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과 피노키오의 만남… 해학으로 풀어낸 ‘진실과 거짓’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판화가 민경아 개인전

현실과 가상, 사실과 허구,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 솔직과 위선의 혼재를 작품으로 표현해온 판화가 민경아 작가의 개인전이 26일부터 서울 강남역 유나이티드 갤러리에서 열린다.

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강남역을 배경으로 동서고금의 이미지들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작가의 메타포인 진주귀걸이 소녀, 한국의 민화 호랑이, 작년 가을 많은 이에게 추억을 떠올려줬던 프레디 머큐리, 이름만 봐도 자랑스러운 방탄소년단(BTS) 이미지들이 작품 안에 등장한다. 어떠한 이미지는 간판 속 이미지가 돼 허구 속 허구가 되고, 허구가 현실로 살아나와 버스 위에 올라타거나 춤을 춘다. 작품에서 현실과 가상,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강남역을 보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특히 이번에는 ‘21세기 양반각시’(사진) 등 하회탈과 피노키오의 만남을 표현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양반 각시탈에 휴대전화, 선글라스, 테이크아웃 커피, 명품백, 양복, 투블록 헤어 등 현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이미지들과 버선 모양의 피노키오 코를 접목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탈과 피노키오는 ‘거짓’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포함되면서도 탈은 자신을 숨기고 자신을 드러내는 반면, 피노키오는 자신을 숨기려 하지만 자신이 들통난다는 것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반면, 피노키오는 감추고 싶은 것까지 다 들통나게 하는 솔직한 코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모두 피노키오처럼 솔직한 코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면, 자칫 솔직한 코 때문에 서로들 찔려 상처받을 수 있으니 예쁘고 둥글게 길어지는 것이 더 좋겠다”며 “나를 향해서는 뾰족하나, 남을 향해서는 둥근 버선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시는 10월 7일까지.

민 작가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판화를 전공했다. 귀국 후 홍익대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홍익대 판화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꾸준히 열어 왔고 2018년 온페이퍼 국제판화전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뉴욕에서 개인전도 예정돼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