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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1일(水)
결국 칼 빼든 정부… 안보 내세운 日상대 ‘승산있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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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이 시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내용의 분쟁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日 수출규제’ WTO 제소

안보이유 인정 사례는 1건뿐
日, 10일이내 수락여부 결정
최종 판결까지 3년 넘게 걸려
규제철회 등 실질효과는 난망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침내 우리 정부가 11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국가 간 차별금지·수출제한 조치 금지·공정하고 합리적인 무역규정 운영을 규정한 WTO 협정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그간 ‘안보’를 이유로 대던 일본을 상대로 승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일종의 숙려기간인 ‘양자협의’에서 합의에 실패해 1심 격인 ‘패널판정’과 최종심인 ‘상소’ 절차까지 밟을 경우 3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 일본을 어느 정도 압박할 수는 있더라도 당장 조치 철회 같은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대로 이날 중 일본 정부(주제네바 일본대사관)와 WTO 사무국에 일본과의 양자협의 요청 서한(제소장)을 보내면 제소 절차가 시작된다. 일본은 10일 이내에 요청에 응해야 하고, 이 경우 60일간 협의에 들어가게 된다. 일본이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정부는 바로 다음 단계로 1심 성격을 띤 패널설치 요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만 특정해 수출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 기업과 세계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고, 이는 일관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무역규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가 든 제소 이유다.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이 주문 후 1~2주 내 조달이 가능하던 품목들이 일본의 규제조치 후 90일까지 걸릴 수 있게 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실제 규제 조치 이후 단 3건의 허가만 이뤄지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규제의 근거로 내세운 안보의 경우 WTO 패널이 인정한 전례가 거의 없고 규제 근거가 되기에도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GATT 21조(안보 예외 조항)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 수출을 규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 조항이 인용돼 승소한 사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사례가 유일하고, 무력충돌에 따른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급박한 상황이었다.

정부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는 제소장에 담지 않은 것도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2차 규제인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수출제한 효과가 상대적으로 덜 선명한 데다 우리도 사실상 유사한 조치로 보일 수 있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일본을 우리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일본에 반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박수진 기자 sanjo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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