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인맥>최태원 SK 회장의 사람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인수·합병(M&A)과 혁신 의지, 지배구조 개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상생경영’을 통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하면서 자주 만나는 인사들은 대부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리더들이다. 최 회장은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의리가 넘친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 회장은 지인이 상(喪)을 당하면 빈소를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물론, 사흘 내내 빈소를 다시 찾아 자리를 지키는 등 힘든 일이 있으면 상대 곁을 지켜줘야 한다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 “구성원 행복 기여도에 따라 평가·보상하겠다”는 ‘행복경영론’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리더십도 찾아볼 수 있다. 최 회장은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곧 남의 행복인데, 남을 행복하게 하면 결국에는 나도 행복해진다”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스스로 행복감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나이 : 59

학력 : 신일고, 고려대 물리학 학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학사,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 수료

이력 :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 유공 사업개발팀장 상무이사, SK 종합기획실장 대표이사 부사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대한핸드볼협회 회장,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 SK 대표이사 회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앤드루 리버리스 前 다우듀폰 회장, 앤서니 탄 그랩 대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앤드루 리버리스 前 다우듀폰 회장

2017년 듀폰과 다우케미컬의 합병회사인 다우듀폰의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3월부터는 이사로 재직 중이며 글로벌 화학업계 최고 거물급 인사로 통한다. 최 회장과는 2010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인연을 맺었다. 리버리스 전 회장은 다우케미컬을 화학 재료 기업에서 고부가가치 특수화합물과 신소재 종합 제조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앞장섰다. 최 회장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한 딥 체인지를 강조해 왔다. 리버리스 전 회장과 최 회장과의 친분은 2017년 SK종합화학의 다우사 고부가 소재 사업부 인수, SK실트론의 듀폰사 웨이퍼 사업부 인수에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앤서니 탄 그랩 대표

과거 최 회장이 우연히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지인의 소개로 탄 대표와 비즈니스 미팅을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 미팅 자리에서 탄 대표는 최 회장에게 투자나 사업 얘기 대신 ‘선배 기업인으로서의 조언’을 부탁했다. 이에 최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 어떤 눈높이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택시 등 기존 모빌리티 사업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공유경제화한다는 탄 대표의 사업모델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과 통했다. 이후 SK는 내부 논의를 거쳐 그랩에 지분을 투자했고, 그랩은 현재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 회장의 친동생이지만 각별한 관계가 통상의 형제애를 뛰어넘을 정도다. 최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대학원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각각 재료공학과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최 회장은 최 부회장에게 가장 많은 주식을 증여했다. 최 부회장도 최 회장을 ‘형 이상의 존재’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가족 사이 분쟁이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최 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타계했을 당시 최 부회장이 그의 상속분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힘을 실어준 것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최 회장이 종종 “동생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