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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0일(金)
“잘하기보다 해저드 피하는 게 우선… 인생도 골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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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정 총재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세계한인여성협회 본부에서 인터뷰 도중 한구석에 보관해 온 낡은 골프채를 들고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이효정 세계한인여성협회 총재

입문 2년만에 공식 핸디캡 14
한창때 비거리 180m ‘훌쩍’
아마대회 ‘롱기스트’ 휩쓸어
골프 덕 내성적 성격 바뀌고
타인 배려하는 법 몸에 익혀

올 세계한인여성協 총재 취임
“한인이주 100년 한류 밑거름
동포 1000만명은 민족 자산”


이효정(65) 세계한인여성협회 총재에게 골프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이 총재는 내성적이던 성격이 골프를 시작한 이후 매사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마포동 한신빌딩 16층. 마포대교 너머 한강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세계한인여성협회 본부에서 이 총재를 만났다. 이 총재는 오는 10월 6일 한국에서 열리는 해외동포 한인여성협회 총회 준비로 바빴다. 총회에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책포럼을 연 뒤 다음 날 총회를 열고 전북 정읍에 방문한다는 프로그램도 세웠다. 이번 총회에는 해외동포 대표 100여 명과 국내 관련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수십 년 해외에서 거주해 온 동포여성들이 한국에 돌아오면 갈 곳이 없었기에 ‘친정’을 대신하는 창구 구실을 하고자 협회를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2014년 협회를 창립해 초대 수장(임기 2년)이 됐고 지난 2월 재취임했다. 협회는 세계한인여성 글로벌네트워크 구성과 모국으로 돌아오는 해외동포여성들을 위한 세계한인여성회관 건립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모국 방문 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 구축, 무의탁·무연고 해외동포의 모국 방문과 단기체류는 물론 영구귀국을 돕는 시스템, 재외국민이 귀국 후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총재는 1981년 언니가 결혼해 살던 싱가포르에서 해외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3개월 방문하러 갔다가 아예 눌러앉은 케이스. 싱가포르에서 무역업에 종사했던 이 총재는 독일 회사 에이전트를 맡다가 지금의 독일인 남편(피터 요르겐 게데)을 만나 결혼한 뒤 독일로 이주했다. 이 총재는 남편이 몇 해 전 현대로템에 기술고문으로 초빙되면서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을 좋아하는 남편은 고속철도 자기부상열차 전문가. 독일 회사의 파트타임 고문으로 자원해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총재는 싱가포르에서 골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싱가포르는 당시 여성 골퍼가 전체 골퍼 10명 중 2명도 채 안 되던 시절. 그는 골프를 배운 지 2년 만에 공인 핸디캡 14가 되면서 여성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메달을 휩쓸 정도였다. 당시 드라이버로 180m 이상을 날려 골프모임의 단골 ‘롱기스트’였다. 대회에 참가해 70대 타수를 눈앞에 두고도 막판 2∼3개 홀에서 잇따른 실수로 84타를 기록했다. 당시 싱가포르에는 골프장이 5개 있었는데 그는 이스트 구역의 주롱 컨트리클럽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때마침 타나 메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싱가포르 레이디스오픈 때는 운영위원을 맡아 대회에 참가한 구옥희, 이영미 등 한국 선수들을 도왔다.

이 총재는 골프와 함께하면서 성격도 변했다. 초반 스코어가 나쁘면 그날 라운드를 포기하다시피 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자신이 불편해도 상대를 위해 끝까지 라운드를 마치는 배려를 익혔다. 골프클럽의 운영위원이 되면서부터는 자연스레 모범적인 골퍼로 변했다. 이 총재는 “해저드에 들어가지 않는 샷을 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인생에서도 늘 잘하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해저드를 피해 가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편 고향인 독일 뮌헨에 정착한 이 총재는 싱가포르와는 확연히 다른 환경 탓에 우울증까지 겪었다. 고국을 그리워하며 베개를 적셨다. 바이에른주 주도인 뮌헨은 문화의 도시였지만 한국인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생업에 종사하느라 교민 간 교류가 드물었다. 독일에선 말이 통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화려하게 활동했던 이 총재지만, 독일에선 남편과 집 주변 골프장을 다니는 게 전부였다. 이 총재가 주도한 골프모임은 훗날 뮌헨한인골프협회로 발전했고, 그는 총무 업무를 맡았다. 남편 회사 근처의 골프장 멤버십을 사 교민 골프모임을 자주 가졌고, 이후 뮌헨한인회로 발전했다. 이 총재는 “남편이 한국 회사의 기술고문을 택한 건 나를 위한 결정이었다”면서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총재는 최근 골프를 멀리하고 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세계한인여성협회를 만든 이후 협회 일로 바쁘고, 또 일에 몰두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동안 골프는 제쳐 두고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그는 필리핀 마닐라 인근 휴양지로 매년 휴가를 갈 때나 로타리클럽 등 모임에서만 골프채를 잡는 편이다.

이 총재가 독일에 갔을 당시 뮌헨에는 교민이 100명 정도 있었다. 그가 뮌헨한인회 회장이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4강에 오르자, 만나는 독일 사람마다 ‘엄지 척’ 하면서 활짝 웃었다. ‘한국 축구 기량이 놀랍게 발전했다’ ‘껄끄러운 상대 이탈리아를 떨어뜨려 줘 고맙다’는 표현이었다. 이후 독일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 이 총재는 한인 봉사단체 사단법인 클럽코리아나를 독일인들과 함께 운영했다.

올 2월 취임한 이 총재는 “한인 이주 100년사는 오늘날 한류를 이루는 밑거름이 됐고 전 세계 해외동포 등록자 800만 명, 가족과 자녀를 포함해 1000만 명은 민족의 귀한 자산이 됐다”면서 “그러나 ‘국격의 창’과도 같은 해외동포에 대한 차별이 여전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해외동포 단체나 기관의 사업이 정작 해외동포의 정서와 동떨어진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우리 협회는 순수 비영리 민간단체로, 회원과 기업의 후원만으로 운영하다 보니 해외동포를 위한 청사진은 많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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