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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0일(金)
“익숙함에 기대며 성공만 집착… 스크린 독과점에 하향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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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이 몰리는 성수기로 분류되는 여름 휴가철과 추석 때 개봉됐으나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영화 ‘나랏말싸미’(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타짜:원아이드잭’ ‘힘을 내요, 미스터리’ ‘사자’.
- 여름·추석 대목에 힘 못쓴 한국영화… 투자·제작자들의 辯

7월 관객 수 11년만에 최저치
추석엔 1편만 손익분기점 넘겨

할리우드 대작 개봉할 때 피해
일정 기간만 치열한 경쟁 구도
뻔한 스토리 등에 관객이 외면

성수기·비수기 특화전략 없어
시장 이끌어갈 인재들 키워야


“익숙한 영화를 만들며 성공에만 집착했다” “스크린 독과점이 한국영화를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시장을 선도할 사람을 키워야 한다”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극장가 대목인 여름·추석 시즌에 한국영화가 부진한 흥행성적을 내며 관객 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 이같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334만743명, 1798만141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205만 명, 422만 명 줄었으며 7월은 11년 만에, 8월은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름 시즌에는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영화 4편이 관객과 만났지만 절반만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며 이어진 추석 시즌에도 3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했지만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1편만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체면치레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 올해 흥행 50위권에 든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14편에 불과하다.

“뻔한 스토리” “어디서 본듯한 액션” “매력 없는 캐릭터” “그래서 재미가 없다” 등이 요즘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다. 영화계에서도 최근 나온 한국영화는 소재의 신선함이 부족하고, 장르가 편중돼 있으며 진부한 흥행공식에 기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고예산 영화들이 성수기에만 몰려 과열 경쟁을 벌이다가 출혈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할리우드 대작의 공습으로 한국영화 개봉 시기가 좁아졌고, 제작 비용이 증가했으며 시장조정 작용이 없어진 것을 한국영화 질저하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눠 영화를 개봉하는 전략이 없으며 박스오피스 1·2위 영화 외에는 상영기회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것도 흥행부진의 이유로 내세웠다.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마블 시리즈 등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하는 시기에는 한국영화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다 보니 개봉할 수 있는 기간이 쪼그라들고, 더욱 치열해진 한국영화끼리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익숙한 영화를 만들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흥행에 실패한 건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분명히 관객의 선택을 받을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제작자 스스로 고민할 문제”라며 “특정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가 많아져야 안정적으로 영화가 제작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와 일해보니 그들은 각 시즌에 적합한 영화를 확실히 구분하더라”며 “국내에서는 대중의 요구에 대한 고민 없이 모니터링 점수가 잘 나오면 무조건 성수기에 올린다. 정확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스크린 독과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건축학개론’을 개봉한 2010년대 초반에는 박스오피스 5위 안에 들면 장기 흥행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위 한두 편이 독식한다”며 “결국 큰 파이를 먹기 위해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가 뭔지 골몰하다가 거꾸로 영화가 하향 평준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몇 년간 총 관객수 2억 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 해에 예술·독립 영화를 보는 관객은 100만 명도 안 된다”며 “좋은 독립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상영관이 없어 관객과 못 만난다. 스크린 독과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소재 고갈, 장르 편중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투자사의 입김이 세지며 제작사의 기획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윤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은 “투자사는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도전적인 작품을 선택하기 어렵다”며 “투자사가 10여 개로 늘어난 상황에서 좋은 창작물을 찾아야 하지만 제작사의 기획이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점차 이전 흥행방식을 답습하는 영화가 줄어들며 시장이 고예산 전략 영화와 기획이 돋보이는 영화로 양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경익 뉴 영화사업부문 대표도 “투자사보다는 유명 감독을 내세운 대형 제작사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만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야 더 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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