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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19일(木)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평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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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섹슈얼리티의 위계’는 소년·독신·동성애자·장애인 남성을 사례로 들며 사회적인 기준에 미달하거나 필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남성은 성적 시민권자의 지위를 누릴 수 없음을 지적한다. 사진은 완벽한 성전환에 실패한 트랜스젠더 로커를 주인공으로 다룬 뮤지컬 ‘헤드윅’ 무대의 한 장면. 창작컴퍼니 다 제공

- 남성섹슈얼리티의 위계 / 계정민 지음 / 소나무

남성의 性的 문제 수면위로
사회적 기준 미달되면 배제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며
“남성동성애자는 비생산적”
소년·장애남성은 아예 무시

가부장제·국가주의 등 통해
하위주체에 대한 모욕 ‘비판’


사진관이 많았던 십수 년 전엔 사진관 벽에 ‘고추’를 드러내고 해맑게 웃는 남자 아기 사진이 걸려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 풍경이 사라진 요즘에도 일부 사진관에선 남자 아기의 돌사진을 촬영할 때 아들만의 특권이라며 옷을 벗기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드러냄은 권력을 상징한다. 일례로 삼국유사가 신라에서 최초로 ‘왕’이란 칭호를 사용한 지증왕의 어마어마한 성기 크기까지 후세에 전하고 있지 않은가.

돌사진에 드러난 ‘고추’는 남자 아기가 앞으로 가지게 될 젠더 권력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모든 남성이 젠더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며, 남성은 여성과 출발선이 다르므로 모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도 적지 않다. 과연 섹슈얼리티(성행위에 대한 인간의 성적 욕망과 행위)까지 모든 남성에게 평등할까. 이 책은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 남성 섹슈얼리티를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낸 저서다. 저자는 남성 섹슈얼리티는 평등하지 않다고 단언하며, 남성 섹슈얼리티 담론의 장 어디에도 성애·성행위·성생활과 관련된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남성 성기의 소유자에게 주어졌던 젠더 권력이 섹슈얼리티의 특권까지 자동으로 보장하진 않는다고 주장한다. 2차 성징기 이후 남성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인 기준에 미달하거나 필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남성은 성적 시민권자의 지위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남성 섹슈얼리티는 자유로움이 마음껏 허용된 내밀한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엄격한 위계에 따른 감시와 훈육의 장이란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소년, 독신, 동성애자, 장애인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살펴보고 훼손된 섹슈얼리티를 치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가 훼손된 남성 섹슈얼리티로 제시하는 사례는 놀랍고 참담하다.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에 접한 영국의 범죄소설을 통해 남성 동성애는 사형을 받지만 여성 동성애는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에 놀란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발전이 혹형의 배경에 깔렸음을 주목한다.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며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경제체제가 비생산적인 섹슈얼리티를 용인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남성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를 바라보는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곱지 않다. 저자는 대문호 헤밍웨이를 예로 든다. 헤밍웨이는 복싱, 낚시, 사냥을 즐기는 ‘마초’로 유명했다. 반면 그의 작품에는 다른 남성에게 끌리고 신체접촉을 통해 슬픔과 고독을 위로받는 남성이 종종 나타난다. 저자는 헤밍웨이가 보여준 ‘마초’의 행태는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위장하거나 은폐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한다. 만약 그가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냈다면 지금의 명성도 얻지 못했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소년과 독신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발현할 파트너가 없다는 점에서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와 차이가 있다. 그 때문에 소년과 독신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홀로 은밀하게 이뤄지는데, 권력은 그조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의 단편소설 ‘흔들목마를 탄 우승자’엔 자위행위를 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소년이 등장한다. 이 단편에선 소년과 독신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와 마찬가지로 비생산적인 행위로 바라본 권력의 시각이 엿보인다.

남성 장애인은 무성적인 존재로 취급받으며 섹슈얼리티를 무시당한다. 저자는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장애와 남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텍스트로 읽는다. 주인공 ‘제인’과 사랑을 나누는 ‘로체스터’는 장애로 인해 다양한 국적의 여성에게 과시했던 성적 능력을 상실하며 섹슈얼리티가 급변한다. 남성 장애인이 성적 하위주체 중에서도 가장 낮은 존재라는 불편한 사실이 드러난다.

우리는 지금도 주변에서 성적 하위주체를 모욕하고 배제하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저자는 남성 섹슈얼리티가 자본주의, 가부장제, 제국주의, 이성애주의, 연령주의, 국가주의, 비장애인중심주의가 관철되고 작동하는 장이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지고 조심하는 삶이 문명이고 진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누군가는 확신에 차서 무례하고 난폭한 말을 큰소리로 외치고, 다른 누군가는 위축되고 침묵해야 한다면, 그것은 원색적인 야만이고 퇴행이다. 소년이 침묵하고, 동성애자가 두려워하고, 장애남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곳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끔찍한 미래다. 이미 충분히 힘들고 슬픈 이가 많다. 더할 필요는 없다.”(274쪽)

300쪽, 1만7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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