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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1일(水)
자유민주 체제 수호도 동맹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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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울프스탈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

글로벌 정세 혼란 갈수록 심각
트럼프의 역할 포기로 中 확장
韓美동맹 힘입은 한국도 책임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반중 시위가 벌어지는 홍콩,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카슈미르 계곡은 물론이고 미국의 가게와 학교에서도 총기 난사가 빈발하는 등 세계 곳곳이 불확실성의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지만, 요즘엔 그런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 미국이 글로벌 현안에 뒷짐을 진 채 물러서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며, 좋든 나쁘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들이 대개 미국의 관여 혹은 비관여와 연관돼 있다고 여긴다. 외국인도 미국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듯하다. 필자는 해외 출장 때마다 ‘어떤 정부의 붕괴에 미국이 개입돼 있다’든가, ‘어떤 신종 질병에 미국이 관여돼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자주 접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글로벌 역할은 많은 부분에서 축소됐다. 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출범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의 공석은 여전히 많고, 핵심 포스트에서 일하던 이들은 자발적으로 사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위협이나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 관여하기를 꺼리면서 미얀마 로힝야족의 인권유린 사태가 지속되고, 북한은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 지대에선 이민자 충돌이 지속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행태는 미국 국익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각자도생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미국이 글로벌 역할을 방기하고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존중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는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온다. 당장 중국이 훨씬 더 오만한 태도로 대외 공세에 나서고,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핵 개발에 골몰한다. 이로 인해 한국·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미군까지 점점 더 위험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과 미국의 선거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다. 한편으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해수면 상승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 후 지속된 안정과 번영의 시대에 이어 전 세계가 경제 침체기로 빠져들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모든 게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개개인은 시대를 한탄하며 자기 속으로 침잠하고, 국가는 자국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세계의 기술 진보와 무역을 통한 번영, 표현의 자유 및 민주주의의 확대 등은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원대한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화에 대한 비판이 지속됐지만, 실제 세계는 상호 연결성과 의존성의 증대 쪽으로 움직였다. 글로벌 수준에서 무역이 확대되던 1970~1980년대처럼 오늘날에도 상호 연결성과 의존성은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은 아직 예측이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장담하는 이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그의 재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 미국은 국제 무대에서 발을 빼는 바람에 국제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것은 중국의 역할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가 아닌 인물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는 위기를 진화하면서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을 새롭게 보여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다행히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자유민주주의 비전은 녹슬지 않았고 글로벌 동맹도 탄탄하다. 이 같은 소프트·하드 파워는 과거 미국이 해온 역할을 다시 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 파워의 복원에 흔쾌히 힘을 합치겠다는 동맹국들의 의지다. 과거 미국이 세계 경제 번영에 역할을 했다는 기억, 그리고 미국이 만든 세계화 규범이 수십억 인류의 삶을 향상시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은 이 복귀 과정에서 자산이 될 것이다.

독재 정치와 계획경제 체제를 물리치기 위해선 한국의 성장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동맹을 통한 평화와 안정의 가치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같은 가치를 악용해 미국 및 우방국들을 흔드는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미국 차기 대선까지 14개월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4년 더 혼란에 빠질 것이냐,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일인 만큼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미국은 글로벌 역할을 해야 하며 그것이 세계 평화를 위한 길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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