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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0일(金)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더라도 큰 영향 없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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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하는 경제부총리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 김선규 기자
- ‘공식 안건’첫 상정

美 잇단 압박에도 안일한 정부
트럼프 제시한 시한 다가오자
회의 열고 “근본적 고민 필요”
국내 농업에 큰 타격 뻔한데도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 없다”
대책 마련 대신 해명만 급급

전문가들 “韓·美동맹 약화 등
최근 기류가 영향 미쳤을 것”


정부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처음으로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민단체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이날 공식 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비교적 발전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90일 이내에 WTO가 진전된 안을 내놓지 못하면 해당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특혜를 받아왔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발전한 현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상품 수출량 세계 6위 등 1996년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 경제의 위상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할 경우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파문 진화에 급급한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개도국 특혜 이슈는 해당 국가들이 기존 협상을 통해 확보한 특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적용받을 수 있을지에 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경우 농산물 관세율이나 WTO 보조금 규모 등 기존의 혜택에 당장 영향은 없는 것이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쌀 관세화 검증 협상 결과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래의 한국 농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당장은 영향이 없다”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악영향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비보고·비규제(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국으로 지정한 것이나 개도국 지위 포기를 압박하는 것은 외교·안보 사안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문제가 경제 문제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삼각 동맹이 약해진 게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업·농민 단체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민 단체들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졌을 때부터 우리나라 정부가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할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농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다수의 WTO 우대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으며, 개도국 특별품목 제도를 활용하지 못해 쌀을 포함한 고추, 마늘 등 주요 수입 농산물에 대한 큰 폭의 관세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일찌감치 성명을 통해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할 경우 투쟁으로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조해동·박정민·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부 / 부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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