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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 대선과 한반도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8일(水)
의회 ‘人事 거부권’은 대통령제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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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센터장

美상원의 후보 검증 막강 권한
대통령의 정실 보은 인사 차단
자진 사퇴가 정치소모전 줄여


선거로 선출되는 공직자는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 이와 달리 선출되지 않는 권력에 대해서는 엄격한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 지명하는 공직 후보들을 놓고 ‘또 다른 선출된 권력’인 의회가 엄정하게 판단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핵심으로 불가피한 일이다. 이 때문에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각 고위 관료 인사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된다.

미국의 경우, 후보 내정자 발표 전 백악관의 인사국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윤리위원회가 각 후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신원 조회와 세무 기록, 도덕성 조사까지 철저히 진행한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와 상원 위원장 등을 면담해 각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반응을 검토한 뒤 후보자를 발표한다. 이후 상원에 인준 요청을 하면 해당 위원회는 정부 당국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상원의 권한은 막강하다. 상원의 해당 위원회는 필요한 자료를 거의 무제한 요구할 수 있고, 심지어 인사청문회 절차와 표결 시기를 정할 권한도 있다. 상원 규칙에 따르면, 대통령이 내정자를 지명한 이후 상원이 ‘30일 이상의 휴회’를 갖기 전에 인준이 결정되지 못하면 그 인사는 자동으로 기각된다. 이처럼 상원의 권고 및 동의(advise and consent) 권한은 대통령제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의 중요한 축이다. 사실상 의회가 ‘거부권’을 갖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 같은 혼란은 없다. 정부의 사전 검토가 신중하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장관급 인사의 지명에서 표결까지 소요되는 평균 시일은 약 60일이다. 연방 항소법원과 지방법원 판사 인준 기간은 최소 40일에서 최대 230일 정도다. 그만큼 여러 단계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통령은 이러한 절차를 알기 때문에 부적절한 후보들을 무리하게 지명하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신원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거나 행정부가 후보 결정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면 지명자가 탈락할 수 있다. 장관급 내정자 중 상원의 반대로 낙마한 인사로는 1989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존 타워가 대표적이다. 복잡한 사생활, 방산업체들과의 불투명한 비즈니스 등이 문제가 돼 상원 표결에서 반대 53 대 찬성 47로 낙마했다. 이후 부시 대통령이 다시 지명한 국방부 장관 후보는 딕 체니였다.

대법관 인준 절차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로버트 보크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7년에 연방항소법원 판사였던 보크를 대법관으로 지명했지만 개인의 인격이나 도덕성보다 법적 견해가 논란이 돼 상원 표결에서 반대 58 대 찬성 42로 기각됐다. 2016년 대법원의 보수파 핵심이었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워싱턴 항소법원장인 메릭 갈런드를 지명했다. 그러나 상원 공화당은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고 인준 프로세스 진행에 반대해 293일 만에 자동 기각됐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장관급 내정자 중 세 명이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뉴멕시코 주지사 빌 리처드슨은 금융회사 유착 의혹으로 물러났다. 후임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뉴햄프셔 공화당 상원의원인 저드 그레그를 지명했다. 그러나 그레그는 대통령과의 견해차를 이유로 사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멘토였던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을 보건부 장관으로 지명했는데, 그 역시 14만 달러 상당의 세금과 이자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도덕성 논란에 휩쓸려 사퇴했다. 이렇게 장관직 지명 이후 사퇴한 후보들은 레이건 행정부 이후 11명이다.

230년 전 알렉산더 해밀턴은 연방주의자 논설(페더럴리스트 페이퍼) 76장에서 상원의 인준 역할에 대해 “대통령의 정실주의에 대한 탁월한 견제 수단이며 지역 편견, 가족 연고, 개인적 애착, 인기 고려 등에 따른 부적절한 인사의 임명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해밀턴과 같은 정치인들은 인사 결정에 있어 신속함과 유연성보다 숙고와 견고함, 그리고 권력 상호 간의 견제를 더욱 강조했던 것이다.

조국 사태는 한국에서도 각료 지명은 물론 인준 과정에서도 좀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인사 결정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 운영에 있어 고위 관료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더욱 신중한 인사 검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대통령제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의 틀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 국회의 역할 강화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인사 결정만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본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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