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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0일(金)
한국당, 비워야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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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2030,한국당에 ‘짜증 난다’
조국 사태에도 마음 못 얻어
삭발이 공천 보증용으로 변질

민주당은 발 빠른 물갈이 先攻
한국당 인적쇄신 없이는 요원
不出馬 선언으로 배수진 쳐야


‘조국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8월 한 월간지가 20~30대 40여 명을 만나 정당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한 학생은 “짜증 난다”고 했다. 다른 응답자들도 ‘막말’ ‘꼰대’ ‘꼴통’ ‘낡음’ ‘적폐’ ‘호통’ ‘수구’ 등의 단어를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정의’ ‘공정’ ‘공공’ ‘세련’ ‘선(善)’이라고 답했다. 정당 이미지가 이렇게 극명하게 대립되는 것도 드문 일이다. 한 대학생은 “황교안 대표는 스펙 없는 아들이 KT에 취업했으니 우리한테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해요. 근데 아들이 연세대 법대라면서요. 짜증 나요”라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해외에 갔다 오면서 공항에서 자신의 가방을 보지도 않고 보좌진에게 밀어 보내는 ‘노 룩 패스(no look pass)’,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 호통’, 태극기 집회 분위기 등이 부정적 이미지의 배경이 됐다.

한국당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잘 모른다. 평범한 20~30대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노무현 시대에 10대를 보내고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교육을 받으며 정치적 지향성을 갖게 된 이들에게 그동안 좌파 진영이 보여준 화려한 말과 퍼포먼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들은 촛불의 주역이 됐고 문재인 정권 출범에 90% 가까운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치부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들 세대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부자 부모를 둔 것도 능력’이라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한마디에 ‘반(反)박근혜’가 됐던 이들은 조 장관 딸의 허위 논문과 스펙을 이용한 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낙제에도 장학금을 6학기 받은 ‘신공(神功)’에 분노하고 있다. 더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행동해온 유시민·공지영·이외수·김어준 등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셀럽들이 온갖 궤변으로 조국을 옹호하는 뻔뻔한 행태이다. 리얼미터의 18일 조사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한 20대의 부정 여론이 50.4%, 30대는 53.3%로 이반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조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악화하는 상황임에도 지지가 한국당으로 옮겨 가지는 않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38.2%를 기록했고, 한국당은 2.0%포인트 상승한 32.1%다. 경제·외교·안보 등 국정 지표 중 좋은 것 하나 없고, 여권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공정’ ‘정의’라는 가치마저 조국과 맞바꿨는데도 한국당을 신뢰하지 않는 건 변한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황 대표를 비롯해 연일 국회의원들이 삭발하고 광화문·청와대 앞 집회를 이어 가지만 투쟁의 동력은 되레 검찰에 있다.

좌파 진영은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지나면서 정권을 잃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 잘 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8일 “저희가 국민의정부·참여정부 10년을 했지만, 정권을 뺏기고 나서 우리가 만들었던 정책과 노선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정권을 뺏기면 절대 안 되겠구나’라고 새삼 각오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벌써 공천 쇄신론을 들고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측근이라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김현미·유은혜 장관을 비롯해 중진들의 불출마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40여 명의 현역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외부 새 피 수혈로 위기를 극복해온 사례를 체질적으로 알고 있다. 여당은 4월 총선의 신장개업을 위한 리모델링에 벌써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당은 민심이 그저 자신들에게 올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을 내주며 참패를 당한 때부터 소장파들이 전면에서 당 혁신에 나섰다. 그 결과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역대 선거에서 3번 이상 연속 패배한 정당이 없다. 지난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신기록이다. 그런데 좀처럼 비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삭발도 은퇴 압박을 받는 중진들이 앞장서고 있다. 지금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삭발이 아니라 자기희생을 보여주는 불출마 선언이다. 자기를 비울 때 비로소 채워진다. 그러지 않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업은 우리공화당이나 바른미래당류의 중도 정당에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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