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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인세의 골프역사… 그 위대한 순간들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1일(水)
아들 모리스 버디로 극적 승리후 받아든 ‘아내 위독 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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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올드 톰 모리스(왼쪽)와 아들 영 톰 모리스.
모리스 부자 - 파크 형제 대결 ②

집 달려가니 아내 산고끝 사망
남편은 칩거 100여일후 숨져
아버지 모리스 평생 골프 끊어


올드 톰-영 톰 모리스 부자와 윌리-멍고 파크 형제 대결은 원수와도 같은 집안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셈이었다. 두 영웅 가문의 36홀 ‘세기의 대결’을 보기 위해 1만여 갤러리가 몰려들었다.

‘소문난 잔치’답게 양 팀은 경기 시작 초반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한 홀씩 주고받으며 12홀까지 한 라운드가 끝났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무승부가 이어졌다. 영 모리스의 스윙이 단연 돋보였지만,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소게임은 34번째 홀까지 계속됐다. 단 두 홀만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 골프장에 누군가가 끼어들어 적막을 깨뜨렸다. 전보를 들고 온 우체부였다.

35번째 홀 그린에 서 있는 아버지 올드 모리스의 손에 한 장의 종이를 건네주고 우체부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웅성거리는 관중에게 둘러싸인 채 아버지는 전보를 읽었다.

“며느리가 난산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라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아들 영 모리스는 이때 퍼팅을 준비 중이었다. 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종이를 주머니에 슬그머니 구겨 넣었다. 그린에서 버디를 눈앞에 두고 있던 아들은 전보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만약 버디를 성공시키면 팽팽하던 균형이 한순간 끝나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들은 끝내 버디를 잡았다. 모리스 부자가 한 홀을 남겨두고 한 홀을 앞서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36번째 홀은 나란히 파가 되면서 모리스 부자가 파크 형제를 1타 차로 꺾었다. 관중은 환호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내놓은 구겨진 전보를 본 아들의 얼굴은 상기됐고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부자는 골프장을 가로질러 코스 반대쪽인 바닷가로 뛰었다. 저녁 시간에 기차는 이미 끊어졌다.

부자는 간신히 배를 타고 세인트앤드루스 부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뛰어간 아들은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내는 산고를 이기지 못해 태아와 함께 사망한 직후였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아들은 그날부터 넋을 놓고 먹지도 않은 채 지냈다. 그렇게 100여 일이 흐른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앙상한 뼈만 남은 채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영 모리스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이튿날 크리스마스 아침에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24세의 짧은 생을 뒤로하고 영원히 잠들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심장마비였지만 아내의 사망이 상처가 됐고, 슬픔을 이겨내지 못했던 게 생을 마감한 원인이었다. 아버지 모리스도 아들을 먼저 보낸 이후 전보를 주머니에 숨긴 죄책감으로 평생 골프채를 손에 잡지 않았다.

불세출의 골퍼를 잃은 스코틀랜드인들은 슬픔에 잠겼다. 신이 내린 골퍼였던 영 모리스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144년이 흐른 지금도 영국인들은 가슴속 제일 깊은 곳에 그를 묻어두고 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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