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초등생 뺑소니’ 불법체류자 인천공항 통해 도주

자진출국 절차 통해 하루만에
불법체류자 범죄 관리 ‘구멍’

아이는 뇌출혈 등 의식불명
경찰, 인터폴 적색수배 예정

8살 초등학생을 차량으로 치어 의식불명에 빠뜨린 불법체류자가 범행 하루 만에 공항을 통해 출국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가 수배가 내려지기 전 자진출국 절차를 통해 신속히 해외로 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불법체류자 출국 관리의 맹점을 드러냈다.

19일 경남 진해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쯤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에서 로체 승용차가 도로를 건너던 초등학교 2학년 A(8) 군을 들이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했다. A 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뇌출혈 등으로 의식불명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로체 승용차를 찾아 나서 이날 오후 6시 32분쯤 부산 강서구 녹산대교 밑에서 차량을 발견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이 이른바 ‘대포차량’인 것으로 드러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CCTV 등을 분석해 운전자가 외국계 남성인 것을 확인하고 주변 탐문수사를 벌였다.

경찰이 용의자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탐문 수사를 벌이는 사이 가해 차량 운전자인 카자흐스탄 국적의 B(20) 씨는 차량을 버린 후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어 다음 날인 17일 오전 8시 22분 공항에서 카자흐스탄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했다. 출입국사무소는 불법체류자가 비행기 표를 구입해 자진출국 의사를 갖고 공항에 올 경우 기소중지 여부 등을 확인한 후 3년 재입국 금지 등 단서 조항을 붙여 출국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3일째인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 B 씨를 뒤늦게 용의자로 특정했으나, 전날 출국한 것으로 파악되자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중지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할 예정이다.

창원 = 박영수·인천 = 지건태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