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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9일(木)
도쿄올림픽에 ‘전범기’걸겠다는 日… 메달엔 ‘노골적’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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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관계자가 지난 7월 29일 서울 중구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열린 ‘강제징용 사과 안 하는 일본 및 전범기업 규탄 기자회견’에서 욱일기를 인쇄한 종이를 불태우고 있다. 뉴시스

-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욱일기 논란

日기업 후원받은 IOC는 못본척
韓, 亞 주변국과 함께 외교전

“올림픽 화합 정신 훼손 우려”
韓정부·체육회 이의제기에도
日·IOC “문제될것 없다” 외면

올림픽헌장, 정치적 표현 금지
2012년엔 독도세리머니 징계
AFC,2017년 ‘욱일기’에 벌금

日제국주의 상징 모르는 유럽
하켄크로이츠와 다르게 ‘관대’
中, 韓 입장 지지 밝혀 성과도


▲  2020 도쿄패럴림픽 메달은 원에서 여러 개의 선이 방사형으로 뻗는 디자인으로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 사진은 금메달. 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와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전범기(戰犯旗)인 욱일기를 금지하지 않겠다고 고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의 평화·화합을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8월 20∼23일 일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선수단장 회의, 대한장애인체육회는 9월 8∼14일 열린 도쿄패럴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조직위에 욱일기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욱일기 금지를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우리 정부와 체육회는 특히 도쿄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 금지를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조직위는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와 함께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 3일 “욱일기는 일본 내를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사용됐으며,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지 않기에 금지품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담당 장관은 지난 12일 “욱일기는 정치적 의미에서 결코 선전(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패럴림픽 메달은 아예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메달 중앙 공식 로고 아래 작은 원에서 여러 개의 선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붉은색 원 주위로 솟구치는 햇빛을 표현한 욱일기는 1870년 일본의 육군기, 1889년 해군기로 지정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군기는 욱일기였다. 독일이 2차 대전에서 패전한 뒤 유럽에서는 나치를 상징하는 전범기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금지했다. 특히 독일은 이른바 ‘반나치법’으로 불리는 형법 제86조에서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 배지, 유니폼 등을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그런데 일본은 전혀 다르다. 욱일기는 일본의 패전 직후 잠시 사라졌지만, 1954년 자위대가 구성되면서 자위대의 군기로 다시 등장했다. 이후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일본 내에서 자위대, 일본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혹독했던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국가들에 욱일기는 여전히 제국주의·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전범기다. 내년 도쿄올림픽 경기장, 관중석에 욱일기가 가득 차는 장면은 일제강점기의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올림픽 헌장은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키는 행위, 표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남자축구 3∼4위전에서 대표팀이 일본에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머리 위로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부산 아이파크)에게 IOC의 위임을 받은 국제축구연맹(FIFA)은 A매치 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3500스위스프랑(약 421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IOC는 그러나 욱일기 금지 요청은 외면하고 있다. IOC는 “도쿄올림픽 기간에 (욱일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할 것”이라는 식의 모호한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IOC가 욱일기에 소극적인 이유는 물론 있다.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대하는 IOC는 조직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공식 후원사 중 일본 기업이 눈에 띈다. IOC 올림픽 톱 후원사 13개, 패럴림픽 월드와이드 후원사 7개 중 일본 기업은 토요타, 파나소닉, 브리지스톤 등 3개다. 한국의 IOC 올림픽 톱 후원사, 패럴림픽 월드와이드 후원사는 삼성전자뿐이다.

한편 국제 스포츠계, 특히 유럽은 욱일기에 관대한 편이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체조대표팀은 유니폼에 욱일기 문양이 들어가 있었지만 제지받지 않았고, FIFA는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욱일기를 얼굴에 그린 일본 팬의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반면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7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일본 팬이 관중석에 욱일기를 걸자 1만5000달러(약 1780만 원)의 벌금을 일본 구단에 부과했다.

유럽이 욱일기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욱일기의 과거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유럽을 괴롭힌 것은 일본과 욱일기가 아닌 독일과 하켄크로이츠였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체육회는 욱일기가 지닌 제국주의·군국주의를 국제 스포츠계, 특히 유럽에 알리는 동시에 일제강점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IOC에 욱일기 금지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면서 아시아 주변 국가들과 함께 여론전을 펼친다는 복안이다. 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이며, 욱일기로 인해 수많은 아시아인이 견디기 힘든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점을 강조하는 스포츠 외교전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우리 정부와 체육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mail 허종호 기자 / 체육부  허종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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