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구체적 사건은 법무부 장관이 총장한테만 언급할 수 있다. 자기들 나름대로 내규가 있을 거다. 이러이러한 사건은 보고하라는 규정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영장청구 같은 사건의 경우 검사가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것이고, 그 같은 사안은 검찰총장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청을 감독하는 법무부 검찰국이 있으니, 거기서 조정을 한다. 내가 알기로는 법무부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지시한 사례는 2005년 강정구 교수 사건만 있었다.(현재의 검찰청법 8조가 만들어진 1986년 이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 장관 시절 처음 발동됐다. 당시 천 장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해 정치적·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는 대신 항의의 뜻으로 사퇴했다.) 원론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를 지휘할 수 있지만 실무적인 관행으로는 맞지 않는다.”


▲  박일환 전 대법관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바른빌딩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법관 증원보다는 고등법원과 지방 항소부를 통합한 항소법원에 우수한 판사를 배치해야 한다”며 법원개혁 및 신뢰회복 방안에 대한 소신을 언급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대법관 증원이 능사 아냐… 인원 늘면 국회처럼 표결 다반사될 것”

―법조계에서는 최근 임명된 조국 장관처럼 학자 출신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실무를 몰라 제대로 업무처리를 못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검사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법무부 장관이 법을 모르면 안 되고 그러니 현재와 같은 상황이 나오게 됐다. 강금실 장관은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 13년간 판사로 재직했지만 보통 오랜 세월 근무한 판사들과 비교하면 ‘판사 출신’이라고 보기가 그렇다. 그보다 오래전에는 교수 출신으로 황산덕 장관이 있었다.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도 다시 검찰 품에 돌아가야 하니 딜레마가 있다. 우리나라는 검찰조직이 워낙 강해 검찰이 한번 파헤치면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과거 자유당 때는 경찰 파워가 워낙 강했고, 이후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힘이 셌고,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이다. 그런데 검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이 크다. 이 같은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할지가 난제다. 매우 커다란 과제 중 하나인 것이다.”

―검찰 권한이 크다고 경찰 권한을 키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경찰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 수사와 정보를 합하면 그런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검찰에 1차 수사권을 주는 지금의 제도도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법원으로 화제를 옮기겠습니다. 현재 국회와 정치권은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을 논의 중입니다.

“지금도 대법원을 개편하자는 얘기가 나오면 방안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대법원 내부에서도 대법관 증원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는데,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건 해결도 중요하지만 전체적 판례 조정이 중요하다. 국회의원들도 소위원회로 해서 합의를 하지 않나. 대법관은 미국은 9명, 우리는 14명이다. 14명 중 별개 의견이 나오고 소수의견도 나온다. 그런데 인원이 많아져 조정을 투표로 하게 되면 국회가 된다. 사건을 판단할 때 증인을 세워놓고 투표하는 방안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토론을 해서 의견을 조정해야 한다. 사건이 두 배로 늘면 대법관도 두 배로 늘릴 것인가. 과거 대법관으로 있을 때보다 지금 대법원이 심리하는 사건이 두 배 반은 늘었다. 인원을 따라 늘리면 대법관이 30명이 돼야 하고 연구관까지 포함하면 200명이 된다. 우리나라 법관이 3000명 정도 되는데 대법원이 비대해지면 1, 2심 재판은 누가 하는가. 1, 2심 법관을 늘리면서 대법관을 늘리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만들기 원했는데요.

“왜 그걸 양 전 대법원장이 추진했는지는 몰라도 상고법원 역시 결국 재판관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판사는 5년, 10년 경력으로 충원되는 것이 아니다. 재판의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법관은 의사로 치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역할이지 환자들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대법관이 직접 투입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토론해서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판례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의견이 완전히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더라도,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있다가 토론 과정에서 논거를 서로 비교하고 검증하면서 의견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원뿐만 아니라 정치를 하는 국회에서도 그런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소수의견을 명시하는 이유는 법이 이 같은 방식으로 고쳐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으니 판결을 참조로 국회에서 한번 논의를 해보라는 취지를 갖고 있다. 법 해석은 법 해석이고 입법은 입법이다. 어쨌든 판사는 법을 넘어서는 판결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대법원장에게 과도한 인사권과 행정권이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맞는 얘기인데, 판사 임명은 대법원장이 하든, 대통령이 하든 선택이 필요하다. 유신헌법 시대에는 대통령이 판사를 임명했다. 초임 판사 임명이야 상관없지만 판사 재임용이 문제가 됐다. 결국 사법부 독립을 위해서 대법원장이 판사 보직을 정하도록 했다.”

―정치는 물론 최근에는 법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매우 안타깝다. 우리도 상당히 노력을 했는데 갑자기 이 같은 사태가 생겨 정말 안타깝다. 법원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 법원에 대해 투자가 필요한데, 누가 나서서 할 수 있겠는가. 법원에 대해 인적·물적 지원과 재판을 잘하는 판사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뛰어난 판사는 심지도 곧고 사회 물정도 많이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판사를 하겠다고 나설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판사는 최고의 직업 아닙니까.

“내가 말하는 의미는 다르다. 부잣집 자녀들에게 최고의 직업임은 분명하다. 재산 많은 사람이 판사 하면 제일 편하다. 지금은 강남에 살고 외고 나와서 좋은 대학 가서 공부 잘해 판사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 모시고 살면서 박봉에 버스 타고 다니고 재판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쪽으로 점점 가는 것 같다. 강남 출신 판사가 많은데, 그들의 상식이 국민의 상식과는 반대될 수가 있다. 국민 생각과 반대인데 자기들은 반대 생각이라 여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시골 출신들은 판사가 되기도 어렵고, 되더라도 이내 그만두는 경우가 흔하다. 로펌에서 배우는 것보다 법원에서 배우는 것이 나으니 판사를 지원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법관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까.

“아래아 한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에는 판결문을 직접 모두 손으로 썼다. 사실 판결문도 구조를 짜야 한다. 어떻게 보면 소설과 형식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허구가 아닌 팩트를 토대로 구조를 짜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뒤에 쓸 걸 앞에 쓰고 앞에 쓸 걸 뒤에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