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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8일(水)
지상파3社, 힘합쳐 싸우면서도 넷플릭스와 ‘은밀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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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부터 방송되는 SBS 드라마 ‘배가본드’도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다. 16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승기(왼쪽)와 배수지.

- 글로벌 OTT에 맞서는 ‘투트랙 전략’

KBS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서비스
SBS 첩보 액션 ‘배가본드’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절반 부담
MBC는 지난 5월 ‘봄밤’협업

지상파3사 등 모인 토종 OTT
‘웨이브’서비스 오늘부터 시작


수백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는 지상파가 본격화한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경쟁 체제에서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OTT 공룡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토종 OTT를 출범시키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론 넷플릭스와 은밀한 동거에 들어갔다. 이 모든 게 방송사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KBS는 18일 방영을 시작하는 새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을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서비스하기로 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영어권 지역에선 정규 방송 종료 직후에 공개하며, 일본은 11월 15일 자정에 전 회차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 외 전 세계 나머지 국가에선 28일부터 매주 토요일 2회씩 내보낸다.

공효진, 강하늘 주연의 ‘동백꽃 필 무렵’은 그리 특별할 게 없는 로맨틱 코미디다. 세계 시청자를 겨냥해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인 ‘킹덤’과는 규모가 다르다. 하지만 KBS로서는 이례적으로 ‘동거’가 이뤄졌다.

SBS가 20일부터 방영하는 금토극 ‘배가본드’도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한다. ‘배가본드’는 이승기, 배수지 등 요즘 ‘핫한’ 배우가 출연하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첩보 액션이지만 250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제작비가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면서 사전제작이 이뤄졌고, SBS와 넷플릭스의 동시 공개로 이어졌다.

▲  18일부터 KBS와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방영되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공효진(위)과 강하늘.

SBS는 한발 더 나아가 넷플릭스뿐 아니라 경쟁사라 할 수 있는 CJ ENM의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드는 ‘더 킹: 영원의 군주’를 편성에 넣고, 이를 다시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 순차적으로 노출하기로 했다. 경쟁사의 제작사가 만든 드라마를 자사 채널에 튼다는 건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조합이다. 흥행이 보장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고, 이민호와 김고은이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점에서 SBS로선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MBC는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정해인, 한지민 주연의 드라마 ‘봄밤’을 통해 지상파 중에선 처음으로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시도했다. 역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영어권 지역에서 정규방송 종료 1시간 후부터 서비스하는 방식이었다. 넷플릭스와의 협업 모델이 된 셈이다.

그러나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는 지상파가 넷플릭스와 팽팽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상파 3사는 18일 국내 OTT 연합군인 ‘웨이브(WAVVE)’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옥수수’ 서비스를 지상파 3사가 기존에 운영하던 ‘푹(POOQ)’과 통합한 것이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500만 명 규모의 유료 가입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길이다.

심지어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인 CJ ENM과 JTBC도 지상파에 뒤질세라 17일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상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방송 및 콘텐츠 업계는 극도로 재정 상태가 악화한 지상파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대항해 토종 OTT를 살린다는 명분을 얻으면서 동시에 자체 OTT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적과의 동침’을 통해서라도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상파 3사는 SK텔레콤과 계약하면서 ‘넷플릭스 쿼터제’를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별로 1년에 2개 작품씩 글로벌 OTT에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와 경쟁 구도를 유지하되, ‘쿼터제’를 통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외주제작 드라마는 먼저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는 디즈니와 애플의 추격에 쫓기는 넷플릭스로서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의 ‘투 트랙’은 결국 ‘윈윈(win-win)’ 전략이다. 지상파는 넷플릭스에 사전 판매해 수익을 챙기고, 넷플릭스는 양질의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방송사와 OTT 간 합종연횡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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