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0.22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0일(金)
연탄불맛 불고기에… 달짝지근 배즙양념 ‘히든카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송현불고기의 돼지불고기는 간장양념에 재운 고기를 하나하나 연탄불에 구워낸다.

- 전라도의 중심 ‘나주의 맛’ ②

나주 명품 배의 은은한 단맛
음식 재료로도 ‘최고 궁합’
고기 잴 때 갈아서 양념으로
40년 불고기집의 숨은 비법

찹쌀풀로 맛 낸 독특한 복탕
뽀얗고 걸쭉한 육수로 차별화
3대째 이어오는 집안 자부심
50년 넘게 지역사랑 한몸에


유년 시절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발견했던 큰 과일이 나주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잊을 수 없다. 얼마 전 나주를 여행하며 나의 나주배에 대한 기억과 관심은 계속됐고, 나주배와 관련된 여러 곳을 방문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여행 이후 추석 바로 전, 태풍으로 나주의 배농장이 피해를 많이 봤다는 소식을 접한 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추석 연휴에 나주배 하나 자르며 온 가족이 행복했던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배 농사에 피해를 본 많은 분께 힘을 내시라 마음으로 응원하며 나주에서의 두 번째 여정을 기록한다.

▲  남도 음식 명인이 만든 배약과는 모양이 반듯하고 윤기가 나 먹음직스럽다.

나주의 지역 문화 개발자인 컴퍼니 안의 안태정 대표가 남도 음식 명인으로, 특히 배요리에 탁월한 분이 있다고 하여 함께 찾아가게 됐다. 대접으로 배약과를 내셨는데 모양이 반듯하고 윤기가 있어 유난히 먹음직스러웠다. 반죽할 때 배를 끓여 농축시켜 함께 넣는다고 했다. 천수봉 남도 음식 명인은 “배로 약과를 만들면 겉과 내부의 색이 차이가 거의 없고 자연스러운 단맛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천 명인의 배 사랑은 5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명인은 어머니의 결단으로 절에서 자라게 됐다. 뭐든 잘 먹지 못했던 명인에게 스님들은 다양한 음식을 많이 해줬는데 그중 하나가 ‘배죽’이었다. 배를 갈아 쌀과 함께 볶아내어 달큼하게 쒀주면 명인은 그나마 잘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한다. 이후 숯불에 구운 ‘배 황토구이’는 어릴 때 기억이지만 아직도 만드는 과정이 생생하다. 배 뚜껑을 떼고 안에 꿀, 도라지, 대추, 콩나물, 은행, 생강, 감 등을 넣은 후 한지로 덮어 황토를 발라 숯불에다 6∼7시간 천천히 구워낸 음식이다. 내부 재료들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죽지 않았고 배와 함께 고아낸 재료의 국물들을 함께 즐기는 음식으로 알려지지 않은 귀한 보양식이다.

배는 재료 특성상 음식에 넣으면 외형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배와 관련된 요리는 생각보다 다양했고 메뉴의 종류도 반전이 많았다. 그 예로 반찬으로 개발된 배깍두기, 얼음과 함께 갈아낸 배스무디, 배빙수, 배피자, 배과편 등 다양하다. 방문할 때 내놓은 배약과에 대해 천 명인은 “감촉이 촉촉하고 수분이 오래 지속되며 은은한 단맛이 나주배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깍두기의 경우 20여 년 전 TV 요리방송을 통해 선보였는데 그때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됐다”며 “맛이 좀 덜한 배를 이용해 반찬으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는데 방송 이후 다양한 과일도 점차 반찬화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당시 배는 비쌌기 때문에 제사 혹은 행사 때나 사용되지 과일 자체만으로는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나주가 고향이었고 개성으로 시집갔으니 개성과 나주 음식이 조화된 명가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듯하다. 게다가 5세 때부터 경험한 사찰에서 활용된 다양한 배 요리의 추억은 그녀가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계속 나주배로 음식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깍두기 외에도 그가 어머니에게 배워 더욱 개발, 발전시킨 배통김치, 배물김치가 있다. 특히 배과편은 재료에 쑥을 함께 넣어 옹심이처럼 버무려 초록색으로 반전을 두었는데 색감이 탁월했고, 배식혜·배잼 등은 현대적인 디저트로 개발돼 요즘 고급 카페나 상업적인 메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역시 명인은 달랐다. 배로 만든 음식으로는 전국에서 명인이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천 명인은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을 적극 수용·활용해 더욱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니 그 열정이 대단했다.

▲  50년 전통의 복집에서 찹쌀풀을 넣어 맛을 낸 복탕

영산포 홍어거리에서 ‘복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50년 전통의 영일복집을 찾았다. 계기는 뜻밖이었다. 인근의 박물관을 들러 홍어거리 방향으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나의 예민한 후각을 절대적으로 믿은 결과였다. 은은하면서도 고요한 듯 오래가는 음식 향을 따라 박물관 방문 이후 다시 돌아 식당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맑은 탕이 아니라 뽀얗고 걸쭉한 육수의 복탕이었다. 이렇게 진한 육수의 복탕을 즐기는 경험은 처음이었고 국물의 깊이가 너무 독특하고 탁월해 한두 번으로는 숟가락질이 절대 멈춰지지 않았다.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불가능해 식사 후 계산하며 간단한 질문들을 해보았다. 이 식당의 사장은 국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친정어머니로부터 30년째 원래 맛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집 하고는 전혀 다르다”며 “오직 우리 집만이 찹쌀풀을 넣어 맛을 내고 있다. 내 며느리도 내가 하는 방법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함께 나온 김치는 1년 이상 푹 삭힌 듯 처음에는 강한 맛이 입안을 맴돌다 조용히 소용돌이치며 한참 입안에 머물렀다. 강렬한 긴 여운. 남도 음식의 매력이 이런 맛이리라. 주위에는 모두 어르신들뿐. 오랫동안 같은 맛을 유지하며 오래오래 지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식당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모습이다. 이 맛을 느껴볼 수 있게 해준 나의 예민한 코와 사장께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새로운 맛을 발견한 것과 새로운 경험으로 기쁘기도 했지만 같은 재료로도 이렇게 50년 동안 지역에서 사랑받는 식당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 그리고 주방에서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여사장의 모습이 너무나 든든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송현불고기는 1982년부터 외할머니와 외숙모 그리고 어머니까지, 가족들이 작게 가게를 운영하며 가게 한구석에서 음식을 함께 만들어 제공하는 ‘가맥’에서 시작된 식당이다. 2012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 본격적으로 식당업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욕심 없이 작게 동네 장사 하던 이곳은 태풍으로 지붕이 날아가버린 이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유명 식당이 됐다. 정석모 대표는 “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으로 직접 고기 하나하나 연탄불에 굽고 있다”며 “처음에는 돼지고기 부산물을 굽기 시작했는데 1995년부터 연탄 불고기만 집중적으로 굽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어머니는 은퇴하시고 아내와 함께 운영 중인데 양념을 재울 때 나주배와 사과를 갈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 대표 또한 “은은한 단맛을 내기에는 나주배만 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집의 찬은 단순하지만 김치를 포함해서 특히 신선했다. 정 대표는 “250포기 단위로 김치를 담그고 있다. 좋은 소금을 사용한다”며 “농사도 직접 짓고 있어 최대한 재배한 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집의 장점은 고기를 절대 한꺼번에 몇 인분씩 손님상에 내놓지 않는다. 1인분씩 그때그때 구워 따뜻하게 내보낸다. 정성이 보이는 서비스였다. 계란찜, 된장국도 좋았다. 옆 테이블 현지인들은 우리 일행이 나주 초행임을 알았는지 먹는 방법을 직접 시범해 줬다. “고기를 자르지 말고 이렇게 큼직한 한 덩어리를 그냥 상추에 올려 싸먹어 보세요, 부드럽고 맛있다니까.” 그분의 조언은 신의 한 수였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명인에게 배우는 남도의 사찰음식

- 꼭 가봐야 할 나주맛집


남도 음식 천수봉 명인의 음식 수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남도전통폐백’(061-333-4615)은 나주시 잿등길 24에 있다. 폐백 음식은 물론 나주배를 이용한 다양한 이바지 음식, 정과류와 강정, 육포, 산자, 남도김치류 등이 있으며 남도 전통 음식과 사찰 음식, 약선 음식 등도 개인교습으로 배울 수 있다.

양념이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한 연탄에 구운 돼지불고기를 즐길 수 있는 ‘송현불고기’(061-332-6497)는 건재로 193에 있다. 1인 1만 원. 육질과 육즙을 충분히 즐기려면 가위로 자르지 말기를 권한다.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은 쉰다. 찹쌀풀을 넣어 진한 국물 맛을 낸 50년 전통의 ‘영일복집’(061-334-3596)은 영산3길 22에 위치해 있다. 1인 2만 원. 일요일 혹은 저녁 때는 미리 전화해 봐야 한다. 일찍 문 닫을 때도 있다.

나주배의 정보를 집대성한 ‘나주배박물관’(061-331-5038)은 금천면 영산로 5838에 있다. 나주배의 역사와 배의 전래과정, 생태, 배를 활용한 음식 등 다양한 전시가 마련돼 있다. 서양 배와 비교한 사진과 다양한 품종을 직접 볼 수 있으며 방문객들에게는 특별히 개발된 배 음료도 제공된다.

나주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영산포역사갤러리’(061-331-1755)는 영산3길 17에 있다. 일제강점기 때 식산은행 건물을 2012년 나주시가 매입해 역사갤러리로 조성했다. 월요일 휴무.

홍어거리 인근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영산나루’(061-332-2131)는 영산동 주면2길 28에 있다. 찻집, 연회장, 펜션으로 활용되고 있어 숙박도 가능하다. 와인과 함께 간단한 서양식을 즐길 수 있어 모임하기 좋은 장소다. 아름답게 잘 가꿔진 정원을 감상할 수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오후 10시에 영업 종료.
[ 많이 본 기사 ]
▶ “文대통령 잘한 일은 2가지 있다”는 말
▶ ‘조국 기만극’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버섯 캐러 간 노인들, 구덩이 속 생매장된 아기 발견
▶ 문재인 하산 길, 박근혜보다 험난하다
▶ 檢, 조국 부인 정경심 구속영장 청구… 10가지 혐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女軍 손등에 입맞춤 해군 고위장성…“보직해임..
topnews_photo 해군 고위 장성이 회식 자리에서 여군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해군은 21일 “A중장이 간부들을..
mark문재인 하산 길, 박근혜보다 험난하다
mark檢, 조국 부인 정경심 구속영장 청구… 10가지 혐의
‘조국 기만극’ 아직 끝나지 않았다
“文대통령 잘한 일은 2가지 있다”는 말
버섯 캐러 간 노인들, 구덩이 속 생매장된 아기 발..
line
special news 문근영 “4년만의 드라마, ‘유령’이 심장 뛰게 했어..
tvN ‘유령을 잡아라’ 첫방송…김선호 “소소한 코믹 연기 좋았죠” “4년 만에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연기를..

line
‘촛불 계엄령’ 문건…與 “황교안 수사해야”, 한국당..
한국당 “노란딱지 유튜버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 제..
성매매 여성 82% “경찰 안 믿는다”
photo_news
거침없는 ‘농염주의보’… 스탠드업 코미디 새 ..
photo_news
빌보드 정복한 BTS·슈퍼엠… 전략과 과제 ‘SW..
line
[지식카페]
illust
실존을 위한 노역?… 먹는다는 건 혀끝에서 오는 쾌락이다
[Science]
illust
해안가 식물 뿌리의 비밀 따라했더니… 바닷물, 식수가 되다
topnew_title
number “軍내부전산망 무선해킹 무방비… 13㎞ 밖서..
비정규직 정규직化 하느라… 청년 못뽑은 정..
‘기생충’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1위, 14억 흥..
슈워제네거 “I’ll be back, 약속 지켜… 늙었..
hot_photo
대학교서 ‘종이상자’ 머리에 쓰고..
hot_photo
배우 채민서, 4번째 음주운전…역..
hot_photo
주민 밤길 지켜주는 파출소의 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