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0.16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1일(土)
수사력vs방어기제… 경찰-화성 용의자 ‘수싸움’ 시작됐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혐의 부인하면서도 조사는 3차례 응해
전문가들 “영웅심·호기심 있을 것”
진실규명 핵심은 자백…각종 면담기법 총동원할 듯


“이것 봐요. 서류는 거짓말 안 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서태윤(김상경) 형사의 대사다.

과학수사를 신조로 삼는 서 형사는 직감에만 의존하는 박두만(송강호) 형사에게 ‘서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증거에 기반한 수사는 오류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경찰이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했다. 비슷한 유형의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인 A(56)씨다.

A씨의 DNA는 총 10차례 연쇄살인 사건 중 5차·7차·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 ‘서류’는 A씨를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셈이다.

DNA는 현존하는 과학수사 증거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처럼 뚜렷한 증거가 나왔음에도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전날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을 A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내 A씨를 상대로 3차 조사를 벌였다.

3차 조사에서도 A씨는 자신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년부터 수감 중인 A씨가 범행을 당장 인정할 유인책은 별로 없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돼 더는 죗값을 물을 수 없지만, 1급 모범수인 그가 가석방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교도소 면담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경찰 조사에 응한다는 점에서 A씨의 태도는 궁금증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A씨의 심리에 일종의 영웅심이나 호기심이 뒤섞여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 이야기가 아주 터무니없거나 자신이 실제 연루되지 않은 사건이면 A씨가 아예 경찰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도 경찰이 어떤 근거를 가졌는지 궁금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A씨는 자신의 범행을 나름 ‘전설적’인 완전범죄로 생각할 테고 영웅 심리도 있을 것”이라며 “경찰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정보를 얻고 싶은 심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범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어떻게 수사되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여년을 복역 중인 범인에게는 호기심도 작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경찰이 이런 A씨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수사는 형사처벌을 전제하는 활동인데,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영장 발부를 통한 강제수사 등 일반적 수사방식을 사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사법적 관점으로는 화성 사건에 대한 지금의 경찰 활동을 ‘수사’로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있다.

통상적 수사에서는 DNA와 같은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해도 검찰에 송치하고 재판에 넘겨 법원 판단을 받아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경찰 이후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사라기보다 ‘진실 규명작업’에 가까운 이번 사건은 최종 마무리까지 오롯이 경찰 몫이다.

재판으로 유무죄를 다툴 수 없고, 사실확인에 필요한 수단마저 제한적인 상황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핵심은 당사자의 자백이다. 경찰이 DNA 등 여러 증거만으로 판단을 내놓더라도 자백이 없으면 이는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의 ‘추정’일 뿐이어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빠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자백을 끌어내고자 A씨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막강한 방어기제로 무장하고 입을 굳게 닫는 강력범죄 피의자도 조사가 거듭되고 수사관과 라포(rapport·친밀감 또는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차츰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씨를 상대로는 라포 형성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커 수사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곽 교수는 “A씨는 교도소에 20년 넘게 수감된 동안 자신을 합리화하는 방어기제가 벽처럼 강하게 구축된 인물일 것”이라며 “면담에서 라포를 형성해야 하는데 몇 차례 만남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씨 주변에 대한 광범위한 탐문을 거쳐 그의 과거 습벽과 성향, 삶의 궤적 등 각종 정보를 축적하면서 이를 조사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면담 대상자가 예민하게 반응할 감정선을 건드려 입을 열게 하는 등 다양한 면담기법이 총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곽 교수는 “범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들을 확보하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여러 가지 시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
▶ 99.9% 진범이라지만… 아직 풀어야 할 ‘3대 의문점’ 있다
▶ DNA법 일부 연말 시행종료… 미제사건 급증 우려
▶ ‘그놈 목소리·개구리 소년’ 등 재수사 움직임
▶ “화성사건 용의자 몽타주와 달라…처제 살인 때 못알아봐”
▶ ‘살인의 추억’속 박기자 “무서울만큼 동일한 살인 4-5건”
▶ 화성 용의자, 10차사건 직후 결혼…2년반 뒤 처제살해
▶ “화성사건 용의자 처제 살해 때 수사기록 찾았다”
▶ 경찰, 화성사건 ‘큰 건’ 하고도 말조심…피의사실공표 의식 탓?
[ 많이 본 기사 ]
▶ “文, 조국사태 ‘정말 내 책임’ 시인해야… 국민분열 치유 않..
▶ 與내부 반란 기류까지…文, ‘통치 실패’ 공포에 ‘읍참 조국..
▶ 경찰서에 시신 싣고와 자수한 남성…“3구는 집에 있어”
▶ 조국, 복직신청은 ‘칼같이’… 출근은 ‘미적미적’
▶ 박항서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완파하고 월드컵 2차 예선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정책위원장)서초동·광화문 나뉜 국민서로 강한 자기 확신상대방 증오하며 악마화까지근본적..
ㄴ 박상인 교수는…규제·혁신 등 시장구조 연구, 산업조직학회 등 다..
ㄴ “사회분열의 시작은 조국 장관 임명… 나와 집행위원장 등이 의..
경찰서에 시신 싣고와 자수한 남성…“3구는 집에 있..
文대통령 “아주 강력한 檢자기정화 방안 마련해 직..
조국, 복직신청은 ‘칼같이’… 출근은 ‘미적미적’
line
special news 설리 옛연인 최자 “인생 아름다운 순간 함께 해…..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의 최자(본명 최재호·39)가 옛 연인 설리의 사망과 관련 추모 글을 남겼다. 최자는..

line
‘조국사태’ 책임 안지는 與… 전면쇄신론 대두
삼성페이 24%·제로페이 0.01% 사용… 官주도 경제..
“1976년 바이킹 발사때 화성에 생명체 흔적 발견했..
photo_news
다저스 꺾은 워싱턴, 창단 50년만에 첫 내셔널..
photo_news
박항서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완파하고 월드컵..
line
[Global Focus]
illust
세계 움직이는 스트롱맨 ‘원초적 본능’ 앞엔 굴복
[지식카페]
illust
자기기만, 자신의 과오와 책임 피하려는 유혹의 산물
topnew_title
number 경찰, 설리 부검 추진…‘악플 추방’ 자성 목소..
“無관중·無중계 놀랐다”… FIFA회장, 北에 문..
AI기술로 가짜영상 만드는 ‘딥페이크’… 막을..
한류열풍 중동에 K-뷰티 ‘유혹’… 1만명 축제..
hot_photo
‘몸짱소방관’ 달력 사세요…전액..
hot_photo
김정은, 백마 타고 백두산행…“미..
hot_photo
송가인, 암표 주의보 발령…티켓..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